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桑田碧海)라더니 뽕나무 밭은 바다로 변하고 잠실(蠶室)은 이미 빌딩 숲이 되었다
침대가 등을 놓아주지 않는다 침대와 등은 이미 하나가 되어버린 모양이다 안 된다 이러고 있으면 절대로 아니 된다 뒤집기라도 해야만 한다 그래야 기어서라도 침대에서 탈출을 할 수 있다
세상은 변하여 양잠도 이제는 입는 양잠에서 먹는 양잠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우선 색부터 흑백에서 칼라로 바뀌었다 누에도 이제는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가 되었다
이제는 실크옷만을 위하여 누에를 기르지 않는다 누에는 이제 건강식품이 되었다 냉동하여 만든 누에가루를 먹고 동충하초를 먹고 인공 고막을 만들고 인공 뼈를 만든다 누에는 이제 입는 옷감산업이 아니라 식품산업과 의료산업이 되었다
최근 양잠업은 동결건조 누에가루를 원료로 당뇨병 치료제, 숫번데기를 이용한 강장제, 익은누에를 이용한 간기능 개선 제품, 누에동충하초를 이용한 면역력 증강제품, 화장품 등 다양한 기능성 제품과 인공장기, 인공뼈, 인공고막 등 생명공학 소재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입는 양잠에서 먹는 양잠’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뽕잎을 따면서 가끔 오디를 따먹던 나도 이제는 푸른 뽕잎을 먹는다 뽕을 먹고 누에가 싼 똥도 약이 된다고 하지 않더냐 오디처럼 검게 반짝이는 누에똥도 세상을 밝히는 별이 되고 약이 된다고 하지 않더냐 그래, 나도 이제는 누에가 되어보자 푸른 뽕잎을 먹고 푸른 하늘이 되어보자꾸나
푸른 바다가 다시 뽕나무 밭으로 변하고 있다 빌딩 숲에서 다시 누에들이 고개를 들고 뽕잎을 갉아먹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조상들은 하늘에서 살았다 천충(天蟲)이었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좋았다 사람들의 안방이 좋았다 따뜻한 방에서 먹고 싸고 자고 놀기에 참 좋았다 먹이도 걱정 없고 똥도 바로바로 치워주었다 참으로 좋은 시절이었다
먹을 만큼 충분히 먹고 잠도 잘만큼 충분히 자고 나니 고향 생각이 났다 이제 좀 더 맑아지고 싶었다 투명해지고 싶었다 하늘이 되고 싶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내 몸 안으로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빛이 실이 되어 내 몸 안에 가득 찼다
평생 가랑비 소리를 내며 갉아먹은 뽕잎을 마지막 똥으로 밀어내고 내 몸 안에는 오직 투명한 빛으로 가득했다 맑고 환한 그리움으로 충만했다 이제는 입도 지워버리고 견사샘을 열었다 섶에 올라가 빛의 궁전을 짓는다 꿈의 궁전을 짓는다
꿈의 궁전에서 꿈을 꾸고 있는데 누군가 꿈을 흔들어 깨운다 그리움의 날개를 펴고 고향 하늘을 날아가는 꿈을 꾸고 있는데 밖에서 물레질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밖에서 나의 궁전을 허물고 있다 나의 궁전을 뜨거운 물로 녹이고 있다 팽형처럼 나를 삶아서 뜨거운 물에 담가서 나를 돌리고 있다 나의 빛의 궁전을 헐어서 실크옷을 만들겠다고 나의 간절한 꿈을 훔쳐가고 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더니 뽕나무 밭은 바다로 변하고 잠실(蠶室)은 이미 빌딩 숲이 되었구나
해마다 가정의 달 5월이면 누에씨 한 상자를 입양하곤 했다 꼭, 누에알이라고 말하지 않고 누에씨라고 말을 했다 손바닥만 한 그 작은 상자 안에 이만 개가 넘는 알이 들어있다고 말씀하셨다 입양 첫날부터 그 검은 알들은 안방의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 혹시 다칠까 봐 깃털로 조심조심 쓰다듬었다
어머니의 따뜻한 숨결소리에 개미누에들이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했다 개미누에들은 알에서 깨어나기 무섭게 젖을 찾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부드러운 뽕잎을 이유식처럼 잘게 썰어서 주었다 누에는 태어나면서 사람처럼 1살을 먼저 먹고 시작했다 누에들의 식욕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록 왕성했다
누에는 먹고 싸고 먹고 싸고 먹고 싸고 자고 벗었다 잠을 자고 일어나 옷을 입지 않고 허물을 벗었다 몸에 맞지 않는 허물을 벗고 나면 또다시 먹고 싸고 먹고 싸고 먹고 싸고 자고 벗었다 허물을 벗고 얼굴의 가면까지 벗고 새롭게 태어날 때마다 엄청난 크기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네 번의 잠과 네 번의 부활로 다섯 살의 성충이 되었다 몸무게는 무려 1만 배로 늘었다
뽕잎을 썰어주던 어머니는 뽕잎을 찢어주다가 그냥 뽕잎을 통째로 주다가 나중에는 뽕잎을 딸 시간도 없이 그냥 뽕나무 가지째로 채반에 올려주어야만 했다 손바닥만 한 작은 상자로 시작한 누에치기는 안방뿐만 아니라 윗방까지 가득 차서 다른 식구들은 건넌방으로 쫓겨나고, 백 개가 넘는 대나무 채반으로 바닥에서 천장까지 가득 찼다
어머니는 누에방에서 누에들과 함께 살아야만 했고 나와 동생은 산밭에 가서 뽕나무를 베어 지게로 지고 와서 마당에서 뽕잎을 따야만 했고 나중에는 먹성 좋은 누에의 머슴이 되어 뽕나무 가지를 대강 다듬어주기도 바빴다 그러다가 몇 번은 뽕잎이 부족해서 먼 산을 돌아다니며 산뽕까지 구해와야만 했다 어머니는 알을 품은 암탉처럼 방에서 나오시지 못했다
정방폭포는 아직도 오키나와를 바라보고 있다
탐라왕국은 아직도 류큐왕국을 생각하고 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폭탄이 막았다
탐라왕국의 운명은 잠시 미루어졌을 뿐이었다
전쟁을 좋아하는 미국은 일본이 항복하자
소련과의 새로운 전선을 서둘러서 만든다
일본을 정복한 미국은 엉뚱한 짓을 한다
한국을 남북으로 나누어 삼팔선을 긋는다
전쟁으로 재미를 본 미국은 냉전을 시작한다
이제는 공산주의와의 전쟁을 전격 선포한다
일본까지 밀고 들어온 미국은 한국을 본다
제주도에서부터 살금살금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오키나와 전투를 생각하며 한국을 먹는다
두류왕국을 정복하듯 탐라국을 정복한다
정방폭포는 아직도 오키나와를 생각하고 있다
제주도민은 아직도 오키나와를 슬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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