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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Feb 23. 2021

한라산과 아이들

- 강산 시인의 꿈삶글 24





군대 간 작은 아들이 3개월만에 휴가를 나왔다. 두 아들을 이제 다 키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스스로 잘 자랐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껏 잘 자라주어서 고맙다. 많이 부족한 아빠를 만났지만 스스로 잘 자라주어서 참으로 고맙다. 앞으로도, 우리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향기롭고 아름다운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휴가 나온 아들이 한라산에 함께 가는 것 보다는 집에서 푹 쉬었다가 다시 복귀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예전에 한라산에 데려가서 고생 시킨 일이 떠올라 찾아보았다. 두 아들은 아주 어릴때부터 한라산에 다니곤 하였다. 걷지도 못하는 아이들을 업고 안고 올랐던 기억이 새롭다. 제주도는 이제 아이들의 고향이 되었다. 나는 제주도 토박이들이 부러운 이방인으로 살았지만 아이들에게는 제주도가 고향이다. 그리하여 나에게도 이제는 절반쯤 고향처럼 느껴진다.


2005년 4월 3일에 나와 아이들은 한라산에 다녀왔다. 4월이어서 나는 봄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들은 가벼운 마음과 가벼운 옷차림으로 한라산을 올랐다. 하지만 해안가와 한라산은 완전히 달랐다. 4월에도 한라산은 겨울이었다. 준비가 부족했던 우리들은 봄으로 출발하여 겨울을 올라갔다. 그래서 일회용 비옷을 꺼내서 입었고 혹시 몰라서 가져간 검은 비옷도 꺼내서 입어야만 했다. 그리고 신발이 부실해서 나중에는 일회용비닐까지 꺼내서 양말 대신 신었던 기억이 난다. 해안쪽에서 바라보는 한라산과 직접 올라서 체감하는 한라산은 완전히 달랐다. 지금 생각하면 좋은 추억이었지만 그때는 아이들에게 참 많이 미안했다. 그 추억이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 2005년 4월 3일 한라산에(어리목코스)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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