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얼굴이 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라도
얼굴이 꽃이다
꽃은 옷을 입지 않는다
꽃이 옷을 입으면
벌과 나비가 오지 못한다
사람은 늘 얼굴꽃은 벗고
둥지알은 입는다
나는 오늘도 부드럽게
깊은 둥지알을 돌려준다
사람의 얼굴꽃과 둥지알은
언제나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내 얼굴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은
나의 알이 아직도 살아 있기 때문이다
1988년 <문학사상> 신인발굴, 19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땅의 뿌리><잠시 머물다 가는 지상에서><길 끝에 서 있는 길><꿈섬><우리들의 고향><서천꽃밭 달문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