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도공화국 시와 음악카페 달문moon 39
길이었다
덜 자란 몸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
어머니는
방물을 파셨고
새벽 샛강의
입김 자욱한
안갯속으로
떠나시곤 했다
나는
담장 밑에 펼쳐놓은
꼬막껍질에
쑥국 끓이기
놀이를 하며 자랐다
노을만 어렵게
어렵게 감아 들이던
바람개비가
스스로의 바람결을
가늠할 수 있을 때
물오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파랑 간짓대 들고
오리 떼를 몰아내던
골목이
심하게 흔들렸다
어머니 뒷모습을
지우던
안갯속으로
하얀 꽁무니가
사라지고
나도 그 속으로
따라
날아가고 싶었다
할아버지 산소가
보이는 징검다리
사이로 햇살이
주검처럼
부서지며 흘러갔다
하류에서
한 몸으로
몸을 섞기 위해
취로사업 나가신
아버지가
무너진 둑에
묻히고
작업복이 천수답
허수아비에
내걸리던 날도
나는 그
저수지 뚝에서
삐비 꽃을
뽑아먹고
돌아오는 길
가로수
구멍 속에
몇 개의 돌을
더 던져 넣었다
어머니가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지는 줄도
몰랐다
그 해 여름
장마는
담장의
발목을 적셨고
두꺼비 같은
우리 식구들은
한밤중에
회관으로
기어
올라갔었다
학교 앞
코스모스로
기다리기를
즐겼다
하학종소리
사이로 보이는
형의
검정고무신
앞은
발가락이
먼저
나와 있었고
생활 보호 대상자
가족 앞으로
달려오는
옥수수 빵과
건빵
나는 그것이
좋았다
우리는
뿔 필통 속
몽당연필로
흔, 들, 리, 며,
징, 검, 다, 리,
건, 넜, 다,
끈이 풀리는
소리로
흘러가는
여울물 소리는
우리를
다시
묶어주었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징검다리를
잘도
건너 다녔다
수수깡으로
안경을
만들어 끼고
기차놀이하던
우리들은
그 새끼줄 속에서
자유로웠다
우리들의 기차는
징검다리를
비로소
건너 다녔고
오후의 서툰
기적소리 울리며
동구 밖까지
나가 놀던
소아마비 동생은
밤이 늦도록
돌아오지 못했다
찾다가
찾아보다가
어린 집배원이
된 큰 형도
동생의 소식은
가져오지 못하고
한 떼
건너가는
동네 아이들만
오래도록
바라보곤 했다
여울물 소리는
끈이 풀리는
소리였고
또다시
묶이는 소리였다
방직공장에 취직했던
누이가
파란 눈의 아이를
보듬고 돌아와
빨래터에는
방망이질 소리가
잠들지 않았고
헛발 짚은 어머니는
물속에 더욱
자주 빠지셨다
………………,
배고픔과 어머니
………………,
들판에 흐드러진
달맞이꽃 사이로
그렇게 어머니는
젖은 보름달을
이고
늦게
돌아오시곤 했다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있다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물속에 발을
담그고 있다
섬들이
징검다리가 되어
나를 밟고
지나간다
내 안에
섬들의
발이 있다
내 가슴속에
섬들의
발자국이 있다
내 가슴속에
이어도가 있다
내 가슴속에
이어주는
섬이 있다
나는
징검다리 같은
이어도가 된다
계절이
징검다리처럼
걸어가네
계절이
징검다리처럼
흘러가고 있네
나의 계절은
가을로 깊어가네
바람이 부네
가을바람이 부네
가을바람은
자꾸 나에게
말을 걸어오네
가을바람은 자꾸
날더러
바람이 돼라 하네
가을바람은 자꾸 날더러
가을이 돼라 하네
가을바람은 자꾸 날더러
단풍이 돼라 하네
마지막 남은 목숨
사랑만 하라 하네
오직 사랑으로만
타오르는
꽃이 돼라 하네
가을바람은 자꾸만
나에게 바람이
돼라 하네
가을바람은 자꾸만
나에게
단풍이 돼라 하네
가을바람은 자꾸만
나에게 가을이
돼라 하네
겨울이 오기 전에
가을이 돼라 하네
봄으로
다시 꽃 피는
가을이 돼라 하네
가을바람은 자꾸만
날더러
떠나는 바람이 아니라
만나는 바람이 돼라 하네
가을바람이 먼저
징검다리 건너 가네
계절이 흘러가는
세월의 강물에
가을바람이 먼저 가서
겨울의 징검돌을 놓네
봄으로 가는
징검돌을 놓고 있네
https://youtu.be/G6jtH74Aypk?si=i28t-LHJ2ZFSk9s3
https://youtu.be/kakGvIgD1Iw?si=RsfnsbpRXSo1pO5-
https://youtu.be/HAhACiSwhx8?si=ZCn1TxETuveR1j7h
https://youtu.be/0uX_-NbBTmA?si=c95M_2UUa75VQgYF
https://youtu.be/05ODK67dc8Y?si=TIF5Nxf1WPn8A53B
https://youtu.be/D61mi4AQB9g?si=B3-1vFADnA70J3Z6
https://youtu.be/nFCCjFVMkcI?si=mxkFdHIZ0P0-aaXC
https://youtu.be/ULJ79KmLmRM?si=uMFqyq-YhKaIt_NZ
https://youtu.be/AWpRPuCdfE8?si=5Hu0wzWccxYAIppE
https://youtu.be/WI6VhmcgoOw?si=PJz591Pu1hRKfJRd
하나
길이었다 덜 자란 몸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
어머니는 방물을 파셨고 새벽 샛강의
입김 자욱한 안갯속으로 떠나시곤 했다
나는 담장 밑에 펼쳐놓은 꼬막껍질에
쑥국 끓이기 놀이를 하며 자랐다
노을만 어렵게 어렵게 감아 들이던
바람개비가 스스로의 바람결을 가늠할 수 있을 때
물오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파랑 간짓대 들고
오리 떼를 몰아내던 골목이 심하게 흔들렸다
어머니 뒷모습을 지우던 안갯속으로
하얀 꽁무니가 사라지고
나도 그 속으로 따라 날아가고 싶었다
둘
할아버지 산소가 보이는 징검다리 사이로 햇살이
주검처럼 부서지며 흘러갔다 하류에서
한 몸으로 몸을 섞기 위해 취로사업 나가신
아버지가 무너진 둑에 묻히고 작업복이 천수답
허수아비에 내걸리던 날도 나는 그 저수지 뚝에서
삐비 꽃을 뽑아먹고 돌아오는 길
가로수 구멍 속에 몇 개의 돌을 더 던져 넣었다
어머니가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지는 줄도 몰랐다
그 해 여름 장마는 담장의 발목을 적셨고
두꺼비 같은 우리 식구들은
한밤중에 회관으로 기어 올라갔었다
셋
학교 앞 코스모스로 기다리기를 즐겼다
하학종소리 사이로 보이는 형의 검정고무신 앞은
발가락이 먼저 나와 있었고 생활 보호 대상자
가족 앞으로 달려오는 옥수수 빵과 건빵
나는 그것이 좋았다 우리는 뿔 필통 속 몽당연필로
흔, 들, 리, 며, 징, 검, 다, 리, 건, 넜, 다,
끈이 풀리는 소리로 흘러가는 여울물 소리는
우리를 다시 묶어주었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징검다리를 잘도 건너 다녔다
넷
수수깡으로 안경을 만들어 끼고 기차놀이하던
우리들은 그 새끼줄 속에서 자유로웠다
우리들의 기차는 징검다리를 비로소 건너 다녔고
오후의 서툰 기적소리 울리며
동구 밖까지 나가 놀던 소아마비 동생은
밤이 늦도록 돌아오지 못했다 찾다가 찾아보다가
어린 집배원이 된 큰 형도
동생의 소식은 가져오지 못하고 한 떼
건너가는 동네 아이들만 오래도록 바라보곤 했다
다섯
여울물 소리는 끈이 풀리는 소리였고
또다시 묶이는 소리였다 방직공장에 취직했던
누이가 파란 눈의 아이를 보듬고 돌아와
빨래터에는 방망이질 소리가 잠들지 않았고
헛발 짚은 어머니는 물속에 더욱 자주 빠지셨다
……………… 배고픔과 어머니 ………………
들판에 흐드러진 달맞이꽃 사이로 그렇게 어머니는
젖은 보름달을 이고 늦게 돌아오시곤 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다시 윤동주 시인을 만나는 이유는 하나다. 내 시의 출발점이었던 윤동주 시인을 다시 만나서 새롭게 검검하고 더욱 새롭게 다시 출발하기 위함이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내가 다른 곳에서 허송세월을 보내는 동안 세상은 많이 바뀌었고 우리나라 문학판 또한 많이 변했다. 그동안 윤동주 시인에 관한 자료들도 많이 정리가 되었고 나 또한 이제는 나의 문학을 정리하고 좀 더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아야만 할 때가 되었다. 나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 또다시 윤동주 시인의 촛불을 함께 들고 내가 가야 할 올바른 길을 찾아서 끝까지 가야만 한다.
윤동주 시인에서 출발하여 김소월, 한용운, 이육사, 백석, 정지용, 이상, 김영랑, 김수영, 이용악, 김종삼, 김춘수, 오규원, 정현종, 황동규, 이성복, 기형도, 신경림, 박노해, 김용택, 안도현, 이산하, 이재무, 이능표, 장석주, 김인호, 김도수, 이원규, 박두규, 박남준, 김세홍, 신병은, 박해미, 나희덕, 김기택, 정끝별, 이병률, 문태준, 조현석, 김해화, 김남권, 신휘, 현택훈...., 많은 시인들의 장점들을 배우면서 나의 문학을 완성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나는 나 자신을 더욱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는 사실 겨우 출발만 하였고 문학의 길을 본격적으로 가지 못했다. 시인의 길을 제대로 가지 못했다. 그동안의 나의 과오를 철저히 분석하여 새롭게 출발하고자 반성하고 반성하고 또다시 반성하기 위하여 윤동주 시인의 촛불을 먼저 들기 시작하였다.
내 시의 출발점은 <징검다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예대에는 두 개의 문학상이 있었다.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학보사에서 주관하는 예대문학상이 있었고 교지에서 주관하는 예장문학상이 있었다. 이병률 시인은 예대학보사 편집장이었다. 그리고 교지 편집장은 이기인 시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나는 그 당시 불교 동아리 예불회 회장이었다. 1987년 이병률 시인은 예대문학상을 받았고 나는 같은 해에 예장문학상을 받았다. 그렇게 출발은 같았으나 지금은 너무나 먼 거리에 있다. 나는 앞으로 이병률 시인에게 많은 것들을 배워야만 한다. 이병률 시인에게는 참으로 배울 점이 많다. 훌륭한 인격과 뛰어난 예술혼을 가진 아름다운 예술가에게 나는 앞으로 많은 것들을 배워야만 한다.
하나
길이었다 덜 자란 몸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
어머니는 방물을 파셨고 새벽 샛강의
입김 자욱한 안갯속으로 떠나시곤 했다
나는 담장 밑에 펼쳐놓은 꼬막껍질에
쑥국 끓이기 놀이를 하며 자랐다
노을만 어렵게 어렵게 감아 들이던
바람개비가 스스로의 바람결을 가늠할 수 있을 때
물오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파랑 간짓대 들고
오리 떼를 몰아내던 골목이 심하게 흔들렸다
어머니 뒷모습을 지우던 안갯속으로
하얀 꽁무니가 사라지고
나도 그 속으로 따라 날아가고 싶었다
둘
할아버지 산소가 보이는 징검다리 사이로 햇살이
주검처럼 부서지며 흘러갔다 하류에서
한 몸으로 몸을 섞기 위해 취로사업 나가신
아버지가 무너진 둑에 묻히고 작업복이 천수답
허수아비에 내걸리던 날도 나는 그 저수지 뚝에서
삐비 꽃을 뽑아먹고 돌아오는 길
가로수 구멍 속에 몇 개의 돌을 더 던져 넣었다
어머니가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지는 줄도 몰랐다
그 해 여름 장마는 담장의 발목을 적셨고
두꺼비 같은 우리 식구들은
한밤중에 회관으로 기어 올라갔었다
셋
학교 앞 코스모스로 기다리기를 즐겼다
하학종소리 사이로 보이는 형의 검정고무신 앞은
발가락이 먼저 나와 있었고 생활 보호 대상자
가족 앞으로 달려오는 옥수수 빵과 건빵
나는 그것이 좋았다 우리는 뿔 필통 속 몽당연필로
흔, 들, 리, 며, 징, 검, 다, 리, 건, 넜, 다,
끈이 풀리는 소리로 흘러가는 여울물 소리는
우리를 다시 묶어주었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징검다리를 잘도 건너 다녔다
넷
수수깡으로 안경을 만들어 끼고 기차놀이하던
우리들은 그 새끼줄 속에서 자유로웠다
우리들의 기차는 징검다리를 비로소 건너 다녔고
오후의 서툰 기적소리 울리며
동구 밖까지 나가 놀던 소아마비 동생은
밤이 늦도록 돌아오지 못했다 찾다가 찾아보다가
어린 집배원이 된 큰 형도
동생의 소식은 가져오지 못하고 한 떼
건너가는 동네 아이들만 오래도록 바라보곤 했다
다섯
여울물 소리는 끈이 풀리는 소리였고
또다시 묶이는 소리였다 방직공장에 취직했던
누이가 파란 눈의 아이를 보듬고 돌아와
빨래터에는 방망이질 소리가 잠들지 않았고
헛발 짚은 어머니는 물속에 더욱 자주 빠지셨다
……………… 배고픔과 어머니 ………………
들판에 흐드러진 달맞이꽃 사이로 그렇게 어머니는
젖은 보름달을 이고 늦게 돌아오시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