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과 우울증 11
온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한탕주의가 다 빠져나가려면
죽도록 일을 하여 땀을 뻘뻘 흘려서 내보내야만 하리라
잘 참고 2주 동안 밭에 와서 일을 하던 현성이가 오늘은 하루 쉬겠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그러라고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후회를 한다. 힘이 들어도 오늘도 쉬지 않고 함께 일을 했어야만 했다는 생각이 든다. 현성이의 몸에 배어있는 도박 중독의 독을 빼기 위해서는 죽도록 일을 해서 땀을 흘려야만 할 듯하다. 마음속에 깊이 박혀버린 한탕주의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긴 터널을 빠져나가야만 할 것 같다. 생활리듬이 깨지고 오늘은 일찍 잠을 잔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일찍 깨어나서 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모양이다. 현성이 몸속에 숨어있던 악마가 현성이를 자꾸만 괴롭히고 있는 모양이다. 자살충동에 빠지고 극도의 불안증세를 보이는 보습을 곁에서 지켜보기가 참으로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휴대폰을 켜니 현성이가 보낸 메시지가 내 마음을 할퀸다. 네이버에 들어가니 5년 전 오늘 저장해둔 사진들이 나를 부른다. 2017년 12월 22일 서울대학병원에서 인공판막 수술을 받고, 2018년 1월 3일 제주도로 돌아오는 사진들이 쏟아져 나온다. 다시 제주도에 돌아올 수 있었음에 한없이 감사하던 그때의 마음도 함께 다가온다. 다시 살아서 한라산을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불안한 마음을 딛고 부활했던 그때가 자꾸만 생각이 난다. 그때도 그랬듯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지금보다 훨씬 더 절박했던 그때도 다 지나갔으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 현성이도 매일매일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고 있으니 이 또한 잘 지나가리라. 내일이 소한이니 이 겨울도 곧 떠나리라. 이 엄동설한 잘 지내고 따뜻한 봄이 곧 오리라. 우리들은 곧 따뜻하게 웃을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