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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욕망

- 강산 시인의 세상 읽기 &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4

by 강산





꿈과 욕망

- 강산 시인의 세상 읽기 &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4




나는 아직 트럼프를 모른다. 나는 아직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잘 모른다. 며칠 전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 되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3일 만에 퇴원하였다는 소식도 들었다. 예수님이 3일 만에 부활하였다는 이야기처럼 나는 참 신기하였다. 75세 노인이 코로나19를 서둘러 이기고 일어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에 있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다시 한 번 대통령이 되고싶은 강력한 욕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쩌면 지금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가장 부러운 사림일지도 모른다. 자신은 그렇게 고생해서 대통령에 도전하는데 김정은 위원장은 아직 너무나 젊고 앞으로도 대장 노릇을 더 할 수 있으니 트럼프 입장에서는 얼마나 부러울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에 대한 욕망이 특히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의 자리가 얼마나 좋은 자리이기에 저러는 것일까? 나는 그냥 대통령 하라고 해도 하고싶지 않은 자리인데 왜 저렇게 대통령이 되려고 안달하는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을 생각하면 우리들의 삶은 어쩌면 어떤 강력한 욕망 때문에 살아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다.


예수님도 그렇고 석가모니 부처님도 어쩌면 남들보다 유독히 강력한 욕망 때문에 위대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질적으로 많이 다르지만 그 욕망이라는 것에 대하여, 그 꿈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나 예수님은 트럼프와 달리 보다 크고 원대한 꿈에 도전한 사람들이어서 우리들에게 오래도록 긍정적인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과 부처님과 트럼프는 약간 닮은 구석이 있어 보인다. 나는 트럼프와 미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트럼프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한다. 몸이 허약한 나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정치인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부정적인 여러 모습을 보여주지만 한결 같이 많은 정치인들은 자신의 건강관리는 잘 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나는 그들이 부러울 때가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쩌면 우리들에게, 미국이라는 나라의 진짜 모습을 정직하게 고백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대부분의 다른 미국 대통령들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진짜 모습을 감추고 아주 은밀하게 우리들의 세계를 지배하려고 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기 위하여 미국의 진짜 모습을 세계 여러 사람들에게 가감 없이 다 드러내고야 말았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출발부터 총으로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점령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들을 원자폭탄으로 협박하며 우리들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와중에 그 깡패 두목 자리를 넘보는 나라가 새롭게 생겼으니 그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미국보다 훨씬 더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가진 나라이다. 어쩌면, 그런 중국이 패권을 잡게 되다면 미국보다 더 오래도록 두목자리에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은 그렇게 또 한 세월 아름다운 나라가 아니라 무섭고 강한 나라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만 할까? 우리 시대의 예수님과 우리 시대의 부처님은 어떤 모습으로 오실 것인가? 그리고 우리들은 우리들의 꿈과 욕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무서운 나라나 강한 나라의 종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우리들 스스로 우리들 모두의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 그 작지만 부드러운 나라의 주인으로 살 것인가?




제주시에는 용두암이 있고 서귀포시에는 용머리 해안이 있다. 내가 늘 바라보는 보아뱀은 산방산과 용머리의 합작품이다. 그러니까 코끼리와 나와 추사 선생님이 한담을 나누는 보아뱀 배는 산방산이고 바다로 향해 기어가는 보아뱀 머리는 용머리인 것이다. 산방산 앞쪽 즉, 산방굴사가 있는쪽으로는 산방산 정상까지 걸어서는 오를 수 없다. 하지만 산방산 뒷쪽으로 오르면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지금은 산불 때문에 통제를 하여 잘 오를 수 없지만 예전에는 많이 오를 수 있었다. 그 산방산 정상에 앉아 형제섬과 마라도와 이어도 쪽을 바라보면 그야말로 천국 같은 느낌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용머리를 내려다보면 용의 등을 타고 바다로 날아가는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자주 그 산방산 정상에서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하였는데 요즘에는 그렇게 할 수 없어서 많이 아쉽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 아침 산방산 대신 용머리 해안으로 향했다. 내가 사는 곳은 제주올레 9코스와 10코스 경계인데 산방산과 용머리 해안으로 가려면 10코스를 걸어가야만 한다. 제주올레 10코스는 화순금모래해수욕장에서 시작되는데 해수욕장 다음이 바로 용머리 해안이다. 용머리 해안은 화순항 방파제와도 아주 가깝다. 손을 조금만 더 뻗으면 닿을 듯이 아주 가깝다. 화순항은 바람이 심할 때 많은 선박들의 대피항으로 유명하다. 월라봉과 송악산이 양쪽에서 바람을 막아주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용머리 해안도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평소에는 배들이 많지 않지만 바람이 심한 날은 수많은 배들이 몰려와서 바람을 피하기도 한다. 그런 자연조건 때문에 제주 해군기지를 화순항에 설치하려고 해군에서 많은 노력을 하였었다. 화순항에 큰 배를 정박시켜두고 챔버에서 해녀분들 잠수병 치료도 해주고 우리들을 초청하여 배 내부도 구경시켜주곤 하였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하지만 화순리 주민들의 가열찬 반대 투쟁과 끈질긴 항쟁으로 결국 해군은 다른 곳을 물색할 수 밖에 없었다.


몇 년 동안의 투쟁으로 해군기지는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는데 그 후로 조용하고 은밀하게 해경부두가 새로 만들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지금은 화순금모래해수용장이 화순항부두와 해경부두로 둘러싸이고 말았다. 해경부두를 만드는 과정에서 수천년 동안 파도가 빚어놓은 조각품 같은 수 많은 걸작품 바위들이 시멘트 바닥 속으로 묻히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소금막이라고 불리는 해안과 용머리 해안은 다른 어떤 곳보다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안덕계곡과 월라봉 그리고 산방산과 용머리 해안과 송악산이 나의 주요 산책 코스인데 오늘은 용머리 해안에서 일출을 보며 걷기 명상을 한다.


해를 낳는 자궁과 달을 낳는 자궁은 같아 보인다. 해가 잠드는 무덤과 달이 잠드는 무덤도 같아 보인다. 해의 숨소리와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는 동쪽 하늘의 자궁이 붉어진다. 하늘과 바다의 틈 사이도 붉은 숨소리가 들린다. 양수가 터지 듯 구름이 흐르고 해의 머리가 보이면서 햇빛 범종소리가 하늘과 바다에 울려 퍼진다. 하늘과 바다에 신음소리인지 아니면 진동소리인지 모를 파도가 일렁인다. 하늘에도 해가 뜨고 바다에도 해가 뜬다. 하늘도 끝까지 깊이 비추어보고 바다도 끝까지 깊이 비추어 본다. 하늘과 바다에 다이너마이트 불빛과 다이아몬드 불빛이 반짝거린다.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느닷없이 흘러나온다. 나훈아의 테스형도 흘러나온다. 이제 막 자궁에서 빠져나온 햇빛이 나의 다리를 길게 그림자로 그려준다. 달은 아직도 서쪽 하늘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달은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는 듯이 빙긋이 미소를 짓는다. 달은 이제 여한이 없다는 듯이 관 속으로 사라질 준비를 한다. 보고싶은 님의 얼굴을 보았으니 이제는 미련 없이 떠나도 좋겠다는 듯이 스스로의 몸을 시나브로 지우기 시작한다. 햇빛 범종소리와 달빛 종소리가 조용히 몸을 섞는다. 범종소리가 요령소리 같은 종소리를 안아준다. 바다의 파도소리도 숨을 죽인다. 하늘 바다의 파도소리도 구름을 덮는다. 쏟아지던 햇빛 폭포소리도 조용히 눈을 감는다. 범종소리도 엷게 퍼지고 운판소리와 목어 소리만 남는다. 아직은 목탁소리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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