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 오늘이더라
3.10 오늘이더라
너무나 오랫동안 비워두어서 미안하다
오랫동안 방치해 두어서 참으로 미안하다
사랑하기에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란다
너무나 슬퍼서 도저히 찾아오지 못했던
못난 나를 부디 용서해 다오
스스로 떠나신 어머니도 이제는 잊는다
축축한 사랑의 아궁이에 불을 넣는다
너무 오랫동안 어둠과 함께 살았으니
고래가 시원하게 뚫리려면 연기 나겠지
거꾸로 나온 연기에 눈물 콧물 흘린다
서툰 사랑을 받아주는 아궁이가 고맙다
구들장 밑에 쌓여있던 어둠을 몰고 간다
굴뚝으로 피어오르는 사랑의 신음소리
아, 사랑이 아직 죽지 않아서 천만다행
아랫목부터 따뜻하게 눈물이 말라간다
자, 이제부터 고장 난 사랑을 수리한다
가장 취약한 부엌부터 숨결을 넣는다
아궁이를 살리고 구들을 살리고 굴뚝을,
오늘은 사랑의 아궁이에 불을 넣어보고
내일은 부엌의 지붕을 수리해야만 한다
담장 무너지지 않으려면 빗물을 막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