연재 중 순례 01 07화

참 많이 아프다

by 강산




참 많이 아프다




나는 가끔 전생의 가족들을 찾아간다

전생의 가족들은 늘 힘겹게 살아간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간다

세상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고

내가 도와줄 수 없는 일이 있다

나는 다만 응원을 할 뿐이다

나는 다만 기도를 할 뿐이다

전생의 가족들이 좀 더 행복하면 좋겠다


오랜만에 돌아와서

전생의 아들 컴퓨터를 사용한다

그런데 바탕화면에 메모장들이 있다

메모장을 열어 읽어보니

마음이 참 많이 아프다

아름다운 젊은 나이에

도박중독의 늪에 빠져 고생하는 영혼

그 늪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전생의 아들을 지켜보는 내 마음이 너무 아프다




다시 해보자 이겨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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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해보자 이겨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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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을 생각이 없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우연히 우연하게 내가 죽게 된다면 모두가 이것만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는 모든 것에 발버둥 쳤고 모두를 사랑한다. 내 속마음과는 다르게 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가슴을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


모두 사랑합니다.


3


모든 걸 밝히고 내려놓았다.

계좌를 해지할 것이다.

내 인생의 변곡점이다.

이제 시작해 보자.

옥병이 도 다시 회사에 다니고 싶다고 전화가 왔다.

일이 잘 풀리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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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겠다 너무 힘들다.

어떻게든 해보자라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냥 버텨보자 하루하루 아무 생각 하지 말자 버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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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을 적는다 도박에 관한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다. 점점 깨달음을 얻는다. 도박은 신경 써서 참아내야 하는 것이 아닌 무신경하게

자연스럽게 멀어져야 하는 친구라는 것을. 글을 마지막으로 쓴 게 옥병이가 돌아온다는 이야기였는데 옥병이와 수현이는 5월인 지금까지도 잘

버티고 있다. 그리고 새로 들어온 리소라는 여직원도 잘하고 있다. 참 귀엽다. 나에게 항상 감사하다고 한다. 옥병이, 수현이, 리소를 위해서라도

내가 강해져야겠다. 이 아이들을 굶기고 싶진 않다. 요즘 일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 어쩌면 일이란 돈이 목적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이 세계의 한 사람으로서 소속감을 느끼고 본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어떠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일 자체가 의미가 있는, 내가 무언가를 열심히 집중해서 한다는 것은 그냥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너무 오래 눈을 감고 있었다. 내 인생의 아침이 밝아온다. 밤은 찾아오게 되어 있지만 그럴지언정 또 다른 아침을 기다릴 수 있는 힘이 생겼다. 현성아 너는 강해서 버티는 게 아니다 버티니까 강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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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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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이에게


현성아 너는 착한 아이잖아 더 이상 가족들 빚지게 하지도 말고 가슴 아프게 하지도 말자

현성아 매일 울면서 일하기 힘들잖아 너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아이잖아 그런데 사람들이

많이 떠나가서 슬프고 상처받았지? 이제 괜찮아 그럼에도 남아있어 주는 사람들이 있잖아

알고 있어 아직도 도박 생각이 나고 매일매일 버티는 게 힘들지 그래도 있잖아 지금 힘든 만큼

좋은 날도 오지 않겠어? 마음이 나약해지거나 해이해지면 이 편지를 열어봐 넌 혼자가 아니야

지금의 난 약을 먹고 잘 준비를 하고 있어 약을 먹는 기분은 정말 비참해 내 정신병 때문에

매일 자기 전 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지금 2024년 3월 4일 너의 빚은 인생 최고점인

3000만 원을 조금 넘었어 실감이 안 나 너무 힘들고 버거워서 실감이 안 나 그래도 지금이 가장

큰 전환점이야 매일매일 뼈저리게 아프고 힘들어야 돈의 소중함을 느끼고 인생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어 어쩌면 지금이 가장 큰 위기이자 기회야 명심해 지하밑에는 또 다른 지하가 있어 알지?

매일 살아있다는 것에 소중함을 느끼고 작은 것에 감사함을 느끼자

그리고 죽지 말자 너는 어쩌면 죽고 싶은 만큼 살고 싶은 거야 넌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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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월급 익일 날짜이다.

살면서 거의 처음으로 도박충동을 이겨냈다.

충동이 든 이유는 내가 빚쟁이인걸 모르는 주민이에게 돈이 필요해 보여 5만 원을 보내주었다.

같이 데이트할 때 쓰는 비용은 아깝지 않던데 뭔가 유독 아까웠다. 주고 싶었는데, 망설여

졌다. 결국 사랑하는 마음이 커서 보내주었다. 토요일 새벽이고 혼자 컴퓨터 앞에 있으니

충동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이겨내었다. 나에게 도박충동이라는 파도를 약간은 이겨낼 수

있는 방파제가 여러 개 생겼기 때문인 것 같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버틸 수 있다.

안 하는 것이 아닌 참는 것이다.


나의 방파제 - 현동이, 아빠, 엄마, 주민, 고혁준 지사장님, 김황덕 팀장님, 윤조 선생님, 리은, 은주, 만경이, 재승이 그리고 내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원예


그리고 무엇보다 살고 싶은 나를 위해서.


지금 충동의 파도가 여러 사람의 수정체를 거쳐 눈물로 새어 나오고 있다.


고통을 눈물로 막아내자.


넌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언젠가는 그만 울고 싶다.

강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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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참고 있다.

아까 너무너무 속상했다.

엄마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토를 심하게 하고 힘들어하며 이모한테 전화해서 서운하다 뭐라 하고

또 다른 이모한테 전화해서 내 이야기를 했다.

나는 잘하고 있다 생각하는데 많이 슬펐다.

엄마도 힘들어서 그러는 거겠지만 가슴이 미어진다.

내가 또 힘들어지니 사람들을 찾아 이곳저곳 전화를 했다.

다들 바쁜가 보다.

사람들에게 의지를 하려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현동이가 내 마음을 알아준다. 고맙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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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이모티콘 사줄 2000원이 없어서 은행점검시간 끝나기 전에 자는 척을 했다.

비참한 것을 넘어서 주민이에게 죄스럽고 나에게도 미안하다.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이야기의 끝은 해피엔딩일까 새드엔딩일까 베드엔딩일까.

책을 끝까지 읽기 위해서는 우선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겨야 한다.

오늘도 다른 생각 하지 말고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넘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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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죽이지 못한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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