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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주식명상

주식 명상 2

- 바위와 지렛대

by 강산





주식 명상 2

- 바위와 지렛대




화분에서 기르던 소철을 땅에 옮겨 심으려고 흙을 파기 시작했다. 호미에 걸리는 돌끝이 있었다. 처음에는 작은 돌인 줄 알았다. 호미로 돌을 캐서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돌의 뿌리가 보이지 않았다. 괭이로 흙을 파기 시작했다. 가늠이 되지 않는 돌이 심상치 않았다. 묻혀있는 돌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었다. 넓이가 늘어날수록 깊이도 가늠할 수 없었다. 곡괭이로 바꾸어 땅을 파기 시작했다. 이제는 돌이라고 하기에는 좀 어색할 정도로 커져버린 바위가 되었다. 이곳에 소철을 심을 생각을 바꾸어 다른 곳에 심어볼까도 생각해 보았다. 꼭 여기가 아니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어쩌면 오기 였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흙을 판 일이 억울해서 였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지렛대까지 가져와서 바위를 흔들어 보았다. 자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바위가 꿈쩍도 하지 않으니 더욱 내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여기를 포기하고 다른 곳에 다시 심어볼까도 생각해 보았다.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더 넓고 더 깊이 흙을 파야만 했다. 흙이 묽어지면 좀 흔들릴까 해서 물호스를 들이대고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지렛대 아래 좀 더 큰 돌로 바꾸어 받치고 바위를 흔들어 보았다. 땅속에 너무 깊이 묻혀있어 꿈쩍도 않던 바위가 살짝 흔들렸다. 이제 겨우 가능성이 조금 보였다. 무엇이든지 조금이라도 흔들리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뿌리를 드러낼 수 있으리라. 세상의 모든 흔들리는 것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뿌리를 드러낼 수 있으리라. 작은 희망이 보이자 나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그 바위를 파내는 것이 나의 운명인 것처럼 온 힘을 다하여 끙끙거리며 바위를 파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쿵, 지렛대가 그만 헛발질을 하고 말았다. 바위가 물고 있던 지렛대 끝을 침을 뱉어내듯 퉤 하고 뱉어내 버렸다. 바위 밑에 살짝 들어가 바위를 들어 올리던 지렛대가 툭 튀어나오며 갑자기 허공을 급속히 들어올리게 되었다. 순식간에 나는 그만 무너지고 말았다. 가속도가 붙은 나의 윗몸이 급전직하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나의 목과 나의 허리가 순간적으로 삐끗하였다. 전에도 한 번 이런 일이 있어서 양쪽 어깨를 크게 다쳤는데 이번에는 목과 허리를 크게 다치고 말았다. 내 몸을 크게 다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크게 후회를 하였다. 나는 참 바보다. 나는 너무 내 몸을 아끼지 못하는 것 같다. 아, 이제는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조화와 균형이 절실히 필요하게 되었다. 몸 하나로 세상을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몸 보다 머리를 더 많이 써야만 하는데 나는 너무 몸으로만 들어 올리려고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육체 노동에서 정신 노동 쪽으로 무게 중심을 좀 옮겨야만 하겠다. 아니, 이제는 몸이 너무 병들고 늙어서 더 이상 육체 노동은 무리일 듯 싶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 어쩔 수 없이 정신 노동 쪽으로 기울어질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 듯 싶다.


( 처음에는 작은 자갈인 줄 알았던 돌들이 거대한 바위 였음을 알았을 때에도 나는 겁이 나지 않았다. 나는 이미 바위 캐는 요령이 생긴 줄 알았다. 지랫대 하나만 있으면 나는 모든 바위를 캐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가슴 속에 깊이 숨어 있는 바위도 지렛대 하나만 있으면 꺼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나는 이제 젊지도 않고 능숙하지도 않다. 나의 몸은 벌써 나도 모르게 늙어 있었다. 나는 이제 몸으로 일을 하는 대신에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머리와 가슴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만 한다. 더 보람차고 더욱 의미 있는 일을 해야만 하겠다. 나는 이제 지렛대가 너무 무섭다. 바위를 캐내지 못하고 오히려 나를 허공으로 들어올려버린 지렛대가 무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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