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童舟와 童柱와 東柱와 海煥이

― 이어도공화국 꿈삶글 0019

by 강산





동주(童舟) 동주(童柱) 동주(東柱) 해환(海煥) / 배진성





당신은 나의 스승이요 나의 저자이시니,/나에게 영광을 안겨 준 아름다운 문체는/오로지 당신에게서 따온 것입니다//나를 돌이키게 한 저 맹수를 보십시오,/이름 높은 현인이시여, 내 혈관과 맥박을/떨리게 하는 저놈에게서 나를 구해 주십시오"//내 눈물을 보고 그분이 대답하셨다/"이 어두운 곳에서 살아남고 싶다면,/너는 다른 길로 가야 할 것이다//네가 보고 비명을 지르는 이 짐승은/누구도 자기 길로 살려 보내지 않고/오히려 가로막으며 죽이기도 한다 『신곡(神曲)』10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序詩)」 ,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겨서, 온 겨레가 절망과 슬픔으로 가득했을 때, (1941년 11월 20일)에 쓴 시, 그때 윤동주 시인의 나이는 24세, 그러니까 이 시가 태어난 지가 벌써 84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오늘날까지 이 시를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윤동주 시인은, 1945년 2월 16일 오전 3시 36분,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8세의 꽃다운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시인이 쓴 이 시는 영원히 가슴에 남아, 오늘도 편리함과 탐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우리들의 양심을 흔들어 깨운다 지구 온난화에서 지구 가열화로, 기후 변화에서 기후 위기로, 이젠 기후 비상사태란 말까지 들리는 이 시대에 우리들이 꼭 회복해야 할 마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우리들의 하나뿐인 소중한 지구까지 죽어가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이런 마음이 아닐까?


윤동주 시인이 직접 쓴 육필 원고에는 시집 제목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아래 童舟(동주)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東柱(동주)가 아니라 童舟(동주)라고 썼다 윤동주의 본명은 윤동주(尹東柱)이지만 작품을 발표할 때는 주로 필명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童舟, 童柱, 東柱……, 이 중에서 윤동주 시인이 살아있을 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시집으로 발행했다면, 어쩌면 童舟라는 이름으로 발행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육사 시인도 다양하게 '육사'라는 이름을 변주하여 사용했는데, 윤동주 시인 역시 자신의 이름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참고로 윤동주 시인의 아호는 해환(海煥)이었다


나도 나의 이름에 대하여 생각한다 내가 지금까지 사용했던 이름들을 생각한다 이어도란 이름을 생각한다 배진성이란 이름을 생각한다 강산이란 이름을 생각한다 성인해란 이름을 생각한다 성진이란 이름을 생각한다 특히 내 전생의 이름은 배진성이었는데 아버지 친구분이 지어주신 이름이라고 들었다 술 한 잔 얻어마시고 지어주신 이름이라고 들었다 신발가게 아저씨가 지어준 이름이라고 하였다 진성은 토성의 다른 이름이다 그리하여 나는 토성에서 배를 타고 왔다고 생각하곤 하였다 그리하여 나의 고향은 어쩌면 토성이 아닐까 생각하곤 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특히 흙의 별, 토성을 각별히 사랑하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