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내일은 없다
3.1 내일은 없다
고향집이 나를 부른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함부로 갈 수 없었던 고향
이제는 돌아가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돌아가야만 한다
나를 기다리다 지쳐
담장과 창고와 작은방과 화장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마을 입구가 보기 싫다며
이제는 떠나보내주자던 이장님
빈집정비공사로 정리를 하였다
이제는 본체와 가겟체와 부엌만 남았다
내일은 꼭 찾아가야겠다
찾아가서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겠다
구들장 아래 엎드려있을
지난날의 아픔과 눈물과 후회까지
따뜻하게 안아주어야만 하겠다
흰 뼈들의 산이 있다
한 번도 안이 되어보지 못한 뼈
뼈의 속까지 모두
새들에게 내어주고
흰모래가 되어가는 새꼬막들이 있다
꼬마야 울지 마라
움막으로 살았던 꼬마야 울지 마라
움막처럼 살았던 꼬마야 울지 마라
누가 너에게 와농자(瓦聾子)라고,
누가 너에게 방사륵(放射肋)이라고,
함부로 말을 할 수 있겠느냐
꼬마야, 너는 결코 귀머거리가 아니다
솥 안의 흰 눈물이 산으로 쌓이니
솥뚜껑이 새가 되어 날아가는구나
사람의 길 끝에 있는 자궁항
어머니 자궁에서 땅의 자궁으로
우리는 모두 궁항에서 궁항으로
저물어가는 여자만의 노을빛
소뎅이항 곁에 새, 꼬막산
일찍 죽은 뼈들은 고향에 묻히고
도시로 간 뼈들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데
예복을 입고 곡비처럼 울고 있는 갈매기
그래도 소뎅이 갯벌에서는 어린 꼬막들이 지금도 꿈틀거리고 있다
6
소뎅이항 꼬막산에서 갈매기들이 운다
조장(鳥葬)에 참여한 곡비들 사람처럼,
1
흰 산이 있다
흰 뼈들의 산이 있다
한 번도 안이 되어보지 못한 뼈들이 있다
뼈의 속까지 모두
새들에게 내어주고
흰 모래가 되어가는 새꼬막들이 있다
2
꼬마야 울지 마라
움막으로 살았던 꼬마야 울지 마라
움막처럼 살았던 꼬마야 울지 마라
누가 너에게 와농자(瓦聾子)라고,
누가 너에게 방사륵(放射肋)이라고,
함부로 말을 할 수 있겠느냐
꼬마야, 너는 결코 귀머거리가 아니다
3
솥 안의 흰 눈물이 산으로 쌓이니
솥뚜껑이 새가 되어 날아가는구나
4
소뎅이길 끝에 소뎅이항이 있다
사람의 길 끝에 자궁항이 있다
어머니 자궁에서 땅의 자궁으로
우리는 모두 궁항에서 궁항으로
저물어가는 여자만의 노을빛이다
5
소뎅이항 곁에 새, 꼬막산이 있다
일찍 죽은 뼈들은 고향에 묻히고
도시로 간 뼈들은 보이지 않는다
새꼬막은 죽어서도 새가 되지 못하고
사람은 죽어서도 뼈를 땅속에 숨긴다
6
움막에 살던 꼬마는 꼬막이 되었고
움막 안에 새 한 마리 날아 들었다
새꼬막은 죽어서 새의 몸이 되었다
장례에 참여한 갈매기 곡비 되었고
꼬막 된 꼬마는 평생 움막에 살다가
가슴을 열어 알맹이는 새 몸 되었고
껍데기는 중생들을 배 부르게 하고
사람의 얼굴이 되어 환하게 웃는다
6
소뎅이항 꼬막산에서 갈매기들이 운다
조장(鳥葬)에 참여한 곡비들 사람처럼,
1
흰 산이 있다
흰 뼈들의 산이 있다
한 번도 안이 되어보지 못한 뼈들이 있다
뼈의 속까지 모두
새들에게 내어주고
흰 모래가 되어가는 새꼬막들이 있다
2
꼬마야 울지 마라
움막으로 살았던 꼬마야 울지 마라
움막처럼 살았던 꼬마야 울지 마라
누가 너에게 와농자(瓦聾子)라고,
누가 너에게 방사륵(放射肋)이라고,
함부로 말을 할 수 있겠느냐
꼬마야, 너는 결코 귀머거리가 아니다
3
솥 안의 흰 눈물이 산으로 쌓이니
솥뚜껑이 새가 되어 날아가는구나
4
소뎅이길 끝에 소뎅이항이 있다
사람의 길 끝에 자궁항이 있다
어머니 자궁에서 땅의 자궁으로
우리는 모두 궁항에서 궁항으로
저물어가는 여자만의 노을빛이다
5
소뎅이항 곁에 새, 꼬막산이 있다
일찍 죽은 뼈들은 고향에 묻히고
도시로 간 뼈들은 보이지 않는다
새꼬막은 죽어서도 새가 되지 못하고
사람은 죽어서도 뼈를 땅속에 숨긴다
6
소뎅이항 방파제에서
구름을 찍는 사람이 있다
구름을 가슴에 가꾸는 사람이 있다
구름 목장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다
여자도와 팔영산 사이로 흘러가는
구름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예술도 인생도 모두가 기다림 아닐까
팔영산 해무를 기다리는 사람 곁에서
나는 꼬막산에서 진행되는 조장을 본다
조장 (鳥葬)을 집행하는 갈매기들도
예복을 입고 곡비처럼 울고 있다
7
기둥이 무너지는 꿈을 꾸었다
대들보가 무너지는 꿈을 꾸었다
나는 오늘 빡센 놈을 만났다
나에게는 깡다구가 없었다
기둥도 없이 대들보도 없이
움막에서도 당당하게 사는 꼬막
나는 오늘 꼬막에게 길을 배운다
나는 오늘 꼬막에게 뼈를 배운다
8
나는 트럭에 실려가 불판에 오를까
아니면
저 꼬막산으로 올라가 몸을 말릴까
육십 년 가까이
갯벌 속에 숨어 살았던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잘 돌아갈 수 있을까
어디에서 기다려야 잘 갈 수 있을까
9
새꼬막 안에 새가 산다는 소문도 있다
아직까지 누구도 보지 못했지만
껍데기의 잔털이
안에 사는 새의 깃털을 증거한다고
억지 주장을 하는 사람도 가끔 있다
*
소뎅이길에서 소뎅이를 찾기 시작한다 솥뚜껑 모양을 찾아보기 시작한다 봉전마을과 광암마을 사이 방끝 섬이 솥뚜껑으로 보인다 물이 빠지면서 길이 길을 걸어간다 봉전마을에서 광암마을로 간다 소뎅이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소뎅이항에 꼬막산이 있다 오늘도 소뎅이항 꼬막산이 자란다 단도 섬이 지척인 꼬막산이 더 높다 새꼬막 양식장에서 배 가득 싣고 와 바지선에 설치된 선별기로 선별한다 원통 선별기를 통과하지 못한 꼬막, 컨베이어벨트 타고 올라와 산이 된다 자루에 담겨 저울에 앉았다 올라온 새꼬막들은 트럭을 타고 떠나간다 트럭을 타고 떠난 꼬막은 행복할까 꼬막산에서 갈매기 먹이가 된 꼬막, 빗물에 바닷물 다 씻어내고 화장품의 원료가 되거나 사료로 부활하는 껍데기는, 도시로 떠난 꼬막보다 더 행복할까 곁에 있는 소뎅이횟집과 소뎅이 에덴가든에 물어보니 소뎅이는 없어지고 꼬막산만 남았다고 한다 소뎅이는 선착장 확장공사로 없어지고 소뎅이길만 여자만 갯노을길로 갈어가고 있다 또 다른 곳에 물어보니, 옛날에는 섬처럼 떨어진 여로 솥뚜껑처럼 보였으나 선착장 확장공사로 팔각정 곁에 흔적은 남아 있으나 솥뚜껑으로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한다 소뎅이바위는 유명무실한 과거가 되고 소뎅이길만 남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