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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Oct 13. 2024

2024년 10월 10일

― 윤동주 시인과 함께 마지막 순례를 떠난다 010


https://youtu.be/qjszcCqIglk?si=r0iO2NEilWcD6JoC




2024년 10월 10일




2024년 10월 10일은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다.

윤동주 시인의 후배가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된 날이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는

소설가 이전에 먼저 시인이었다.

1992년에 그는 <윤동주 문학상>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 해 1993년에

계간 <문학과 사회>에「서울의 겨울」

외 4편을 발표하며 시인으로 출발했다.


소설은 그다음 해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붉은 닻」 당선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한강 (시인, 소설가) 문학의 첫 출발점이 되었던

<윤동주 문학상> 당선작부터 한 번 살펴보자.


* <윤동주 문학상>은 연세대학교

학보사에서 주는 상으로 92년

국문과 4학년 한강이 받았다.  



편지 / 한강(국문과 4학년)

* 유튜브 대본으로 쓰려고 행갈이 일부 수정


그동안 아픈 데 없이 잘 지내셨는지 
궁금했습니다 
꽃 피고 지는 길 
그 길을 떠나 
겨울 한번 보내기가 이리 힘들어 
때 아닌 삼월 봄눈 퍼붓습니다 
겨우내내 지나온 열 끓는 세월 
얼어붙은 밤과 낮을 지나며 
한 평 아랫목의 눈물겨움 
잊지 못할 겁니다 


누가 감히 말하는 거야

무슨 근거로 무슨 근거로

이 눈이 멈춘다고 멈추고 만다고…

천지에, 퍼붓는 이… 폭설이,

보이지 않아?

휘어져 부러지는 솔가지들,…

퇴색한 저 암록빛이, 이, 이, 바람 가운데,

기댈 벽 하나 없는 가운데,

아아… 나아갈 길조차 묻혀버린 곳,

이곳 말이야…


그래 지낼 만하신지 아직도 삶은 
또아리튼 협곡인지 당신의 노래는 
아직도 허물리는 곤두박질인지 
당신을 보고난 밤이면 새도록 등이 시려워 


가슴 타는 꿈 속에
어둠은 빛이 되고
부셔 눈 못 뜰 빛이 되고
흉몽처럼 눈 멀어 서리치던 새벽
동 트는 창문빛까지 아팠었지요.


………어째서…

마지막 희망은 잘리지 않는 건가

지리멸렬한 믿음 지리멸렬한 희망

계속되는 호흡 무기력한,

무기력한 구토와 삶, 오오 젠장할 삶 


악물린 입술 
푸른 인광 뿜던 눈에 지금쯤은 
달디 단 물들이 고였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한번쯤은 
세상 더 산 사람들처럼 마주 보고 
웃어보고 싶었습니다. 


사랑이었을까…

잃을 사랑조차 없었던 날들을 지나

여기까지, 눈물도 눈물겨움도 없는 날들

파도와 함께 쓸려가지 못한 목숨,

목숨들 뻘밭에 뒹굴고 


당신 없이도 천지에 봄이 왔습니다 
눈 그친 이곳에 바람이 붑니다 
더운 바람이, 
몰아쳐도 이제는 춥지 않은 바람이

분말 같은 햇살을 몰고 옵니다 
이 길을 기억하십니까
꽃 피고 지는 길
다시 그 길입니다
바로 그 길입니다



자작극 / 배진성



꿈속에서 신경림 선생님을 만났다

내가 아직 발표하지도 않은 시를

신선생님께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걸걸하고 유장하게 낭송하고 계셨다.

나는

너무나 황송하여 몸 둘 바를 몰랐다

꿈속에서도 나는 너무나 궁금했다

그렇게 궁금한 마음을 따라 나오니

내가 녹음한 유튜브가 켜져 있었다


나의 간절한 목소리가 나를 속였다



시인의 재산 / 배진성



시인의 재산은 가난이고

시인의 재산은 슬픔이고

시인의 재산은 마음이다


시인이 가진 것은 가난이고

시인이 가진 것은 슬픔이고

시인이 가진 것은 마음이다


그러나 시인의 눈물 한 방울

가난한 세상의 양심을 깨워

좀 더 아름다운 천국이 된다



*


시인의 존재 이유는 현실을 꿰뚫어 보기 위함이다


현실을 바로 보기 위해서는 현실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현실을 보아야만 한다


건물 안에서는 건물을 바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건물을 바로 보기 위해서는 건물 밖으로

나가야만 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시인은 외로울 수밖에 없고 고독한 존재여야만 한다


내가 현실 속 인간들과 함께 어울려 살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시인의 운명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인의 운명은 천성적으로 디아스포라일 수밖에 없다



구조와 형식이 본질을 흐리게 한다



돈의 본질은 평화로운 분배를 위한

균등한 나눔과 편리한 거래의 수단


그러나 이를 관리하는 구조와 형식이

긍정적인 돈의 본질을 지배하게 된다


인간들은 잘 보이지 않는 본질을 잊고

겉으로 드러나는 구조와 형식에 집착


모든 인간 불행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

구조와 형식에 감추어진 본질을 봐라


그래야 사회의 정의를 실현할 수 있고

슬기로운 인간 집단의 앞날이 꽃 핀다



앵무새


월대천 징검다리 앞 가로등 기둥에

앵무새 사진을 붙이는 사람이 있다

바닷물이 막 월대천으로 올라온다

그제 집 나간 블루 코뉴어 한 마리

이틀을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다

함께 살던 레드 코뉴어도 기다린다

발가락이 안쪽으로 약간 꺾였단다

사람에게 잘 다가오지 않는다 한다


저 앵무새는 왜 돌아오지 않는 걸까?

저 앵무새는 오늘밤 무슨 꿈을 꿀까?


*


문학은 슬픔을 먹고 자라는 꽃이며 새이며 학이며 붕이며 용이며 별이다

슬픔의 종합선물세트는 전쟁이며 전쟁 중에서도 가장 아픈 전쟁은 동족상잔의 학국전쟁이다


우리나라는 광주와 제주와 남북과 일제 강점기가 있어서 문학이 꽃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제 우리의 번역이 언어의 장벽을 넘기 시작했으니 세계적인 작품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전쟁은 나처럼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가장 치명적은 저주다 나는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먹고살아야만 한다 그런데 전쟁이 일어나면 병원에 갈 수 없을 것이고 나는 살 수 없을 것이다


나에게는 전쟁이 곧 죽음이다 총을 맞지 않아도 가장 먼저 죽을 수밖에 없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뿐만이 아니다 

이 지구상에서 지금도 보이는 전쟁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수많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전쟁보다 평화를 원한다 경쟁보다 사랑을 원한다 욕심을 버려야만 평화와 사랑이 찾아온다 


한강 작가는 아직 어리지만 이미 큰 스승이 되었다 기자회견 하지 않은 이유도 참으로 훌륭하다 우리들은 아무리 어려도 훌륭한 점을 훌륭하다고 인정하고 배워야만 한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죽음들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겠다고 하더라"


나는 특히 한강 작가가 제주 4.3과 광주 5.18을 깊이 다루어주어서 더욱 고맙고 존경스럽다.







2024년 10월 10일




2024년 10월 10일은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다. 윤동주 시인의 후배가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된 날이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는 소설가 이전에 먼저 시인이었다. 1992년에 그는 <윤동주 문학상>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 해 1993년에 계간 <문학과 사회>에「서울의 겨울」 외 4편을 발표하며 시인으로 출발했다.


소설은 그다음 해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붉은 닻」 당선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한강 (시인, 소설가) 문학의 첫 출발점이 되었던 <윤동주 문학상> 당선작부터 한 번 살펴보자.

* <윤동주 문학상>은 연세대학교 학보사에서 주는 상으로 92년 국문과 4학년 한강이 받았다.  




소설가 한강은 1992년 연세대학교 학보사인 연세춘추가 주최하는 ‘연세문화상’에서 윤동주문학상을 수상했다. 자료 1992년 11월 23일 연세춘추 갈무리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작품을 찾는 이들이 급증하며 서점가가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한강의 작품들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1993년 한강이 등단하기 전 작품들도 회자되는데, 등단 1년 전인 1992년 연세문화상에서 ‘윤동주 문학상’을 받은 시 ‘편지’가 대표적이다. 연세문화상은 연세대 학보사인 연세춘추가 주최한다. 한강은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당시 심사위원은 한강의 시에 대해 “한강의 작품들은 모두 능숙하다. 능란한 문장력을 바탕으로 그 잠재력이 꽃피기를 기대해 본다”라고 평가했다.


11일 한겨레 취재결과, 소설가 한강은 연세대 국문과 4학년 때인 1992년 ‘편지’라는 시를 연세문화상에 제출해 윤동주 문학상을 받았다. ‘그동안 아픈데 없이 잘 지내셨는지 궁금했습니다’로 시작하는 한강의 시에는 당시에도 특유의 서정적 문체가 돋보인다. 연세문화상 심사위원이었던 정현종 당시 국문과 교수와 김사인 문학평론가는 한강의 시에 대해 “한강의 작품들은 모두 능숙한 솜씨를 보여준다. 굿판의 무당의 춤과 같은 휘몰이의 내적 열기를 발산하고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 그러한 불과 같은 열정의 덩어리는 무슨 선명한 조각과 또 달리, 앞으로 빚어질 어떤 모습들이 풍부히 들어 있는 에너지로 보인다”며 “능란한 문장력을 바탕으로 그 잠재력이 꽃피기를 기대해 본다”라고 심사평을 남겼다.


연세문화상 수상 당시 심사평과 소감. 자료 1992년 11월 23일 연세춘추 갈무리


한강은 당선 이후 ‘뽑힌 느낌’으로 “앓아누운 밤과 밤들의 사이, 그토록 눈부시던 빛과 하늘을 기억한다. 그들의 낱낱이 발설해 온 오래된 희망의 비밀들을 이제야 엉거주춤한 허리로 주워 담는 것이다. 목덜미가 아프도록 뒤돌아보며. 뽑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기쁨, 내 모든 눈물겨운 이들의 것입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모교인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 11일 오후 수상을 축하하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편, 연세대는 정문에서 각 단과대 건물로 이어지는 백양로 곳곳에 한강의 수상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연세인 한강, 백양로에 노벨상을 새기다’, ‘연세의 가을, 연세의 한강’ 등이 적혔다.


아래는 수상작 ‘편지’의 전문이다.


편지 
한강(국문과 4학년)


그동안 아픈 데 없이 잘 지내셨는지 
궁금했습니다 
꽃 피고 지는 길 
그 길을 떠나 
겨울 한번 보내기가 이리 힘들어 
때 아닌 삼월 봄눈 퍼붓습니다 
겨우내내 지나온 열 끓는 세월 
얼어붙은 밤과 낮을 지나며 
한 평 아랫목의 눈물겨움 
잊지 못할 겁니다 


누가 감히 말하는 거야 무슨 근거로 무슨 근거로 이 눈이 멈춘 다고 멈추고 만다고… 천지에, 퍼붓는 이… 폭설이, 보이지 않아? 휘어져 부러지는 솔가지들,… 퇴색한 저 암록빛이, 이, 이, 바람 가운데, 기댈 벽 하나 없는 가운데, 아아… 나아갈 길조차 묻혀버린 곳, 이곳 말이야…


그래 지낼 만하신지 아직도 삶은 
또아리튼 협곡인지 당신의 노래는 
아직도 허물리는 곤두박질인지 
당신을 보고난 밤이면 새도록 등이 시려워 


가슴 타는 꿈 속에
어둠은 빛이 되고
부셔 눈 못 뜰 빛이 되고
흉몽처럼 눈 멀어 서리치던 새벽
동 트는 창문빛까지 아팠었지요.


………어째서… 마지막 희망은 잘리지 않는 건가 지리멸렬한 믿음 지리멸렬한 희망 계속되는 호흡 무기력한, 무기력한 구토와 삶, 오오 젠장할 삶 


악물린 입술 
푸른 인광 뿜던 눈에 지금쯤은 
달디 단 물들이 고였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한번쯤은 
세상 더 산 사람들처럼 마주 보고 
웃어보고 싶었습니다. 


사랑이었을까… 잃을 사랑조차 없었던 날들을 지나 여기까지, 눈물도 눈물겨움도 없는 날들 파도와 함께 쓸려가지 못한 목숨, 목숨들 뻘밭에 뒹굴고 


당신 없이도 천지에 봄이 왔습니다 
눈 그친 이곳에 바람이 붑니다 
더운 바람이, 
몰아쳐도 이제는 춥지 않은 바람이 분말 같은 햇살을 몰고 옵니다 
이 길을 기억하십니까
꽃 피고 지는 길
다시 그 길입니다
바로 그 길입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노벨 문학상에 소설가 한강… 한국 작가 최초 수상 [종합]


한림원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
김대중 前대통령 2000년 평화상 이후 두 번째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가져갔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라고 밝혔다.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 4000만 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이날 문학상에 이어 11일 평화상, 14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여겨지는 노벨 문학상은 노벨상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이 밝힌 선정 기준에 따라 "문학 분야에서 이상적인 방향으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생산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노벨 문학상은 1901년부터 올해까지 총 117차례 수여됐으며 상을 받은 사람은 121명이다. 문학상은 과학 분야와 달리 여러 명이 공동 수상하는 경우가 드물어 1904·1917·1966·1974년 등 네 차례가 전부였다. 한강은 여성 작가로서는 역대 18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가져갔다. 사진=노벨상 홈페이지


외신들도 이런 소식을 보도했다.


AP


통신은 이날 스웨덴 한림원이 한강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하자 이 소식을 긴급 뉴스로 전했다. 이어 한강이 2016년 육식을 거부하기로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국제상을 받은 바 있다는 소식도 덧붙였다.


AFP


통신과 로이터 통신도 한강의 수상 소식을 긴급 뉴스로 전했다. 로이터는 특히 한국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라는 내용도 보도했다. 로이터는 한강이 1993년 '문학과 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한편 1993년 시에 이어 이듬해 소설로 등단한 한강은 서정적인 문체와 독특한 작품 세계로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다. 그동안 ‘그대의 차가운 손’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등의 소설과 더불어 시집과 동화책을 두루 펴내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국내외 독자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흡인력으로 한국문학의 위상을 높여왔다. 맨부커상 수상 이후 5년 만에 발간한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았고, 올해 초에는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 노벨상 기자회견 안 한다…“세계 곳곳 전쟁에 생각 바뀌어”

부친 한승원 작가가 기자들에게 전해
문학동네, 창비 두 출판사 통해 작가 입장 전달
12월 노벨상 시상식 연설에서 자세한 소감 밝히기로



한강 작가. 김정효 선임기자 hyopd@hani.co.kr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한강 작가가 수상 기념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강의 작품을 출간하는 출판사 문학동네와 창비는 11일 저녁 기자들에게 안내문을 보내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는 한강 작가의 뜻을 대신 전했다. 두 출판사가 보내온 작가 한강의 말은 이러하다.


“수상 소식을 알리는 연락을 처음 받고는 놀랐고, 전화를 끊고 나자 천천히 현실감과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수상자로 선정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 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두 출판사는 한강 작가의 더 자세한 소감은 12월 10일로 예정된 노벨상 시상식에서 낭독되는 수락 연설문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강 작가의 부친인 소설가 한승원은 이날 오전 거처인 전남 장흥에서 기자들을 만나 “노벨 문학상 발표 직후 통화할 때에는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는데, 오늘 아침 이야기를 해보니 생각이 바뀌었다고 하더라.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죽음들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겠다고 하더라. 딸이 한국에 살고 있지만 글로벌한 감각을 지닌 작가로 바뀌어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나의 문학에도 새로운 목표와 새로운 지향점을 새롭게 설정하고 새롭고 힘차게 출발할 필요가 있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자작극



꿈속에서 신경림 선생님을 만났다

내가 아직 발표하지도 않은 시를

신선생님께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걸걸하고 유장하게 낭송하고 계셨다.

나는

너무나 황송하여 몸 둘 바를 몰랐다

꿈속에서도 나는 너무나 궁금했다

그렇게 궁금한 마음을 따라 나오니

내가 녹음한 유튜브가 켜져 있었다


나의 간절한 목소리가 나를 속였다



시인의 재산



시인의 재산은 가난이고

시인의 재산은 슬픔이고

시인의 재산은 마음이다


시인이 가진 것은 가난이고

시인이 가진 것은 슬픔이고

시인이 가진 것은 마음이다


그러나 시인의 눈물 한 방울

가난한 세상의 양심을 깨워

좀 더 아름다운 천국이 된다



*


시인의 존재 이유는 현실을 꿰뚫어 보기 위함이다


현실을 바로 보기 위해서는 현실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현실을 보아야만 한다


건물 안에서는 건물을 바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건물을 바로 보기 위해서는 건물 밖으로

나가야만 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시인은 외로울 수밖에 없고 고독한 존재여야만 한다


내가 현실 속 인간들과 함께 어울려 살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시인의 운명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인의 운명은 천성적으로 디아스포라일 수밖에 없다



구조와 형식이 본질을 흐리게 한다



돈의 본질은 평화로운 분배를 위한

균등한 나눔과 편리한 거래의 수단


그러나 이를 관리하는 구조와 형식이

긍정적인 돈의 본질을 지배하게 된다


인간들은 잘 보이지 않는 본질을 잊고

겉으로 드러나는 구조와 형식에 집착


모든 인간 불행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

구조와 형식에 감추어진 본질을 봐라


그래야 사회의 정의를 실현할 수 있고

슬기로운 인간 집단의 앞날이 꽃 핀다



앵무새


월대천 징검다리 앞 가로등 기둥에

앵무새 사진을 붙이는 사람이 있다

바닷물이 막 월대천으로 올라온다

그제 집 나간 블루 코뉴어 한 마리

이틀을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다

함께 살던 레드 코뉴어도 기다린다

발가락이 안쪽으로 약간 꺾였단다

사람에게 잘 다가오지 않는다 한다


저 앵무새는 왜 돌아오지 않는 걸까?

저 앵무새는 오늘밤 무슨 꿈을 꿀까?


*


문학은 슬픔을 먹고 자라는 꽃이며 새이며 학이며 붕이며 용이며 별이다

슬픔의 종합선물세트는 전쟁이며 전쟁 중에서도 가장 아픈 전쟁은 동족상잔의 학국전쟁이다


우리나라는 광주와 제주와 남북과 일제 강점기가 있어서 문학이 꽃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제 우리의 번역이 언어의 장벽을 넘기 시작했으니 세계적인 작품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전쟁은 나처럼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가장 치명적은 저주다 나는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먹고살아야만 한다 그런데 전쟁이 일어나면 병원에 갈 수 없을 것이고 나는 살 수 없을 것이다


나에게는 전쟁이 곧 죽음이다 총을 맞지 않아도 가장 먼저 죽을 수밖에 없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뿐만이 아니다 

이 지구상에서 지금도 보이는 전쟁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수많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전쟁보다 평화를 원한다 경쟁보다 사랑을 원한다 욕심을 버려야만 평화와 사랑이 찾아온다 


한강 작가는 아직 어리지만 이미 큰 스승이 되었다 기자회견 하지 않은 이유도 참으로 훌륭하다 우리들은 아무리 어려도 훌륭한 점을 훌륭하다고 인정하고 배워야만 한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죽음들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겠다고 하더라"


나는 특히 한강 작가가 제주 4.3과 광주 5.18을 깊이 다루어주어서 더욱 고맙고 존경스럽다.


* 다음 글은 내가 존경하는 선배님의 글을 빌려왔다.


한강 소설가가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무지 기쁘다.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 4.3 사건 등 대한민국 정부와 군사독재정권이 저지른 현대 역사의 굵직한 사건을 다룬 장편소설들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이 더 뿌듯하다. 국민을 학살하고 이용하여 정권을 유지해 온 대한민국 우익에게 경종을 울릴 일이다.

'윤석열하다. 윤석열스럽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동사'다. 처음엔 '성급하게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치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는데, 이젠 동사와 형용사를 넘나들며 다양한 의미로 두루 활용되는 중의적 어휘가 됐다. 대통령의 이름이 온 국민의 조롱거리가 된 현실이 '웃플' 따름이다.

우선,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한다'는 뜻으로 가장 많이 쓰인다. 전직 검찰총장으로서 '주 종목'인 수사와 기소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건 이미 아이들에게조차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윤석열처럼 굴지 마라'는 말은, 잘 모르면 나서지 말라는 뜻의 관용구다.

또, '성미가 급해 자주 발끈 화를 내다'는 뜻으로도 활용된다. '윤석열하다'를 '격노하다'와 동의어라며 키득거리는가 하면, '손에 쥔 마이크를 놓지 않는다'는 의미도 있다고 거든다. 참모들과의 1시간 회의에서 혼자 59분을 떠든다는 세간의 이야기를 아이들도 잘 알고 있다.

드물게는 긍정적인 의미로도 쓰인다. '순애보적으로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의 안위를 위해 모든 걸 건다'는 뜻으로 해석될 때도 있다. 국민이 건넨 만인지상의 권력을 오로지 김건희를 지키기 위해 사용하는 행태를 비꼰 것이다. 물론, 아내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윤석열이 김건희에게 모종의 약점이 단단히 잡혔기 때문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최근에는 '아둔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의 아첨에 쉽게 휘둘린다'는 의미가 추가됐다. 대통령 앞에선 지당하다며 맞장구치지만, 뒤돌아서면 제 잇속부터 차리려는 이들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5년짜리 권력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는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데, 안타깝게도 윤석열에겐 인재를 판별할 눈이 없다.

아이들의 눈은 정확하다. 이해타산 없이 바라본 그대로가 진실이다. 동사무소 말단 공무원보다도 못한 작자를 누가 뽑아준 것인지 이젠 욕도 아깝다. 김건희 리스크로 국정이 마비되고 있다. 윤석열은 김건희와 연관된 일에는 발 벗고 나서는 김건희 집사일 뿐이다. 이쯤 되면 스스로 내려가는 게 맞지 않나. 탄핵보다는 훨씬 나은 듯하다. 둘이 모든 것 내려놓고 산속 깊이 들어가 살면 된다. 저녁마다 예쁘게 성형수술한 김건희 옆에 두고 돼지고기 듬뿍 넣고 김치찌개 끓여놓고 석양주나 마시며 살아라. 정달 아둔한 꼴 보기 싫다.


그렇지! 노벨문학상은 이렇게 받는 거지. 자기 생을 소설에 몰두하며 오직 작품으로 밀고 나가는 일. 그런 작가의 작품을 치밀하게 읽고 살피는 일. 어떤 너스레도 떨지 않고 오직 작품으로만 보여주는 일. 상은 궁색한 결핍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한 작가가 보여준 혼신의 충만으로 받아야 마땅한 일. 조용히 그러나 마침내 거대해지는 일.

소설가 한강 선생님의 노벨문학상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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