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왔을까 / 배진성

― 이어도공화국 시와 음악카페 달문moon 41

by 강산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 배진성





어디에서 왔을까 / 배진성





윤동주 시인은

천구백삼십사 년

십이 월 이십사 일

(1934년 12월 24일)

「초 한 대」,「삶과 죽음」,

「내일은 없다」 등 3편의 시를 썼다

배진성 시인은

천구백팔십칠 년에

(1987년에),

「징검다리」 시가

예장문학상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나의 아버지는

천구백삼십일 년

삼월 이십육 일에

(1931년 3월 26일)

이 세상에 태어나셨다

음력 삼(3) 월 이십육(26) 일은

양력 오(5) 월 십삼(13) 일

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때부터 아버지

몸속에서 살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나는 아마

천구백육십오 년 유 월

(1965년 6월) 장마가 시작되고,

산수국과 수국이 한창 피어나던

그 무렵에 아버지

몸 밖으로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나의 모든 전생을

한 번쯤 더 되풀이하여

생각을 했을 것이다

물에서 살았던 시절부터

물 밖으로 기어 나왔던 경험까지,

그중에서 많은 것들은 생략하고

꼭 필요한 정거장들만을 거쳐서

이 세상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아가미 시절과

허파 시절을

짧은 십(10)개월 동안

다시 한번 속성으로

살아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천구백육십육

(1966)년 어느 봄날에

힘차게 울면서

이 세상으로 나왔을 것이다

천구백육십육(1966) 년은

삼(3) 월이 윤달이었으니

봄이 조금은

더 길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꿈속에서는 아버지 같은

산수국이 피어나고

파마머리 어머니 같은

수국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들 같은 큰유리새도

함께 살고 있었다

꿈 밖에서는 오늘도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랑처럼 눈이 내리고,

눈이 내리는 하늘에서는

오르페우스가 연주하는

리라소리가 눈발처럼

하얗게 흩날리고 있다

윤동주 시인은 과연

어디에서 왔을까

배진성 시인은 또한

어디에서 어떻게 왔을까









나는 어디에서 와서 지금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 배진성





나는 말했다 "저를 인도하는 시인이시여,/그 고귀한 여행을 저에게 맡기기 전에/저의 덕성이 충분한지 살펴보십시오//당신은 말하셨지요, 실비우스의 아버지는/살아 있는 몸으로 불멸의 왕국에 갔으며/생생한 육신으로 그렇게 했다고 말입니다//그러나 모든 악의 반대자께서/그에게 친절을 베푸신 것은, 그에게서/높은 뜻이 나오리라 생각하셨기 때문이니,//지성 있는 사람에게는 정당해 보입니다/그는 엠피레오 하늘에서 위대한 로마와/그 제국의 아버지로 선택되었으니까요//사실대로 말하자면, 로마와 제국은/위대한 베드로의 후계자가 앉아 있는/그 성스러운 곳에 세워졌습니다// ―『신곡(神曲)』16


내일 내일 하기에/물었더니/밤을 자고 동틀 때/내일이라고//새날을 찾던 나도/잠을 자고 돌보니,/그때는 내일이 아니라/오늘이더라//무리여!/내일은 없나니/……/ _ (1934.12.24. 윤동주 17세, 최초 작품)/3. 내일은 없다 ― 어린 마음이 물은(시)/_ 1집(나의 습작기의 시아닌시), 정음사 출판사 삼판(1976년 출판)에 실려 있음 ―『윤동주』3


나는 언제 어디에서 왔을까?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꿈속에서는 계절이 앞서가는 것일까? 뒤쳐져서 오는 것일까? 똑, 똑, 똑, 제습기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내가 숨 쉬는 공기에 이렇게 많은 물방울이 숨어 있었구나, 내가 살아있는 목숨 안에 이렇게 많은 눈물방울이 숨어 있었구나, 꿈속에서는 그렇게 6월 장마가 시작되고 있었다


6월 장마에 돌도 큰다,라는 속담이 있다 6월 장마에 특히, 수국과 산수국 그리고 대나무들이 가장 크게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하고 있다 그들 중에서 나는 오늘 산수국을 오래도록 본다 산수국을 보며 아버지를 생각한다 나는 언제 어디에서 왔을까, 깊이 생각한다 아버지의 아버지를 생각하고 더 먼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를 생각한다 그렇게 저 먼 곳으로 다시 찾아가 나의 뿌리를 생각한다 꿈 밖은 이미 겨울인데 꿈속은 아직도 여름이다


나의 아버지는 1931년 3월 26일에 이 세상에 태어나셨다 음력 3월 26일은 양력 5월 13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때부터 아버지 몸속에서 살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나는 아마 1965년 6월 장마가 시작되고, 산수국과 수국이 한창 피어나던 그 무렵에 아버지 몸 밖으로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나의 모든 전생을 한 번쯤 더 되풀이하여 생각했을 것이다 물에서 살았던 시절부터 물 밖으로 기어 나왔던 경험까지, 그중에서 많은 것들은 생략하고 꼭 필요한 정거장들만을 거쳐서 이 세상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아가미 시절과 허파 시절을 짧은 10개월 동안 다시 한번 속성으로 살아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1966년 어느 봄날에 힘차게 울면서 이 세상으로 나왔을 것이다 1966년은 3월이 윤달이었으니 봄이 조금은 더 길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꿈속에서는 아버지 같은 산수국이 피어나고 어머니 같은 수국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들 같은 큰유리새도 함께 살고 있었다 꿈 밖에서는 오늘도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랑처럼 눈이 내리고, 눈이 내리는 하늘에서는 오르페우스가 연주하는 리라소리가 눈발처럼 하얗게 흩날리고 있다





삶은 오늘도 죽음의 서곡(序曲)을 노래하였다/이 노래가 언제나 끝나랴//세상 사람은━━/뼈를 녹여내는 듯한 삶의 노래에/춤을 춘다/사람들은 해가 넘어가기 전/이 노래 끝의 공포(恐怖)를/생각할 사이가 없었다//(나는 이것만은 알았다/이 노래의 끝을 맛본 이들은/자기(自己)만 알고,/다음 노래의 맛을 알려 주지 아니하였다)//하늘 복판에 아로새기듯이/이 노래를 부른 자(者)가 누구냐,/그리고 소낙비 그친 뒤같이도/이 노래를 그친 자(者)가 누구뇨//죽고 뼈만 남은,/죽음의 승리자(勝利者) 위인(偉人)들!//_ (1934.12.24. 윤동주 17세, 최초의 작품)/2. 삶과 죽음(시) _ 1집, 중판, 삼판 ―『윤동주』2



윤동주 시인은 1934년 12월 24일 「초 한 대」,「삶과 죽음」, 「내일은 없다」 등 3편의 시를 썼다 어쩌면 그전에 쓴 시 중에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시 3편을 옮겨 적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경험으로 보아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인이 되어야겠다고 결심을 했기 때문에 그전에 썼던 많은 작품 중에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시를 옮겨 적고, 그날부터 날짜를 기록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송몽규의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술가락」이 1935년 1월 1일 자 신문에 실렸으니 당선 통보는 그전에 이미 전달되었을 것이다





https://youtu.be/B9bLyK0fLxo?si=wI06MFiGcx6KyfuU

https://youtu.be/Xrt77cBhUho?si=Jr2Rcqja6RXFd3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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