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 ……
고라니 한 마리 누워 있다
아스팔트 길가에 누워 있다
피를 흘리고 누워서
아침에도 일어서지 못한다
곁에서 울고 있는
나팔꽃 눈시울이 붉다
붉게 우는 나팔꽃
목젖이 해보다 더 부어있다
아는지 모르는지
사마귀 한 마리 알을 낳고 있다
사마귀도 눈물을 흘리며
힘껏 알을 낳아 붙이고 있다
1988년 <문학사상> 신인발굴, 19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땅의 뿌리><잠시 머물다 가는 지상에서><길 끝에 서 있는 길><꿈섬><우리들의 고향><서천꽃밭 달문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