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꿈삶글

배진성 시인의 꿈삶글 0015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 좀 더 가까이

by 강산

배진성 시인의 꿈삶글 0015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 좀 더 가까이




정방폭포 암벽에 글자를 새겼다 세월이 지워버린 화두가 있었다

정방폭포 소리에 울음이 있었다 바람이 지워버린 눈물이 있었다

정방폭포 가슴에 무지개 피었다 득음의 독공소리 끊이지 않았다


서복 일행이 글자를 새기고 있었다 추사선생은 탁본을 하고 있었다

백조 한 마리 날아와 목을 풀었다 흑조 한 마리 날아와 몸을 풀었다

울혈을 토하고 절창을 하는 백조와 살풀이춤으로 길을 터주는 흑조


한라산을 기어서 내려오는 용 한 마리, 바다를 향해 용트림을 한다


정방폭포 위에서 베틀소리 들린다 비단과 무명과 삼베가 흩날린다

무명천 할머니 베틀 노래 부르며, 베를 짜서 수의를 만들어 날린다

정방폭포 아래서 웡이자랑 들린다 비설상 적시는 폭포수 흩날린다


정방폭포 주상절리에서 피아노 소리 들린다 둥둥 북소리도 들린다

삐그덕 탁탁 베틀소리에 깨어나 수의를 입는다 바다가 날개를 편다

저녁노을에 반짝이는 윤슬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하늘 가득 빛난다


온몸에 바느질자국 선명한 선인장 마을 무명천 할머니의 선창 소리와

북촌리 옴팡밭 순이삼촌, 거친오름 비설상 변병생 어머니 후렴소리에

정방폭포 수박령(水縛霊)들 함께 밤새 부르는 아, 울음의 절창(絶唱)


한라산에서 내려온 용 한 마리, 밤에도 쉬지 않고 베옷 입혀 흩날린다

쏴아아 쏴아아 쏴아아 오늘 밤에도 그날처럼 명령소리는 그치지 않고

으아아 으아아 으아아 오늘 밤에도 그날처럼 비명소리가 나를 울린다




좀 더 가까이




노래를 부르며 걸어서 간다


아아아 그대는 누구 신가요

나는 그대가 마음에 들어요

그대는 보면 볼수록 좋아요

나는 이제 그대에게 가지요


아아아 당신은 누구신가요

당신 발자국 소리가 좋아요

내게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

나는 이제 기다리게 되어요


아아아 우리 이제 만날까요

우리는 서로의 사랑입니다

좀 더 가까이, 좀 더 가까이

우리 이제는 하나가 될까요


아아 이것은 우리 꿈일까요

아 이것은 우리 사랑일까요

좀 더 가까이, 좀 더 가까이

우리 기어이 하나가 될까요


노래 가사를 받아서 적는다




낚시를 삼켜버린 갈치를 먹은 후부터




갈치조림과 갈치구이를 먹었다

머리끝부터 꼬리 끝까지

통째로 구워진 갈치가 누워 있었다

꼬리부터 남김없이 먹기 시작했다

차마 감지 못한 눈동자가 무서웠다

죽어서야 입 벌린 이빨이 섬뜩했다

그런데 아, 목구멍 깊숙이 박힌 낚시

미늘에 걸려 뱉어내지 못한 속울음


낚시를 삼켜버린 통갈치 구이 먹고

내 몸에도 하나 둘 낚싯바늘 박힌다

열 개 백 개 천 개 만 개 십만 개 백만 개

천만 개 일억 개 십억 개 백억 개 천억 개

더 이상 낚시 박힐 자리가 없어졌다

그 후에 나는 낚싯줄에 끌려 올라갔다


갈치는 수평으로 헤엄을 치기도 하고

갈치는 수직으로 칼춤을 추기도 한다

갈치는 바다에서 헤엄을 치기도 하고

갈치는 하늘에서 칼춤을 추기도 한다

나도 이제 낚시에 걸려 끌려 올라간다

나도 이제 갈치처럼 하늘에서 춤 춘다




갈치는 가고 멸치는 멸한다




갈치는 낚시로 잡고

멸치는 그물로 잡는다


갈치는 먹이로 잡고

멸치는 벗으로 잡는다


갈치는 홀로 잡히고

멸치는 떼로 잡힌다


갈치는 먹이를 조심해야 살고

멸치는 친구를 조심해야 산다


갈치는 가고 멸치는 멸한다


갈치는 낚시를 조심해야 살고

멸치는 그물을 조심해야 산다


갈치는 칼춤을 출 때 더욱 빛나고

멸치는 길을 바꿀 때 더욱 빛난다




징과 징소리




징은 아플수록

아름답게 운다


이어도에서 하늘만 보았다

이어도에서 바다만 보았다


하늘에서 징소리가 들린다

바다에서 징소리가 들린다


해가 낳은 징소리가

달빛 메아리로 여울진다


바다가 낳은 징소리가

숨비소리보다 깊은 물결로 퍼진다


정방폭포로 가는 사람들을 따라서

윤동주 시인과 함께 징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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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jkQo_5UxXsk?si=-H2pSrFF2OOYX1Gz





https://brunch.co.kr/@yeardo/2846



배진성 시인의 꿈삶글 0015

― 함께





2025년 6월 30일까지 시집 정리를 해야만 한다 그때까지 가능할까? 머릿속으로 미리 구상을 한다 시를 쓸 때와 시집을 만들 때는 마음이 많이 다르다 시집은 그냥 시들의 나열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시집에는 나름의 질서와 이야기가 있어야만 한다


지금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분열을 넘어 통합이 필요하다 혐오와 갈등을 넘어 사랑과 자비가 필요하다 전쟁이 아니라 평화가 필요하다 나는 아직 알 수 없다 어떤 시집이 탄생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생명과 평화를 향한 작은 빛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2025년 4월 21일(현지시간) 아침 7시 35분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셨다 나의 세례명도 프란치스코여서 더욱 마음이 아프다 그는 특히 가장 가난한 이들과 가장 소외된 이들을 지지했다 우리 시대의 아름다운 거울을 보면서 많이 반성하는 오늘이다


2013년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의 뒤를 이어 12년 간 재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지상에서 88년을 살고 하늘나라로 돌아가셨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참으로 청빈한 삶을 사셨고 가난한 이웃을 사랑했으며 평화를 염원하며 전쟁을 빨리 끝내라는 말씀을 남기고 떠나셨다고 한다




교황 남긴 유언장엔... "장식 없는 무덤에, 비문은 단 하나만"

신은별 2025. 4. 22. 06:42


교황청, 2022년 6월 작성된 유언장 공개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묻어달라"


"무덤은 땅속에 있어야 하며, 단순하고 특별한 장식 없이 단 하나의 비문만 있어야 한다: Franciscus(프란치스쿠스)"


바티칸 교황청이 21일(현지시간) 오전 선종(善終)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프란치스쿠스'는 교황의 이름을 라틴어로 한 단어. 다른 교황들과 달리 자신의 비문에 교황으로서의 재임 사실 등이 언급되기를 원하지 않은 것이다. 검소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가난한 이들의 성직자'로 불렸던 교황은 그렇게 남기를 원했다.


교황이 유언장을 작성한 때는 2022년 6월 29일이다. 그는 "제 세속적 삶의 일몰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영원한 삶의 생동감 있는 희망과 함께 매장 장소에 대해서만 유언을 남기고 싶다"며 "저의 육신이 부활의 날을 기다리며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성 마리아 대성당)에서 쉬도록 하기를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랑했던 성당이다. 대부분의 전임 교황은 사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 안장됐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장되는 교황은 1669년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이다. 교황은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 내 무덤의 위치를 정확히 지정했으며, 이를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 유언장에 도표까지 첨부했다.


그는 후원자가 자신의 장례식 비용을 마련했으며 해당 금액은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으로 이체될 예정이라고도 유언장을 통해 밝혔다. 후원자 이름을 따로 밝히지 않았다.


그는 유언장을 마무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를 사랑해 주시고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신 모든 분께 마땅한 보상을 내려주시기를 기도한다. 내 인생의 마지막을 차지한 고통을 주님께 올리니 세상의 평화와 민족 간의 형제애를 베풀어주시기를 기원한다."


한편 바티칸은 교황의 공식적인 사망 원인을 뇌졸중에 따른 심부전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안드레아 아르칸젤리 바티칸 보건위생국장은 교황의 사망 원인에 대해 "뇌졸중에 이은 혼수상태 그리고 되돌릴 수 없는 '심혈관 순환 붕괴(a coma and irreversible cardiocirculatory collapse)'에 따른 것"이라고 발표했다. 교황은 최근 폐렴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해 회복하던 중 이날 오전 88세로 선종했다. 교황은 21살 때인 1957년 늑막염으로 오른쪽 폐 일부를 잘라내는 등 호흡기 질환을 앓아왔다.


21일 오후 7시 30분(한국시간 22일 오전 2시 30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는 선종한 교황을 위한 첫 공개 추모 행사인 묵주기도가 수많은 신자가 모인 가운데 열렸다. 성 베드로 대성당 수석사제인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은 "결코 실망시키지 않으셨던 희망의 순례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도직을 통해 온 교회에 주신 주님의 은총에 감사한다"라고 말했다.


교황청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저녁 바티칸 내 교황 거처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입관이 이뤄진 뒤, 이르면 23일 오전 성베드로 대성당으로 옮겨져 일반 조문을 받게 된다. 22일 교황 선종 후 처음으로 추기경단 회의가 열리는데 이때 장례와 관련된 구체적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진성 프로필


1988년 《문학사상》 신인발굴 당선

19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yeardo@naver.com




시인의 말




서른 살까지 사는 것이 꿈이었다 왼쪽 가슴이 아팠다 남몰래 가슴을 안고 쓰러지는 들풀이었다 내려다보는 별들의 눈빛도 함께 붉어졌다 어머니는 보름달을 이고 징검다리 건너오셨고, 아버지는 평생 구들장만 짊어지셨다 달맞이꽃을 따라 가출을 하였다 선천성 심장병은 나를 시인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사랑하면 죽는다는 비후성 심근증, 심장병과 25년 만에 첫 이별을 하였다 그러나 더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바다는 나를 이어도까지 실어다 주었다 30년 넘게 섬에서 이어도가 되어 홀로 깊이 살았다 나는 이제 겨우 돌아왔다 섬에서 꿈꾼 것들을 풀어놓는다 꿈속의 삶을 이 지상으로 옮겨놓는다 나에게는 꿈도 삶이고 삶도 꿈이다 윤동주 시인을 다시 만나 함께 길을 찾는다 생명의 숲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마지막 순례를 떠난다




이어주는 섬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있다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물속에 발을 담그고 있다

섬들이 징검다리가 되어 나를 밟고 지나간다


내 안에 섬들의 발이 있다

내 가슴속에 섬들의 발자국이 있다


내 가슴속에 이어도가 있다

내 가슴속에 이어주는 섬이 있다

나는 징검다리 같은 이어도가 된다




징과 징소리




징은 아플수록

아름답게 운다


이어도에서 하늘만 보았다

이어도에서 바다만 보았다


하늘에서 징소리가 들린다

바다에서 징소리가 들린다


해가 낳은 징소리가

달빛 메아리로 여울진다


바다가 낳은 징소리가

숨비소리보다 깊은 물결로 퍼진다


정방폭포로 가는 사람들을 따라서

윤동주 시인과 함께 징을 찾아간다




사과꽃망울




득음을 위한 독공이 한창이다


사과나무속에서
고려청자 굽는 소리 들린다
조선백자 깨뜨리는 소리 들린다
수없이 많은 사금파리들이 쌓인다

사과나무속에서
사과를 미리 빚어보고 구워보고 깎아본다

벚꽃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성질 급한 봄꽃들이 속옷 바람으로 뛰쳐나와도
사과나무는
진득하니 사과나무속에서 사과만을 만들고 있다

울컥, 울혈을 토해내고 있다




꽃 한 송이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보았던 사람들, 이어도에서 하늘로 간다 죽어서도 하늘을 우러러본다 서천꽃밭으로 간다 버드나무 아래 우물에서, 동자들이 물을 길어와 꽃밭에 물을 주고 있다 숨결도 함께 주고 있다 서천꽃밭에서 꽃과 꽃씨를 챙겨 삼색 물을 건넌다


서천꽃밭을 나와 하늘에서 본다


소도였던 자리에 솟대가 세워져 있고, 마고할미가 살던 곳에 노고단이 있고, 단군이 내려왔던 곳에 참성단이 있고, 방사탑과 거욱대 위에 새와 돌이 있다


백두산도 보이고 지리산도 보이고 무등산도 보인다 한라산 백록담도 보이고 영실도 보인다 마라도와 가파도와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보인다


한반도 남쪽에는 수직으로 솟아오른 높은 건물들과 붉은 십자가들이 보인다 한반도 북쪽에는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이 미사일처럼 세워져 있다


윤동주 시인이 방학 때마다 타고 갔던, 고향 가는 철로가 기적소리처럼 펼쳐져 있다 강처중의 고향도 보이고 문익환의 고향도 보인다


하늘에서 다시 본다

한국과 중국과 일본 중간쯤

바다 위에 공 하나 떠 있다

손을 뻗친 손바닥 자국들이

비치볼에 가득 찍혀 있다


높은 하늘에서 본다

미국과 소련이 질러대던

럭비공 하나 떠 있다

축구공 하나 떠 있다

군홧발로 함부로 차던

족구공 하나 떠 있다


더 높은 하늘에서 본다

미국이 상대선수를 바꾼다

미국과 중국이 야구를 한다

미국과 중국이 탁구를 한다

빠따로 수없이 얻어맞은

상처투성이 야구공 하나 있다

찌그러진 탁구공 하나 떠 있다


하늘에서 다시 본다

알이 하나 있다

알이 움직이고 있다

알에서 깨어나고 있다


가장 소중한 꽃 한 송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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