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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Mar 04. 2022

이어도공화국 일기 4

김주대 시인님 참 존경합니다 시인님이 있어서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이어도공화국 일기 4




숲과 나무 


나무는 이웃을 잘 만나야 잘 살 수 있다

이웃을 잘 못 만난 나무는 끝내 죽는다 


수성에서 보면 하루에 태양이 두 번 뜬다




강산19시간 

                                  

안철수는

철수한다

안철수는

또철수다




강산님이 이어도공화국에 있습니다. 

2016년 3월 3일  · 제주도 서귀포

                                

닭은 알을 품고

해바라기씨는 손을 내밀고

딸기는 꽃피고

나는 젖꼭지나무를 심고




강산 2019년 3월 3일

                                

매화

무꽃

산수유꽃




서성 2일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김주대 2일 


< 22년 2회 페이스북문인화전 - "췠다">


올해 1월부터 만든 문인화다. 전부 인간의 봄을 기다리며 만든 것들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그저 페북에다 트위터에다 문인화를 올리는 일, 종일 용맹하게 굶으며 문인화를 만드는 일, 나를 다 키워놓고 돌아가신 외할머니처럼 치성을 드리며 붓질하고, 자면서 글을 쓰는 일, 내딴에는 정성을 다하였다. 


봄이 오지 않아도 봄이라고 했던가? 좋은 놈이 대통령이 되면 좋고, 나쁜 놈이 대통령이 되면 인생을 바쳐 싸우고 그러다 가는 게 순리 같다. 나쁜 대통령은 인정할 수가 없다. 나쁜 놈이 대통령 되면 더 지독하게 거부하고 아프게 부정하며 살면 된다. 좋은 놈이 대통령이 되면 독한 말 멈추고 우아하기 고상하기 경쟁이나 하면서 살고 싶다. 살펴보면 나도 고상하고 우아한데, 화가 나면 입이 터져 마구 독언이 나온다. 자꾸 반성하면서 자꾸 떠든다. 


부탁해 놓은 부동산에서 아주 좋은 집이 나왔다고 연락이 와서 보러 갔다. 단독 2층을 다 쓰는 거였다. 정말 너무 좋았다. 깨끗하지는 않지만 굉장히 넓고 환하고 컸다. 지금 작업실의 3배는 되는 것 같았다. 물도 틀어보고, 보일러도 올려보았다. 맘에 들어서 당장 계약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아저씨가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다. 오전에 집이 나갔다고 한다. 펑펑 울면서 작업실로 돌아와서 술을 시작하였다. 지금은 호프집.


취하긴 한다. 강한 욕설을 연습하며 혼잣말을 한다. 소설같은 얘기지만 누구를 저주하면 그것들은 다 죽었다. 정말 그래서 올해는 아무도 저주하지 않았다. 심지어 윤석열도 저주하지 않았다. 오늘은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어떤 나의 저주는 주술이 아니고 구체적이고 심지어 과학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하하. 싫어하는 내색을 하면 여러 사람들이 같이 싫어하고 그 정서가 싫어하는 놈에게 전달된다. 가끔 술 처먹고 전화해서 왜 그렇게 자기를 미워하냐도 지랄하지만 미워하는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고 답변을 했다. 그따위로 돈으로 사람을 조정하려고 하다가 너 뒤진다,고 소리를 질렀는데 정말 한 달 뒤에 죽었다. 여기저기 전화가 와서 그냥 미안하다고 했다. 죽는 게 그의 행복일 것 같았다고 말해주었다.


다들 오래 건강하게 살기를 바란다. 누구도 저주하지 않는 봄이 오고 있으니까. 아니 이미 우리는 봄이니까. 봄.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면 이런 사정을 잘 말해줘야겠다. 건어물처자는 다른 남자에게 빠졌음이 분명하다.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근데 왜 자꾸 전화를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건어물처자가 좋고 맘에 들지만 문자도 전화도 하지 않는다. 나의 부끄러운 경제력과 복잡한 가정사가 그토록 이뿐 여자를 따듯하게 포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냥 이래 살다 가는 것이 도리이지 싶기도 하다. 호프집 여사장이 화장을 하고 와서 다시 얼굴을 그려달라고 하는데 지금 몹시 망설이고 있다. 또 잘못 그렸다고 폭탄처럼 튀어나가면 그 후환을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 눈을 안 찢어지게, 입술은 도톰하게, 얼굴은 계란형으로 그릴까 생각중인데 그렇게 그리면 하나도 안 닮는다. 호프집 여사장의 눈은 찢어졌고, 입술은 꿀꿀이를 닮았고, 무엇보다 얼굴은 심각한 직사각형이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것보다 성정이 좀 나쁘다. 자기 호프집에 유명한 사람 많이 온다면서 나를 개무시한다. 개무시하면서 계속 자기 얼굴을 다시 그려달라고 한다. 내가 미쳤나?   


술을 공짜로 준다고 부부가 와서 지랄해도 나는 붓을 꺼내지 않는다. 딱딱하게 굳은 붓 물이나 호프나 살짝 묻히면 오래 쓸 수 있지만 주머니에 꼭 쥐고만 있다. 호프집 여사장은 정말 성격이 안 좋다. 남사장은 성격은 참 좋은데, 외상을 안 해주는 좀생이놈이다. 


일단 휴대폰에 저장해놓은 그림 다 올린다. 췠으니까.


3월 9일 선거 끝나면 누가 되던 전시회를 할 것이다. 나쁜 놈이 되면 슬픈 전시회, 좋은 놈이 되면 행복한 전시회, 장소는 한길사 순화동천. 일방적으로 정했다. 한길사는 내가 한다고 하면 무조건 해야 한다. 그리 알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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