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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Nov 04. 2021

명상

- 이어도 공화국 38





명상 





자, 이제 눈을 서서히 감습니다

명상은 가슴으로 하는 호흡입니다

서서히 눈을 감고 숨을 쉽니다

자, 이제 너를 서서히 내보냅니다

자, 이제 나를 서서히 불러옵니다

자, 이제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자, 이제 오직 나 홀로 남았습니다

깊은 물소리 조용히 들려옵니다

맑은 하늘에 바람이 살짝 지나갑니다

고요한 종소리 딩, 딩, 딩, 들려옵니다

나는 이제 오직 호흡만 남았습니다

깊이 들어오고 깊이 나가고 있습니다

내 마음속에는 발자국도 남지 않습니다

나의 과거도 나의 미래도 없습니다

나는 오직 지금 여기 현재만 있습니다

올 사람은 오고 갈 사람은 가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 오직 나 홀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사랑도 미움도 그리움도 없이 나만 있습니다

여기 앉아 있는 나도 없어지고 있습니다

나는 이제 나의 호흡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가슴속으로 들어오는 숨결만 있습니다

가슴 밖으로 내보내는 숨결만 있습니다

나는 이제 온전히 나의 숨결이 됩니다

나는 이제 온전히 너의 숨결이 됩니다

숨결과 숨결이 고요히 만나고 있습니다

숨결과 숨결이 조용히 안아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서서히 껍데기를 버리고

우리들의 옷을 벗고 숨결은 숨결이 됩니다

자, 이제 서서히 눈을 떠도 좋습니다

나를 떠난 당신이 나의 숨결이 되었습니다

숨결은 어디에도 가두어두지 않을 때

시나브로 우리들을 살릴 수 있습니다

숨결은 안에도 밖에도 드나들 수 있을 때

우리들을 영원히 자유롭게 만들어 줍니다

자, 이제 우리는 함께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우리는 서로의 숨결이 되어 하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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