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윤동주 시인과 함께 34

― 별 하나에 쓸쓸함과

by 강산




윤동주 시인과 함께 34

― 별 하나에 쓸쓸함과





평생 달을 따라가는 별이 있다

달이 얼굴을 바꾸어도 변함없이

달 하나만 따라가는 별이 있다


나의 가장 오랜 친구는 심장병

평생 함께 살아야만 하는 친구

미워도 떠나보낼 수 없는 친구


다른 별들과 함께할 수 없는 별

평생 달만 따라가는 별이 있다

달 하나만 따라가는 별이 있다


오늘 밤하늘을 다시 한번 본다

평생 달을 따라가는 별이 있다

평생 별을 따라가는 달이 있다





16

서른 살까지 사는 것이 꿈이었다. 왼쪽 가슴이 아팠다. 남몰래 가슴을 안고 쓰러지는 들풀이었다. 내려다보는 별들의 눈빛도 함께 붉어졌다. 어머니는 보름달을 이고 징검다리 건너오셨고 아버지는 평생 구들장만 짊어지셨다. 달맞이꽃을 따라 가출을 하였다. 선천성 심장병은 나를 시인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나의 비밀은 첫 시집이 나오고서야 들통이 났다. 사랑하면 죽는다는 비후성 심근증, 심장병과 25년 만에 첫 이별을 하였으나 더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바다는 나를 이어도까지 실어다 주었다. 30년 넘게 섬에서 이어도가 되어 홀로 깊이 살았다. 나는 이제 겨우 돌아왔다. 섬에서 꿈꾼 것들을 풀어놓는다. 꿈속의 삶을 이 지상으로 옮겨놓는다. 나에게는 꿈도 삶이고 삶도 꿈이다. 꿈삶글은 하나다. 덤으로 사는 인생 하나 너에게 나를 보낸다.


17

제주도는 아직도 신들의 왕국이다. 1만 8천여 신들이 산다고 한다. 신들과 인간들이 함께 사는 공동체 공화국이다. 제주도는 신화의 땅이고 역사의 땅이고 평화의 땅이다. 저항의 땅이고 투쟁의 땅이고 항거의 땅이고 희생의 땅이다. 제주도는 항몽의 땅이고 유배의 땅이고 사삼의 땅이다. 바람의 땅이고 화산의 땅이고 여자들의 땅이다. 제주도의 새해는 신구간(新舊間)으로 온다. 신구간(新舊間)은 대한(大寒) 후 5일에서 입춘(立春) 전 3일 사이로 보통 일주일 정도이다. 이때 인간 세상을 관장하는 1만 8천여 신들이 모두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에게 한 해 동안 일어난 일을 보고한 뒤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고 내려온다고 한다.


18

제주도 사람들은 신들과 친하게 지내면서도 신들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신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사도 하고 집도 고치고 묘지를 손보기도 한다. 특히 제주도 묘지에는 돌담이 있는데 그 돌담을 산담이라고 한다. 그 산담도 신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손을 보기도 한다. 제주도의 1만 8천여 신들이 모두 하늘로 올라가는 기간이 있는데 그 기간을 신구간(新舊間)이라고 한다. 제주도에 파견된 신들은 모두 1년에 한 번씩 하늘로 올라가서 연말 보고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19

따라서 이 기간에는 지상에 신격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 이사나 집수리 등 평소에 금기되었던 일들을 하여도 아무런 탈이 없다고 믿었다. 대부분의 제주 사람들은 이 기간을 이용하여 평소에는 극히 꺼리는 일들을 처리한다. 변소와 외양간을 고치고, 뒤꼍의 나무를 자르고, 묘소의 담을 손보며, 이사를 한다. 특히 변소를 손보는 일은 반드시 신구간을 기다렸다가 한다. 신구간 기간에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이사이다. 제주 사람들은 지금도 신구간 기간에 일제히 이사를 하는데, 미처 집이 비워지지 않으면 택일한 날에 전기밥솥이라도 가지고 가서 밥을 지어먹어야 하는 것으로 믿는다. 전기밥솥을 사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아궁이에 불을 피워서 밥을 해 먹었다. 불씨 옮기기가 이사의 중요한 증표였음을 알 수 있다.


20

신구간의 풍속은 대체로 가신(家神)들이 관장하는 일과 연관되어 있다. 울타리 안의 이곳저곳을 손보는 것은 가신들이 울타리 안을 관장하는 일을 맡고 있다는 점과 연관되어 있다. 한편 이사를 하는 것은 새로운 가신들이 관장하는 세계로 옮겨 가는 것을 의미한다. 신구간이 아니라면 이들 여러 신에게 제각기 의례를 행하여 고하고 무탈하기를 기원해야 한다. 그러므로 여러 신들과 관련된 행위를 자유롭게 처리할 수 있는 시기인 신구간은 사람들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21

제주도 지역은 겨울에도 날씨가 따뜻하고 습기가 많아서, 신구간 기간과 같이 아주 추운 날씨에 이사를 하거나 집수리를 하지 않으면 탈이 날 염려가 있다. 이 때는 또한 농한기여서 일손을 구하기도 쉬웠다. 따라서 신구간 풍속이 지금까지 전승되는 데에는 제주도 지역의 환경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구간의 여러 풍습 중에서 이사 풍습은 지금도 많이 지켜지고 있다. 오일장이나 교차로 등과 함께 신구간이란 생활정보지도 있을 정도이다. 그러니 제주도로 이사 올 사람들은 신구간을 꼭 알아야만 한다.



https://youtu.be/AOVhauXgsd0?si=qlgWvCHnmx3_s9QO


윤동주-시인과-함께-34-―-별-하나에-쓸쓸함과-001.png



다운로드.jpg
진성시집.pn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