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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Sep 07. 2020

더덕





더덕의 진가를 알아본 남자



임산물의 가치는 찾아내는 자의 것이다. 임산물의 효능, 가공 방법, 판매 방법 등을 연구해보는 일이야말로 가치를 발견하는 좋은 방법이다. 여기 ‘더덕’의 진가를 알아보고 더덕가공 브랜드 ‘하심정’으로 자리 잡은 사람이 있으니, 바로 최기종 대표다.


횡성을 대표하는 임산물 더덕
아래 하, 마음 심, 바를 정자를 써 지은 브랜드 ‘하심정’, 이는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을 낮추어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최기종 대표의 철학이 녹아 있는 이름이다. 하심정은 더덕을 활용해 즙, 차 등 다양한 형태의 가공제품을 판매하는 더덕가공 브랜드다. 최기종 대표는 고향인 횡성 땅에서 과수, 채소, 포도농사 등을 거친 농업인이었다. 그러다 인삼 가공으로 종목을 정해 사업을 시작한 때가 2005년, 그때 지은 이름이 횡성인삼영농조합법인이다. 잠시 희망에 부풀었던 그는 머지않아 인삼이 ‘어려운’ 종목임을 체감했다. 대기업 인삼가공 브랜드가 이미 있어 작은 규모에 후발 주자로 경쟁하기엔 버거웠다.
최기종 대표의 말마따나 “답 안 나오는” 상황. 이런 그의 눈앞에 혜성처럼 등장한 임산물이 더덕이었다. 횡성은 예로부터 자연산 더덕이 자라기 좋은 기후와 토지를 갖춘 고장이었다. 그만큼 옛날부터 자생 더덕이 많았는데, 아직까지 한우와 함께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로 더덕이 꼽힐 정도였다. 산에서 캐기보다 재배를 많이 하는 요즘도 많은 수의 더덕을 횡성에서 생산한다.


예전부터 더덕을 자양강장이나 피로회복에 효과 좋은 약으로 많이 썼어요. 사포닌 성분이 많아서였죠. 알면 알수록 항노화, 항염 작용, 장 건강까지 두루 효험 있는 재료더라고요. 인삼을 해왔으니 성분이나 성질을 인삼과 비교해봤는데, 효능이 절대 뒤지지 않았어요. 성질을 보면 인삼은 성질이 뜨겁고 맛이 쓴 반면 더덕은 맛이 달면서 성질은 차가웠어요. 예전에는 먹을 것이 부족했으니 인삼처럼 성질이 뜨거운 먹거리가 좋았지만, 요즘은 고기, 인스턴트 음식처럼 열량 높은 음식들을 많이 먹잖아요. 그래서 차가운 기운이 필요하지요. 가성비도 비교해봤어요. 똑같이 만 원어치를 구입해 먹어도 섭취할 수 있는 사포닌 함량이 훨씬 높았어요. 잘 가공해 판매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겠다 싶었지요


유통 마진을 줄여 더덕에 투자하다
현재 그가 구입해 판매하는 생더덕은 연간 15톤가량. 가공해서 판매하는 더덕만 25~30톤 정도다. 가공을 거치는 만큼 품질이 좋지만 모양 때문에 가치가 떨어지는 것들도 많이 활용한다. 아까운 더덕들을 살려 먹기 좋고 맛도 좋은 가공제품으로 판매하니 생산자도, 소비자도 상부상조할 묘수다. 게다가 인근 임업인들이 생산한 좋은 더덕을 구매해 소비하면서 원재료 품질 확보도 가능했다.
이어 깐더덕, 건조더덕, 순액, 진액, 분말차까지 다양하게 가공한 제품을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판매는 인터넷부터 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제품 가격을 매길 때 딱 소비자 기준과 생산자 기준만 생각했어요. 유통에 들이는 중간 마진은 없애고 원료에 투자하면 제품 질을 높이면서도 소비자 가격을 낮출 수 있을 테니까요. 인터넷 직거래 방식으로요. 대형 마트에 입점을 못 하니 판매에 한계가 있더라고요. 지자체 산업인증을 알아보고 활용하면서 대형 마트에 입점할 기회를 얻었죠.


최기종 대표는 더덕이 해외에서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임산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해외 홍보를 시작해 미국 판로를 개척하고, 일본, 베트남 등지로 바이어들을 찾아가 제품을 소개했다. 해외에서도 성분과 효능에 상당히 관심을 보였다고. 이처럼 지역 임산물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스스로 판로를 찾은 적극적 행보 덕분에 2018년에는 산림조합중앙회에서 시상한 ‘혁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앞으로 국내외 수요를 모두 맞추려면 생산 능력을 높일 가공 설비도 필요했다. 그래서 2년 전, 산림청에서 추진하는 임산물유통가공사업인 산지유통 공모사업을 신청해 가공공장 설립 준비도 시작했다.
이같은 일만으로도 버거울 법한데, 그는 ‘어떻게 가공하면 효능 좋고 맛 좋은 제품을 만들까’를 늘 고민한다. 여러모로 생각한 끝에 최근 선보인 신제품이 발효 흑더덕. 그는 “더덕을 발효하면 몸에 좋은 성분 함량이 월등히 늘어난다”라는 말을 덧붙인다. 발효 흑더덕은 더덕을 찐 뒤 살짝 건조해 생유산균이 풍부한 전통 동동주에 담궈 장내 유익세균충을 만드는 것이 효능의 핵심이다. 여기에 한약재인 사물탕, 배, 대추 등을 넣어 효능과 맛을 더한 제품이다.


최소한의 고객 확보부터 시작하다
더덕은 기후가 낮아야 잘 자라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더덕은 날로 기온이 높아지는 평지를 벗어나 산에서 재배하는 추세다. 이처럼 기후에 제약이 있지만, 최기종 대표는 더덕이 “화학성분이나 화학비료를 많이 안 써도 되는 친 환경적인 작물”임을 강조한다. 도리어 화학비료가 과해지면 부패해서 잘 썩는다고 한다. 재배하기 좋은 조건인 만큼 도전해봄직한 작물이라는 이야기도 함께다.
이어 그는 산촌마을이 잘 살기 위해서는 생산, 가공뿐 아니라 판로 개척, 고객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산에서 임산물을 캐거나 재배하는 일, 힘들죠. 가공도 마찬가지예요. 보관하기 좋게 가공해 파는 사람들이 많아서 경쟁이 치열해요. 고생할 각오를 해야겠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판매예요. 좋은 임산물을 생산하고 가공한 것만으로 판매가 알아서 되지는 않으니까요.
판매는 최소한의 단골 고객을 확보하는 일부터 시작해야겠죠. 100명의 고객부터 시작해 내 제품을 맛본 고객이 후기를 들려주고 전파한다면, 올해는 100명이지만 내년에는 150명이 될 거예요. 물론 신뢰를 얻으려면 제품이 좋은 건 ‘기본’이라는 마음으로 정직하게 만들어야 하고요.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더덕과 제품에 대한 확신이 담뿍 묻어난다. 이토록 자신 있는 더덕을 앞으로 어떻게 가공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최기종 대표는 “요리 재료”라는 흥미로운 답을 내놓는다. 밑반찬용 구이로, 장아찌로, 볶음으로 먹어도 기대 이상의 맛과 영양을 전할 재료라는 이야기다. 정과나 절편 같은 간식으로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만일 생더덕을 구매한다면 어떻게 손질해 먹으면 좋을까? 그는 “차가운 물에 5~10분 담근 뒤, 감자 깎는 칼로 껍질을 손보고 망치로 두드리면 무침으로, 세척해 우유와 함께 갈아 마셔도 좋다”라는 팁을 내놓는다. 좋은 재료로 좋은 제품을 만드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렇지만 좋은 제품을 잘 판매하는 일은 다르다. 확신할 수 있는 재료를 쓰고, 내가 만든 제품을 믿을 수 있을 때 그 믿음은 말로, 글로 소비자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된다. 어떤 홍보보다 재료와 제품에 대한 ‘확신’이 좋은 설명이 될 수 있음을 최기종 대표는 몸소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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