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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ul 15. 2022

꿈섬에서

- 이어도공화국 2






이어도공화국 2

- 꿈섬에서




나는 오십육 년 넘게 꿈만 꾸었다

나는 오십육 년 넘게 꿈섬에 살았다

나는 오십육 년 넘게 이어도에 살았다


나는 이제 가끔 산책을 나간다

나는 이제 가끔 사람을 만난다

나는 이제 가끔 서귀포에 간다


나는 이제 가끔

범섬 앞의 이어도로를 걸어간다

나는 이제 가끔 고근산을 오른다

나는 이제 가끔 백록담을 안는다












나는 이제 나를 위해서 글을 쓴다. 나의 꿈을 점검하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나의 삶을 반성하며 글을 쓴다. 그냥 생각만 하면 갈피가 잘 잡히지 않아서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글을 쓰면서 계획했던 것들을 다시 가다듬기도 하고 글을 쓰면서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지럽게 널려있는 생각들을 정리하고 그 많은 생각들 중에서 자신의 처지에 맞는 길을 찾아가는 것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확실히 글을 쓰면서 정리를 하면 내가 가야 할 길이 선명하게 잘 보인다.


좋은 책들 중에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처럼 위대한 책도 있고, 그 위대한 책으로 안내하는 징검다리 같은 책도 있다. 정여울이 건네는 월든으로의 초대장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같은 책도 있다. 하지만 나는 우선 그런 좋은 책을 목표로 하기에 앞서, 나 자신을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나를 위해서 쓴 글들이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조금은 기대를 하면서, 나 자신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는 글을 쓰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쓰는 글들이 나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내가 만들고 있는 이어도공화국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월든>의 작가 소로처럼 나는 이렇게 뒤늦게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나의 이름은 이어도, 나는 아주 오래 전부터 내가 스스로 나의 이름을 이어도라고 명명했다. 나는 전생에도 이름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전생에 나의 이름은 배진성이었다. 그래서 나는 늘 혼자 생각했다. 나는 어쩌면 진성에서 배를 타고 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진성'은 '토성'의 다른 이름이다. 그러니까 나는 토성에서 배를 타고 왔을거라고 생각하곤 하였다.   


다시 한 번 더 말하면, 전생에 나의 이름은 진성(鎭星) 이었다. 아버지 친구분이셨던 신발가게 신씨 아저씨가 술 한 잔 얻어 마시고 지어준 이름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나는 늘 혼자 생각했다. 나는 어쩌면 진성(鎭星)에서 온 외계인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늘 진성(鎭星)이 크게 한 바퀴 돌기 전에 나의 고향인 진성(鎭星)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어쩌다가 어찌어찌 성인해가 되었고, 어느 날 갑자기 붉은여우에게 물려 죽고 말았다. 천만다행으로 나는 이어도에서 다시 부활하여, 이렇게 또다시 이 지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나는 이제 전생의 진성(鎭星)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 지상에 이어도공화국을 만들기 위하여 스스로 이어도가 되어서 살아간다.


내가 요즘 살고 있는 서귀포는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또한 서귀포는 도서관 시설이 참으로 훌륭하다. 서귀포는 분명히 문학의 도시가 될 것이다. 문화와 예술의 도시, 건강과 힐링의 도시, 그중에서도 특별히 문학은 바로 이곳 서귀포에서 찬란하게 빛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먼저 서귀포 시인이 되기로 작정을 하였다. <월든> 책 위에 달이 하나 떠 있다. <월든> 책 속에 아름다운 세상이 하나 숨어있다. 나는 책 위에 떠 있는 달빛에 젖어 책 속의 아름다운 세상 속으로 걸어서 들어간다. 


서귀포의 앞바다는 작은 남해가 아니다. 서귀포의 앞바다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깊고 가장 푸른 태평양이다. 서귀포 사람들은 날마다 태평양을 바라보며 태평양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그리하여 서귀포의 사람들은 태평양처럼 마음이 넓고 깊고 푸르고 따뜻하다. 나도 이제는 그런 서귀포 사람이 되었으니 마음이 한없이 넓고 깊고 푸르고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자, 이제 나의 아름다운 인생 2막이 아름답고 따뜻한 서귀포에서 태평양의 가슴으로 불로초의 향기를 가슴에 품고 새롭게 출발한다.


나는 이제 이 지상에서 다시 떠난 다음에도 이어도 시인으로 기억되기를 희망한다. 우리나라의 가장 남쪽에 살았던 이어도 시인으로 기억되기를 소망한다. 그리하여 나는 일단 산방산과 월라봉 사이에 이어도공화국의 베이스캠프를 치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마라도의 대한민국 최남단 표지석 앞바다에 이어도문학관과 이어도창작촌을 만들어서 운영을 하고 싶지만, 서귀포시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나갈 생각이다. 


기회가 된다면 나는 마라도 앞바다에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와 꼭 같은 크기의 건물을 짓고 싶다. 실제로 존재하는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에 일반인들이 갈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토의 최남단은 마라도가 아니라 이어도라는 사실을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마라도에 있는 대한민국 최남단 표지석 앞바다에 과학기지 모양의 건물이 세워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홍보수단이 될 것이다. 물론 다른 방법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이것이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곳에 이어도문학관과 이어도창작촌을 만들어서 함께 운영하면 관광 효과뿐만 아니라 문학적인 성과도 함께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렇다고 나는 이어도의 작은 섬에만 갇혀서 사는 답답한 시인은 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저마다의 섬을 가슴속에 품고 살아간다. 아니, 어쩌면 우리 인간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의 섬이며 섬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래도 나는 결코 나만의 섬에 갇혀서 살지는 않을 것이다. 이어도에서 출발한 나는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를 지나 마라도를 지나 가파도를 지나 서귀포 칠십리를 거처, 한라산을 넘어 제주바다를 지나 여수로 갈 것이다.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 지리산으로 갈 것이다. 전생의 내 고향 곡성을 지나 정읍을 지나 계속 북상하여 서울을 지나 백두산을 지나 중국을 거처 인도를 지나 더욱 전진할 것이다. 이렇게 나는 쉬지 않고 걸어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평생을 걸어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걷는 사람이 되어, 산책자가 될 것이고 순례자가 되어 가장 의미 있는 인간의 길을 찾아볼 생각이다. 그리하여 나는 결국, 공자님과 부처님과 예수님이 정답게 함께 만날 수 있는 길도 기필코 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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