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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an 07. 2023

이달이 촛대봉

도박과 우울증 13




이달이 촛대봉

도박과 우울증 13




5년 전 나는 내가 살기 위해서 수술을 마치고 회복기에 있었다. 5년 후 오늘은 아들을 살리기 위하여 아들을 치료하고 있다. 오늘은 어제 올랐던 이달오름 곁에 있는 이달이 촛대봉을 오르고 화순으로 일 하러 갈 예정이다. 오늘은 현동이도 함께 갈 예정이다. 현성이는 아직 일을 잘하지 못한다. 현성이 동생 현동이는 일을 잘한다. 현성이와 현동이는 우애가 좋아서 서로 잘 도와주고 함께 일을 하면 현성이도 신이 나서 즐겁게 일을 잘한다. 그래서 가능한 현성이와 현동이와 내가 함께 일을 한다. 지금까지는 아들들이 스스로 알아서 결정하고 스스로 알아서 자신의 삶을 살도록 방목하였으나, 아무래도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잘 되지 않을 것 같아서 함께 의논하면서 앞날을 도모하고 있다. 내 의견을 강요하지는 않지만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조금은 보여주어야만 할 것 같아서 요즘에는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


11시가 다 되어가는데 현성이는 아직도 일어나지 않았다. 참아야만 한다. 참아야만 하느니라. 나는 조금 더 참아야만 한다. 11시에 현성이를 깨워서 이달이 촛대봉으로 간다. 도시락 세 개 챙겨 들고 이달이 촛대봉으로 간다. 이달봉과 이달이 촛대봉 사이 고사리 군락지에 오늘은 말들이 없다. 어제 본 말들은 오늘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달이 촛대봉은 이달봉보다 더 낮아서 금방 오를 수 있다. 이달이 촛대봉 정상에는 묘지가 하나 있었다. 산 담도 제법 크게 만들어놓았던 묘지였다. 산담에는 영혼이 드나들도록 만들어 놓은 문도 있다. 제주도 사람들은 옛날부터 죽은 사람들도 산 사람처럼 집 밖으로 드나들도록 문까지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이제 세월이 지나서 제주도에도 화장문화가 급속도록 번지고 있다. 이달이 촛대봉 정상에 있던 묘지도 파서 뼈들을 가져가서 화장을 한 듯하다. 묘지가 관보다 큰 크기로 파헤쳐져 있다. 뼈를 파서 가져간 다음에 그 구덩이를 메꾸고 정리를 좀 했으면 좋았을걸, 혼자서 생각한다. 파헤친 상태로 그대로 둔다는 것은 산에 대한 예의,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은 어쩌면 이렇게 자연에 대한 무례함을 늘 저지르고 있지나 않은지 아쉬움이 많았다. 돌아오는 길에 어제 보았던 새별오름 아래 묘지 중에서 잘 꾸며진 묘지와 속살이 다 드러난 묘지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화순에서 일을 하면서 둘째를 참 잘 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주로 감씨를 심고 사철나무를 옮겨 심고, 주로 나무와 식물들을 돌보고 아이들에게는 정리정돈을 하라고 시켰다. 자원을 재활용한다고 쓰레기들로 집을 짓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컨테이너 위에 나무와 비닐 등으로 지붕을 만들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서 조립식 주택을 가져오고 방치해두었던 컨테이너 농막을 정리하는 중이다. 역시 쓰레기는 쓰레기인 듯하다. 쓰레기들만 모으며 살았던 지난날의 나를 반성하게 하는 나날이다. 아이들은 역시 참 잘 논다. 형제들은 함께 노래를 부르고 함께 축구를 하고 함께 야구를 한다. 낡은 공을 찾아서 쓰레기들 사이에서도 공놀이를 잘하고 아무 막대기나 들고 한 사람은 돌을 던지고 한 사람을 막대기로 그 돌을 힘차게 치면서 야구하는 모습이 참 좋다. 다행히 두 형제는 우애가 좋아서 내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도 둘이 서로 도와가며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참 좋다.


아, 오늘 하루도 참 잘 놀았다. 현성이 덕분에 삼부자가 행복하게 잘 놀았다. 고맙다. 현성아 현동아. 사랑한다. 행복해라. 어쩌면 전화위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나날이다. 행복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스스로 가꾸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나날이다.  






강산 2018년 1월 6일  ·           


생명 일기 16


나는 이제 나 스스로 내 몸을 길들여야만 하리라

내 몸의 구석구석 신경들이 서서히 깨어나는 듯하다

온몸이 안 아픈 곳이 없다 누군가 나를 실컷 두들겨놓은 듯하다

병실에 있을 때 들은 말처럼 마른 명태를 두들겨놓은 것 같다

나는 요즘 길고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자꾸만 깬다

약 두 시간 간격으로 깨어나 화장실도 가고…,


아침 6시에 일어나 체중을 측정하고

내 몸의 수분축적 상태를 점검한다

그리고 맨 먼저 위장 보호를 위해 위장약 한 알 먹는다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충분한 영양분 섭취가 중요하다

식전에 주로 사과 한 알 먹는다

(세 조각은 내가 먹고 한 조각은 보호자가 먹는다)

철저한 저염식으로 아침을 먹고 약을 먹는다

(진통제와 배변완화제와 진해거담제를 먹는다)

수분 축적을 막기 위해 저염식으로 점심을 먹고 약을 먹는다

(진통제와 배변완화제와 진해거담제를 먹는다)

저녁 역시 저염식으로 먹고 약을 먹는다

(진통제와 배변완화제와 진해거담제를 먹는다)


그리고 저녁에는 추가로 더 먹는 약이 있다

빠른 맥박을 조절하기 위하여 강심제 디곡신을 먹는다

또한 앞으로 평생 먹어야 할 와파린을 19시에 먹는다


나는 요즘 외도물길 20리에서 산책을 한다

어제는 연대마을 방파제까지 산책을 갔다

오늘은 반대쪽으로 가려고 한다

월대천 아래 징검다리를 건너 알작지를 지나

내도 보리밭 길을 걸어보아야겠다 보리 싹이 자꾸만 솟아난다



강산 2018년 1월 6일


생명 일기 17


어젯밤에 털어 마신 달빛을

월대천 은어들이 토해낸다

수면 위로 떠올라 퍼지는

보름달 동심원이 파문으로 사라진다

내 마음속 보름달이 나와

월대천 물속으로 들어가 젖는다


물오리들이 징검다리 건너 알작지로 간다

해안도로 만드느라 몽돌들이 파묻혔다

몽돌을 굴리던 파도가 시멘트벽에 부서진다


내가 모르던 해안도로가 새로 생겨났다

이호해수욕장까지, 도두봉까지 이어진다

길은 언제나 새로 만들어지고 없어진다


내도 보리밭 길로 돌아온다

하늘과 수평선과 바다와 돌담과 보리밭

관을 고쳐 쓰고 있는 관탈섬과 또 다른 섬 하나

젖은 보름달로 떠오르는 내 등 뒤로

눈부시게 빛나는 한라산이 구름을 벗고 있다



강산 2016년 1월 6일  ·           


한치와 차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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