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도공화국 시와 음악카페 달문moon 40
월대천 끝에 징검다리 있다
바다 입구에 징검다리 있다
한라산 물 바다로 내려간다
바닷물 한라산 쪽으로 간다
월대천과 제주 바다의 경계,
썰물에는 은어들이 내려가고
밀물에는 실뱀장어 올라온다
썰물에는 사람들이 건너가고
밀물에는 바닷물이 건너온다
강아지는 사람과 함께 건너고
참게들은 사람들 몰래 건넌다
나는 징검다리 입구에 눕는다
팽나무 아래 거꾸리에 눕는다
나무 끝으로 올라가는 물소리
물관 속으로 올라가 눈을 뜬다
여울물소리는 봄 잎으로 피어
기지개 켜며 하늘 걷기를 하고
나의 마음은 구름을 따라간다
알작지의 돌 보고 와불도 본다
관탈섬도 보고 추자섬도 본다
광양포구 정병욱 본가도 본다
마룻장 아래 숨겼던 원고 본다
섬진강을 따라 반월산에 간다
연어의 종착역까지 따라간다
늦게, 돌아온 왜가리 한 마리
오늘 밤에도 저녁상을 차린다
월대 아래
월대천변 돌마루에서
어린 참게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쪼그려 앉아서
자세히 보니
왼손잡이도 있고
오른손잡이도 있다
양손잡이도 있고
손이 없는 게도 있다
손이 없어 발로
먹는 게들도 있다
밥에는 관심도 없이
해찰하는 게들도 있다
밥상을 박차고 나가
친구들과 놀기에
바쁜 게들도 있다
손장난을 하고
발장난을 하는
게들도 있다
누가 빼앗아 먹을까 봐
혼자 숨어서 먹는
놈들도 있고
겁이 많아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몰래 숨어서 먹는
놈들도 있다
동구밖까지 나가서
놀기에 바쁜 놈도 있고
애인이라도
만나러 가려는 듯
물거울 앞에서
오래도록 꽃단장하는
놈도 있고
그런 게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무래도
물보다 땅이 더 좋은지
갈수록 땅으로
더 많이
기어오르고 있다
머지않아
이 게들의 종족은
물의 세계에서
땅의 세계로 올라와서
살 것만 같다
아무래도 이 게들은
지금도 쉬지 않고
진화를 거듭하고
있을 것만 같다
아무래도 이 게들은
벌써 이 지상에서
자신들만의 굴 속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이미 모습을 바꾸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들어가지 못하는
자신들만의 굴을
들락거리며
나와 술래잡기를
하려는 듯
자꾸만 나에게 함께
놀이를 하자고 한다
그러면서도 아직은 겁이
많아서 경계심이 많아서
자신보다 약한 놈에게
망을 보라고 시켜두고
살짝살짝 곁눈질을 하며
식사를 하는 놈들도 있다
게들도 진화를 하면서
계급이 생기고
차별이 생기고 있다
오늘도 월대 아래
월대천변 돌마루에서
어린 게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봄처럼 하품을 하고 있다
월대천변 징검다리 앞에
하늘 걷기 있다
사람이 없을 때는
팽나무 그림자가 걷고
달빛과 햇빛이 내려와
하늘을 걸어간다
징검돌 사이로 흘러가는
여울물소리도
자주 올라와서
구름을 따라 하늘 걷는다
나도 자주 이곳에서
하늘을 걸어서 간다
팽나무 아래 거꾸리에
안겨서 본 하늘을
하늘 걷기를 타고 올라가
함께 하늘을 걷는다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월대천을 따라
내도 앞바다와
외도 앞바다까지 흐른다
여울물소리에 젖어서
바다의 물결 된 나는
관탈섬을 지나
추자도를 지나 건너간다
하동포구를 지나
연어의 종착역으로 간다
나의 하늘 걷기는
자주 반월산까지 간다
월대천 징검다리는
삼기천으로 이어지고
삼기천은 다시
월대천으로 돌아온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삼기천에서 월대천으로 온다
몇 개의 징검돌을 밟고
세월의 강을 건너 여기까지 온다
삼기천의 징검다리와
월대천의 징검다리가 보인다
장마 때마다 떠내려간 징검돌
태풍 때에도 끄떡없는 징검돌
미끄럽고 둥그스름한 자연석
우람하고 네모반듯한 인조석
연어의 종착역에서 기다리고
바다의 입구에서 맞이해 주는
삼기천의 징검다리 징검돌과
월대천의 징검다리 징검돌들
오늘도 나는 이렇게
징검다리의 징검돌이 되어서
월대천에서 삼기천으로 간다
삼기천에서 월대천으로 온다
징검다리 아래 여울물소리에
몸과 마음 함께 젖어서, 운다
외도 앞바다와 내도 앞바다가
월대천 징검다리를 거슬러 올라온다
너무 싱겁게 먹는 참게들에게
맛있는 바다 한 상 잘 차려준다
바다를 떠나온 게 들도
하루에 두 끼는
잘 차려진 바다 한 상 받는다
월대천의 문 노크를 한다
외도동 앞바다와 내도동 앞바다가
월대천 안으로 문 열고 들어온다
바다 한 상 거하게 차려져 들어온다
앞바다는 뒷걸음질 치고
뒷 바다가 길을 알려준다
잔칫날 큰 상이
방 문을 겨우 통과하듯
월대천 징검다리를 어렵게
어렵게 통과해서 들어온다
몇 번을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를 반복한다
반찬그릇 몇 개 방바닥에
떨어뜨리고 겨우 통과한다
월대천 징검다리에서
길목을 지키던 왜가리 한 마리
방바닥에 떨어진 반찬그릇에서
작은 생선 몇 마리 주워 먹는다
아, 저렇게 잘 차려진 바다 한 상
도대체 누구를 위한 진수성찬일까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산해진미일까
하늘을 올려다보니
둥근 보름달이 떠 있다
저 둥근 대보름달은
누가 날려 올린 연일까
방패연도 아니고
가오리연도 아닌
반짝반짝 빛나는
기름칠이 잘 되어
얼굴까지 다 보일 것만 같은
둥근 솥뚜껑을 어떻게 하늘까지
날려 보낼 수 있었을까
어떤 간절한 기도가 저렇게
하늘에서 빛나게 했을까
장독대에 올려둔
어머니의 정안수 때문일까
아침마다 새로 올려놓던
하늘수박과 주왕물 때문일까
아, 나는 이제야 겨우 알았네
달이 밤마다 월대천으로
내려와 식사를 하는구나
잘 차려진 한라산 한 상과
잘 차려진 바다 한 상을 함께 받아서
진수성찬과 산해진미를
밤새도록 노래하며 먹는구나
세상에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날마다 바다를 부르는 이유가 있구나
날마다 산등 쓰다듬는 이유가 있구나
옛날의 선비들은 이미 다 알고
시(詩)도 지어 올리고
노래도 불러주고 하였는데
요즘 시인들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보름달과 함께 식사하는 월대천
이 자리에 모여들지 않을까
오늘은 나 홀로
잘 차려진 바다 한 상 앞에서
나의 출사표 <징검다리> 읊는다
<징검다리> 읽으며 다시 생각한다
날개도 없이 하늘에 사는 거미는 행복할까
월대천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젖은 보름달
혼자 사는 물속의 저 달은 얼마나 행복할까
달집 태우는 정윌 대보름 삼기천의 징검돌
우리들의 블루스는 언제쯤 끝이 날까
물과 돌의 블루스
천과 바다의 블루스
달빛과 물빛의 블루스
너와 나의 탱고와 블루스
https://youtu.be/692ztZHv1n8?si=h7F3K7Dpai5v0ULZ
https://youtu.be/6E-qWJYypnw?si=jtTcrsd3lRWtNdGj
https://youtu.be/A-M_LKbiN7w?si=SglCjXkbovKTl6AQ
https://youtu.be/RUXF52PizEg?si=DrRdH66IGukYnLps
https://youtu.be/6YHKc3h29qk?si=zJXjJjHPPIDfFQCK
https://youtu.be/gvU9AWAH5qI?si=0Og_bMFgIyIY3iEf
https://youtu.be/_NgLsmpzP-o?si=8G2Xr-S6Qrh4ZwAY
https://youtu.be/MI14AvDJuQQ?si=EZZ-Bxahqsd2DGyy
https://youtu.be/RGsu9PE4g9g?si=rZNj6kP6pbshs93E
https://youtu.be/dFiTNHzfVBE?si=Q6IVmmpjiP2UfTJ6
https://youtu.be/1qjRjszA6u4?si=cdIiSjAlh2ED2CX5
https://youtu.be/MQuDYvBS_KA?si=6T-lBeAzrHifsqyQ
자정이 다 되어서 늦은 산책을 나간다
월대천변에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물소리만 가을밤 자장가를 부르고 있다
월대천 아래 징검다리를 건너려다
잠시 멈추어서 기다린다
한라산에서 내려온 물과 바다가 만나고 있다
그런데 아,
왜가리 한 마리
물속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그 많은 새들은 다 어디로 가고
저 한 마리만 야간근무를 하고 있는 것일까
배가 고파서 잠이 오지 않은 것일까
오늘은 하루 종일 한 끼도 먹지 못한 것일까
무슨 사연이 있길래
저리 혼자 나와서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것일까
나도 야간근무를 하지만
나는 그래도 동료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은데
저 왜가리의 슬픔은 얼마나 깊을 것일까
하늘을 올려다보니
달도 며칠을 굶었는지 배가 홀쭉하다
오랜만에 월대천에 나왔다
한강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나왔다
오래된 소나무 한 그루
여섯 병의 링거주사를 맞고 있다
대유 바이탈트리 100ml
암 환자처럼 삭발을 하고
솔잎 하나 없이 뼈만 서 있다가
허리 숙여 월대천 거울을 본다
월대천과 앞바다 사이로 걸어가는
징검다리에 왜가리는 보이지 않고
밀물을 낚고 있는 낚시꾼이 있다
나는 징검다리 앞 팽나무 아래서
거꾸리에 누워 밤하늘을 본다
팽나무잎 사이로 달무리가 핀다
반야심경(半夜心經) 같은 여울물소리
한강 시인이 윤동주 시인을 읽는다
윤동주 시인이 한강 작가를 읽는다
월대천변 징검다리 앞에 하늘 걷기 있다
사람이 없을 때는 팽나무 그림자가 걷고
달빛과 햇빛이 내려와 하늘을 걸어간다
징검돌 사이로 흘러가는 여울물소리도
자주 올라와서 구름을 따라 하늘 걷는다
나도 자주 이곳에서 하늘을 걸어서 간다
팽나무 아래 거꾸리에 안겨서 본 하늘을
하늘 걷기를 타고 올라가 하늘을 걷는다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월대천을 따라
내도 앞바다와 외도 앞바다까지 흐른다
여울물소리에 젖어서 바다 물결 된 나는
관탈섬을 지나 추자도를 지나 건너간다
하동포구를 지나 연어의 종착역으로 간다
나의 하늘 걷기는 자주 반월산까지 간다
월대천 징검다리는 삼기천으로 이어지고
오늘도 월대천 징검다리의 하늘 걷기는
여수의 은하수를 지나 반월산으로 간다
* 하늘 걷기는 다리를 쭉 펴고 골반으로 걸어서 발걸음이 더욱 힘차다
1
월대 아래 월대천변 돌마루에서
어린 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쪼그려 앉아 자세히 보니
왼손잡이도 있고 오른손잡이도 있다
양손잡이도 있고 손이 없는 게도 있다
손이 없어 발로 먹는 게들도 있다
밥에는 관심도 없이 해찰하는 게들도 있다
밥상을 박차고 나가
친구들과 놀기에 바쁜 게들도 있다
손장난을 하고 발장난을 하는 게들도 있다
누가 빼앗아 먹을까 봐
혼자 숨어서 먹는 놈들도 있고
겁이 많아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몰래 숨어서 먹는 놈들도 있다
동구밖까지 나가서 놀기에 바쁜 놈도 있고
애인이라도 만나러 가려는 듯
물거울 앞에서 오래도록 꽃단장하는 놈도 있고
그런 게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무래도
물보다 땅이 더 좋은지 갈수록 땅으로
더 많이 기어오르고 있다
머지않아 이 게들의 종족은 물의 세계에서
땅의 세계로 올라와서 살 것만 같다
아무래도 이 게들은 지금도 쉬지 않고
진화를 거듭하고 있을 것만 같다
아무래도 이 게들은 벌써 이 지상에서
자신들만의 굴 속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이미 모습을 바꾸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들어가지 못하는 자신들만의 굴을 들락거리며
나와 술래잡기를 하려는 듯
자꾸만 나에게 함께 놀이를 하자고 한다
그러면서도 아직은 겁이 많아서 경계심이 많아서
자신보다 약한 놈에게 망을 보라고 시켜두고
살짝살짝 곁눈질을 하며 식사를 하는 놈들도 있다
게들도 진화를 하면서 계급이 생기고 차별이 생기고
......,
2
징검다리를 건너려는데
징검다리 바로 위쪽에서
잠자리들이 샤워를 한다
꼬리를 살짝살짝 물에 스치며
수면 위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몸을 적시기 시작한다
비누거품을 만들 듯
물결을 살결처럼 닦으며
잠자리들이
물빛과 햇빛에 샤워를 한다
그 곁에서 소금쟁이들은
깜짝깜짝 놀라며
튕겨 오른 물방울을 피하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군무라도 추는 듯 일사불란하다
이제 곧 물길이 바뀌리라
외도 앞바다와 내도 앞바다가
월대천 징검다리를 거슬러 올라와
너무 싱겁게 먹는 게들에게
짜고 맛있는 바다 한 상 잘 차려줄 것이다
그리하여 이미 바다를 떠나온 게들도
하루에 두 끼는
잘 차려진 바다 한 상을 받고 만수무강하리라
3
외도동 앞바다가 월대천의 문 노크를 한다
내도동 앞바다가 월대천의 문 노크를 한다
외도동 앞바다와 내도동 앞바다가
노크를 하고 월대천 안으로 문 열고 들어간다
그 뒤로 바다 한 상이 거하게 차려져 들어간다
앞바다는 뒷걸음질 치고 뒷 바다가 길을 알려준다
잔칫날 큰 상이 방 문을 겨우 통과하듯
월대천 징검다리를 어렵게 어렵게 통과해 들어간다
몇 번을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를 반복하다가
반찬그릇 몇 개 방바닥에 떨어뜨리고 겨우 통과한다
길목을 지키던 왜가리 한 마리
방바닥에 떨어진 반찬그릇에서
작은 생선 몇 마리 주워 먹는다
아, 저렇게 잘 차려진 바다 한 상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진수성찬이며 산해진미일까
하늘을 올려다보니
둥근 보름달이 떠 있다
저 둥근 대보름달은
누가 날려 올린 연일까
방패연도 아니고 가오리연도 아닌
반짝반짝 빛나는
기름칠이 잘 되어
얼굴까지 다 보일 것만 같은
둥근 솥뚜껑을 어떻게 하늘까지
날려 보낼 수 있었을까
어떤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서 빛나게 했을까
장독대에 올려둔 어머니의 정안수 때문일까
아침마다 새로 올려놓던 하늘수박과 주왕물 때문일까
아, 나는 이제야 겨우 알았구나
달이 날마다 월대천으로 내려와 식사를 하였구나
잘 차려진 한라산 한 상과
잘 차려진 바다 한 상을 함께 받아서
진수성찬과 산해진미를 밤새도록 먹었구나
다 이유가 있었구나
날마다 바다를 불러오는 이유가 있었구나
날마다 산등을 두드려주는 이유가 있었구나
옛날 선비들은 이미 다 알고
시도 지어 올리고 노래도 불려주고 하였다는데
요즘 시인들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보름달이 식사하는 자리에도 초대받지 못하는구나
월대천변 징검다리 앞 팽나무 아래
내가 좋아하는 거꾸리가 비어 있다
폭낭 그림자처럼 내가 살짝 기대면
나의 아픔까지 끌어안고 함께 운다
울음에 젖어서 슬며시 눈을 떠보면
슬픔의 잔가지마다 새 잎이 돋는다
연둣빛 새 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잘 보이지 않던 꽃들이 키득거린다
기둥 속으로 기어올라간 여울물이
연둣빛의 끝에서 징검다리 건넌다
반찬그릇 떨어지면
쨍그랑 울음소리 들린다
국그릇이 떨어지면
철퍼덕 주저앉아서 운다
밥그릇이 떨어지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탕, 하고 총을 쏜다
밥상이 엎어지면
비행접시가 날고
대포와 미사일이 날아간다
눈을 뜨고도 꿈을 꾼다. 물에 젖은 영혼들이 나를 찾아와 말한다. 자신들의 억울함을 꼭 풀어달라고 말한다. 헛묘의 주인이라고 말한다. 헛묘의 주인공이라고 말한다. 자신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말한다. 자신들의 죽음은 그냥 억울한 죽음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들의 죽음은 통일의 첫걸음이 되고 평화의 씨앗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꼭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나에게 당부한다고 말한다. 자신들의 죽음은 통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고 평화의 꽃을 피우는 씨앗이었음을 반드시 알려달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흰 봉투 하나를 주고 떠난다. 미리 원고료를 주는 것이니 꼭 책을 한 권 써 달라고 말한다. 선인세를 미리 주는 것이니 틀림없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서 세상에 알려달라고 말한다. 나는 그렇게 저승돈을 받아버렸으니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써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승에 가서 그들에게 다시 한번 죽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틀림없이 살아서 그들의 이야기를 써야만 한다. 눈을 뜨고 꾼 꿈이 더욱 아프고 슬프고 무섭다. 아, 나는 이제 어쩔 것인가!
나는 이렇게
삼기천에서 월대천까지 왔다
몇 개의 징검돌을 밟고
세월의 강을 건너 여기까지 왔다
삼기천의 징검다리와
월대천의 징검다리가 보인다
장마때마다 떠내려간 징검돌
태풍때에도 끄떡없는 징검돌
미끄럽고 둥그스럼한 자연석
우람하고 네모반듯한 인조석
연어의 종착역에서 기다리고
바다의 입구에서 맞이해주는
삼기천의 징검다리 징검돌과
월대천의 징검다리 징검돌들
오늘도 나는 이렇게
징검다리 징검돌이 되어서
월대천에서 삼기천으로 간다
삼기천에서 월대천으로 온다
징검다리 아래 여울물소리에
몸과 마음 함께 젖어서,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