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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an 06. 2023

이달봉에서 만난 말들

도박과 우울증 12




이달봉에서 만난 말들

도박과 우울증 12




새별오름 정상에서 보면 왼쪽으로 우뚝 나란히 솟아있는 봉우리 둘이 있다. 이 두 개의 오름을 아울러 이달봉 혹은 이달오름이라고 한다. 이달이란 두 개의 봉우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두 개의 오름을 각각 이달봉과 이달이 촛대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혹은 운동을 위해서 등반하는 사람들은 보통 새별오름과 이달봉과 이달이 촛대봉 셋을 이어서 한꺼번에 등반을 한다. 하지만 나와 현성이는 일하러 가는 길에 몸과 마음을 좀 풀기 위해서 오르는 것이어서 오늘은 이달봉 하나만 오르기로 하였다. 며칠 전에 새별오름은 현성이와 현동이랑 셋이서 올랐기 때문에 오늘은 이달봉을 오르기로 하였다.


새별오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왼쪽으로 가면 공동묘지가 있다. 새별오름만 오르는 사람들은 새별오름 왼쪽에 있는 공동묘지가 있는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새별오름 왼쪽에 있는 공동묘지는 명당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참 따뜻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묘지 속에 살고 계시는 영혼들이 자주 나와서 햇빛을 쬐고 있지 않을까 상상을 하곤 한다. 이곳 공동묘지에도 세월을 반영하고 있다. 묘지를 해마다 벌초하기 싫은 사람들은 뼈를 꺼내어 화장을 하여 재를 담은 항아리를 합동으로 다시 묻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람들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빈부의 차이가 많음을 알 수 있다. 묘지도 크고 넓게 조성하고 비석 등 장식물을 많이 세워놓은 장지도 있고 잔디도 없이 흙이 드러난 가난한 묘지들도 많다.


이달오름을 오르며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을 조심히 꺼낸다. 현성이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그 원인을 함께 찾아본다. 어제 오랜만에 쉬면서 잠도 많이 자고 침대에 누워서 생각해보니 도박으로 인하여 잃어버린 세월이 너무 아까웠다는 것이다. 허비한 세월 때문에 친구들보다 뒤처졌다는 생각과 앞으로의 삶이 막막하고 길이 잘 보이지 않아서 많은 고민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기 자신도 모르게 조급해지고 불안해져서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게임만 하고 살다 보니 현실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돈에 대한 감각도 몸으로 땀을 흘려서 벌어본 돈이 아니다 보니 게임 속에서 숫자로만 인식된 게임머니와 현실 속의 돈과 노동에 대한 인식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런 근본적인 인식을 바로 잡아주지 못하면 큰일이다 싶어서 앞으로 내가 할 일이 많다는 것을 깊이 생각하는 산행이 되었다.


이달봉을 내려와 이달이 촛대봉으로 오르는 입구에 말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겨울이라 푸른 풀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많은 고사리 군락지에 간간히 있는 푸른 풀들을 뜯어먹고 있었다. 저마다 특색이 있는 말들이 모여서 풀을 뜯고 있었다. 흰색말도 있었고 얼룩말도 있었고 검은색 말도 있었고 갈색말도 있었다. 새끼 말도 있었고 어미 말도 있었다. 그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말이 있었다. 대부분의 말들은 조랑말 같은 말이었다. 그중에 갈색말은 경마장에서 경기장을 뛰던 말이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경주마 같기도 하고 승마용 같기도 하였다. 달리는 모습도 우아하고 바람에 휘날리는 갈기도 아름다워 보였다. 옛날에 갓을 만들었다는 말총도 요염하게 보였다. 


화순 밭에서 감귤나무에 영양제를 뿌려주고 보도블록을 옮겨와 수돗가와 오두막 주위에 길에 깔기도 하였다. 아마 내일은 이달이 촛대봉에 현성이와 현동이랑 셋이서 오르고 함께 일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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