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산 Jan 11. 2023

다랑쉬




다랑쉬 / 배진성   



            

다랑쉬에는 다랑쉬마을이 들어있다

오름은 움푹해진 백록담도 품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평생 달과 함께 살았다

집들이 모두 불타고 굴속으로 들어갈 때에도

달과 함께 가재쑥부쟁이와 시호꽃을 피웠다     


사람들이 다랑쉬굴 안에서 연기가 된 뒤에도

달은 잊지 않고 찾아와 섬잔대와 송장꽃을 피웠다     


무쇠솥과 항아리와 놋수저와 신발만 남기고

열 한 명이 들려나와 바다로 떠난 이후에는

더 이상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     


어둠 속에는 아홉 살 아이가 울고 있는데

벗겨진 신발 찾으러 들어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잠겨버린 어둠은 열리지 않는다     


달이 찾아와 소리쳐 불러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

곁에 있는 용눈이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높은오름

돛오름 둔지오름이 힘을 합쳐도 문을 열 수가 없다     


남아있는 늙은 팽나무가 그저 바라볼 뿐

무너진 돌담도 집터도 우물터도 안으로 눈물 흘릴 뿐     


달을 따라서 달의 고향으로 온 나도 그저

서로의 얼굴만 바라다 볼 뿐          




https://youtu.be/DS63sv6GvQw

https://youtu.be/k309UNe92F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