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산 시인의 세상 읽기 &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제주도 탄생 설화를 읽으며 생각한다
3 신인 순서는 양을나 고을나 부을나 인데
사람들은 순서대로 양고부라 부르지 않고
왜 사람들은 한결같이 고량부라 부르는가
왜 사람들은 설문대할망만을 기억하는가
왜 사람들은 설문대하르방은 알지 못할까
제주도를 알려면 최소한 제주 신화와
제주 사삼은 알아야만 한다
제주도에 오시려거든
돌과 바람과 여자와 섬을 알아야만 한다
흑룡만리를 따라오면
이어도서천꽃밭이 있는데
나와 함께 푸른 언덕에 올라
서로 어깨 기대고 나란히 앉아서
오래도록 바다를 바라보고 싶다면
둥그런 수평선 위에 떠 있는
이어도서천꽃밭으로 꽃향기 따라 오시라
제주도
제주도는 지금부터 150만 년 전에 시뻘건 불덩이인 신생대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섬이다. 한라산과 일출봉의 대표적인 분화구와 폭포, 계곡, 바다 등에도 용암의 흔적들이 수없이 발견된다. 화산이 분출할 때 생긴 구멍이 퐁퐁 뚫린 돌이 많고, 그 돌로 집의 돌담을 쌓아놓아 제주도는 온통 화산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주도는 대륙(한반도)과 해양(일본, 동남아)을 연결하는 요충지이며 이들 사이에 낀 고립무원의 섬이다. 그런 연유로 제주도는 한때나마 독립된 부족국가로 존재하기도 했다.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고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라는 독특한 지리환경을 반영한 역사와 민속문화를 자랑한다. 제주의 옛 이름은 탐라국인데 '깊고 먼바다의 섬나라'라는 뜻이다.
지금 부르는 제주는 고려의 고종(1214)년 때부터 사용했다. 고려 숙종 10년까지 탐라, 탐모라, 탁라 같은 이름을 쓰며 한 나라로서 살아남기 위해 백제, 신라, 고려 등에 조공을 바쳤다. 원종 때 몽골에 저항하던 삼별초군이 강화도에서 진도로 다시 제주도로 쫓겨서 들어오자, 이들을 토벌하기 위한 여몽 연합군이 들어온 이후 1세기 동안 몽골의 지배하에 점령을 당한 수난의 땅이기도 하다. 지금은 유명한 관광지로 변하여 외국과 국내 곳곳에서 비행기가 수시로 드나들고, 목포, 완도, 장흥, 해남, 고흥, 부산, 제주도, 통영에서도 여객선이 오간다.
조선왕조는 500년 동안 제주를 유배 1번지로 규정지을 정도로 1급 범죄자를 보냈다. 그 이유는 오직 바람에 의지하여 다니는 풍선으로 오고 가기에는 너무나 먼 섬이며 교통의 오지였기 때문이다. 제주바다는 망망대해로 파도가 너무 높아서 뱃사공들은 목숨을 걸고 항해했다. 제주도는 육지와 너무 멀리 떨어진 관계로 관리나 주민들, 유배인 모두에게 불편한 땅이었다. 그런 땅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이제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섬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태초의 세상이 열린 이야기, 개벽신화
오랫동안 세상은 암흑천지였다. 어둠과 혼돈으로 휩싸인 암흑천지에 개벽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에 하늘 머리가 열리고, 을축년 을축월 을축일 을축시에 땅의 머리가 열리며 미세한 금이 생겨난 것이다. 금이 점점 벌어지는 동안 땅이 솟아오르고 물이 흘러내려 하늘과 땅의 경계가 조금씩 분명해져 갔다.
이때 하늘에서 푸른 이슬이 내리고 땅에서 검은 이슬이 솟아나 서로 합쳐지고 트이면서 만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별이 가장 먼저 생겨났는데 동쪽 견우성, 서쪽 직녀성, 남쪽 노인성, 북쪽 북두칠성, 중앙에는 삼태성이 돋아나자 많은 별들이 속속 돋아 펼쳐지며 하늘 가득 자리를 잡았다.
별빛만으로는 아직 어두웠는지 어두운 채로, 동쪽에선 푸른 구름이, 서쪽에선 하얀 구름이, 남쪽에선 붉은 구름이, 북쪽에선 검은 구름이, 중앙에선 누런 구름이 오락가락했다. 어느 순간, 천황닭이 목을 들고, 지황닭이 날개를 치고, 인황닭이 꼬리를 쳐 크게 우니, 동방에서 먼동이 트기 시작했으며, 이때 하늘에서 천지왕이 두 개의 해와 두 개의 달을 내보내자, 세상이 밝아지며 천지가 활짝 열렸다고 한다.
제주섬이 빚어진 이야기, 설문대 전설
옛날 옛적에 몸집이 아주 큰 설문대 할망이 있었다. 설문대 할망은 힘 또한 장사였는데, 어느 날 치마폭에 흙을 가득 퍼 날라다 넓디넓은 푸른 바다 한가운데 붓기 시작했다. 얼마나 부지런히 날라다 부었는지 바다 위로 섬의 형체가 만들어졌고, 저절로 만들어진 오름들이 보기 좋았는지, 설문대는 흙을 집어 섬 여기저기에 오름을 만들기 시작했다. 흙을 너무 많이 집어놓았다 싶은 것은 주먹으로 봉우리를 탁 쳐서 균형을 맞추었다. 봉우리가 움푹 파인 오름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드디어 섬 한가운데에 은하수를 만질 수 있을 만큼 높은 산이 만들어졌는데 이게 바로 한라산이다. 그런데 산이 너무 높아 보였는지, 봉우리를 툭 꺾어 바닷가로 던져버렸고, 남서쪽 바닷가로 날아간 그 봉우리는 산방산이 되었다.
탐라국이 생겨난 이야기, 탐라개국신화
한라산 북녘 기슭 땅에 심상치 않은 기운이 돌더니 땅 속에서 세 신인이 차례로 솟아났다. 세 신인은 거친 산야에서 사냥을 해 가죽옷을 입고 고기를 먹으며 살았다. 어느 날 동쪽 바닷가에 커다란 상자 하나가 떠 내려왔다 그것은 자줏빛 흙으로 봉해진 나무상자였다. 상자를 여니, 붉은 띠를 두르고 자줏빛 옷을 입은 남자가 새알 모양의 옥함을 지키고 있었다. 옥함을 여니 푸른 옷을 입은 아리따운 처녀 셋과 망아지와 송아지, 그리고 오곡의 씨앗이 보였다.
상자에서 나온 남자는 “나는 동해 벽랑국 사자입니다. 우리 임금님께서 세 따님을 두셨는데, 삼신인이 솟아 장차 나라를 열고자 하나 배필이 없으니, 모시고 가라 해서 왔습니다. 마땅히 배필을 삼으셔서 대업을 이루소서”라고 말하고는 홀연히 구름을 타고 날아가 버렸다. 세 신인과 공주는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차례로 짝을 정해 혼례를 올린 뒤, 물 좋고 땅이 기름진 곳으로 가 차례로 활을 쏘아 거처할 땅을 정했다. 이때부터 오곡의 씨앗을 뿌리고 소와 말을 기르니 날로 백성이 많아지고 풍요로워져 마침내 ‘탐라국’을 이루게 되었다.
당, 마을을 수호하는 신(神)이 사는 집
제주에는 마을마다 신들이 거처하는 장소인 당(堂)이 있다. 마을을 수호하고 모든 일을 관장하는 신을 모신 성소이며 제사 장소다. 마을의 설촌 역사를 간직한 본향당, 아이들의 성장과 건강을 돌보는 일뤠당, 해녀와 어부들의 바다일과 관련된 돈짓당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떤 마을은 7~8개소까지 있는 등 최소한 한 개소 이상은 갖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 아직도 400여 개소의 당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 구경을 하고 싶다면, 어느 마을이건 그 마을 어른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리고 겸허한 마음으로 조용히 둘러보면 된다.
굿, 1만 8천 신들과 인간이 만나는 축제
무격(巫覡)을 둘러싼 주술종교의 모든 민속인 ‘무속(巫俗’)은 우리 민족의 고유 신앙이며 우리 민족문화의 근원을 밝히는 중요한 자료다. 1만 8천 신들의 고향답게 제주에는 풍부한 무속이 전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무속이 바로 ‘굿’이다. 굿을 집행하며 신과 인간의 매개 역할을 하는 무당을 제주에서는 ‘신방’이라 부른다. 신방들이 하는 의례는 기회나 규모, 형식 등에 따라 일반굿과 당굿, 비념 등으로 나뉜다. ‘일반굿’은 가정에서 생사, 질병, 생업, 계절 등을 관장하는 신들을 청해 축원하는 가제(家祭)이고, ‘당굿’은 마을을 수호하는 당신에 대해 마을사람들이 합동으로 당에서 하는 마을제다.
제주에서 가장 유명한 굿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로 지정된 칠머리당영등굿이다. 제주시 건입동 칠머리당에서 마을 수호신인 본향당신을 모시고 마을사람들이 하는 당굿으로, 영등굿인 칠머리당영등굿은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되어 그 진가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소중하고 귀한 굿이 매년 음력 2월 1일과 14일에 사라봉 어귀에 자리 잡은 칠머리당에서 치러지고 있으니 일부러 시간 내어 동참해 볼 만하다.
신구간, 신화가 살아있는 제주만의 독특한 풍속
신들의 고향이라 불리는 제주섬에도 신들이 자리를 비우는 유일한 기간이 있다. 바로 24 절기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 후 4일부터 첫 절기인 ‘입춘’ 전 3일까지의 8일 동안이다. 제주에서는 그 기간을 ‘묵은 철과 새 철의 사이’라는 뜻의 ‘신구간(新舊間)’이라 부른다. 24 절기, 곧 음력이 아니라 양력에 토대를 둔 것이니 매년 1월 25일부터 2월 1일까지가 그 기간이다. 제주에서는 신구간에 지상의 모든 신들이 천상으로 올라가 옥황상제에게 1년 동안 인간세계에 있었던 모든 일들을 결산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신들이 없는 신구간에 평소에는 동티 날까 두려워 못했던 이사, 집수리, 변소개축, 이장 등을 해도 괜찮다고 한다. 그 속신이 아직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어 제주에는 신구간에 집수리를 하거나 이사하는 집이 많다.
포제단, 제주에서 마을별로 안녕을 기원하는 마을제를 벌이는 곳
마을 남성들이 주관하여 유교식으로 거행하는 마을제를 포제(酺祭)라 하고, 이 포제를 행하는 장소가 바로 포제단이다. 여성들이 주관하는 무속제의 인당굿도 병존하고 있다. 당굿과 포제는 원래 하나였던 것인데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유교식 의례가 도입되면서 남성 주도의 포제로 분화되었다.
제주 동쪽의 끝 일출봉의 아흔아홉 봉우리와 서쪽의 끝 송악산의 아흔아홉 봉우리, 제주의 가운데 한라산의 아흔아홉 골, 단 한 필이 부족했던 설문대 할망의 속옷감(한 필이 모자라 99동)·········· 설화 속 이야기들은 이루지 못한 염원과 한, 삶의 지혜가 녹아 있는 제주 사람들의 神이자 歷史이다.
설문대할망
제주섬 탄생 신화로 '설문대할망 설화' 가 있다. 그리고 제주 최초의 국가 형성과 관련해서는 소위 '고(高) · 양(梁) · 부(夫) 삼성신화'라는 게 있다. 제주섬의 탄생과 탐라국의 탄생, 이와 관련된 두 신화를 설문대할망에게 오백아들을 낳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제주 최고의 한량 '설문대하르방'에게 들어보자. 설화에 '설문대할망'은 물장올오름에 빠져 죽었으나 '설문대하르방'은 아직 설화에 죽었다는 이야기가 없다.
제주의 창조주 '설문대할망'은 옥황상제의 셋째 딸로 덩치가 어마어마했다. 제주를 만들어 놓고, 일곱 번의 흙을 퍼 나르니 한라산이 되었고. 이 흙을 나를 때 터진 치마폭 사이로 떨어진 흙덩이가 360여 개의 오름이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빨래를 할 때면 성산일출봉을 빨래 바구니로 삼았으며, 그 앞의 우도를 빨래판으로 썼다고 한다. 일출봉 등산로에 보이는 기암괴석은 그녀가 바느질을 할 때 밝혔던 등경돌이다.
이 설화를 다 이야기하려면 너무 길지만 이 이야기는 하고 가자. '설문대할망'에게는 고민이 하나 있었다. 옷이 한 벌 뿐이라 매일 빨래하고 바느질을 해야 했다. 그래서 그녀는 제주도민에게 속옷 하나를 지어주면 육지와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결국 이루이지지 않았다. '설문대할망'의 속옷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명주 100동을 마련하지 못하고 도민들을 딱 한 동이 모자란 99동을 겨우 모았을 뿐이다.
삼성신화
<고려사>에 실린 '삼성신화'를 이야기하자. 탐라현은 전라도 남쪽 바다에 있다. 고기(古記)에 이르기를, 태초에 사람이 없더니 3 신인(神人)이 땅에서 솟아났다. 한라산의 북녘 기슭에 구멍이 있어 모흥혈이라 하니, 이곳이 3 신인이 태어난 곳이다. 맏이를 양을나(良乙那 → 후에 良은 梁으로 바뀜)라 하고, 다음을 고을나(高乙那)라 하고, 셋째를 부을나(夫乙那)라했다. 3 신인은 황량한 들판에서 사냥을 하여 가죽옷을 입고 고기를 먹으며 살았다.
하루는 자줒빛 흙으로 봉해진 나무함이 동쪽 바닷가로 떠밀려 오는 것을 보고 3 신인이 다가가 이를 열었다. 그랬더니, 그 안에는 돌함이 있고, 곁에는 붉은 띠와 자줏빛 옷을 입은 사자(使者)가 있었다. 돌함속에는 푸른 옷을 입은 처녀 세 사람과 송아지, 망아지 그리고 오곡의 씨가 있었다. 이에 사자가 "나는 일본국(벽랑국) 사자입니다. 서쪽 바다에 있는 산에 신자(神子) 3인이 탄생하시어 나라를 열고자 하나 배필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일본국 왕은 저에게 명하여 자신의 3 공주를 모시고 가라 하셨습니다. 그러한 즉 마땅히 배필을 삼아 대업을 이루소서"라고 하였다. 그러고 나서 사자은 홀연히 구름을 타고 사라져 버렸다.
이에 3 신인은 나이 차례에 따라 순서대로 공주를 배필로 삼았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활쏘기로 점을 쳐서 거처할 땅을 정했다. 그 결과 양을나가 거처하는 곳을 제1도, 고을나가 거처하는 곳을 제2도, 부을나가 거처하는 곳을 제3도라고 했다. 비로소 오곡 씨앗을 뿌리고 말을 기르니 날로 살림이 풍부해졌다. (그래서 제주시 가 일도동, 이도동, 삼도동이다.)
삼성혈(三姓穴)
신화에 의하면 삼성혈은 제주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본관을 제주도로 하는 고 · 양 · 부 3 성씨의 시조 고을나 · 양을나 · 부을나가 이곳에 있는 3개의 구멍에서 솟아 나왔다고 한다. '삼성혈'이라는 이름은 이 3 성씨가 솟아 나온 구멍이라는 뜻에서 비롯되었다.
물론 황당한 이야기다. 3을나 이전에도 사람들은 살았다. 그렇다면 신화 속에 등장하는 제주의 첫 인간, '3을나'는 도대체 무엇일까? 권력자다. 이 신화는 권력 발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신화는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의 시조를 신성시하면서 만든 선전물이다. 소위 '삼성신화'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탐라국 건국신화'인 셈이다. 탐라국 국가 차원의 신화가 일개 가문 차원으로 축소되었다. 이는 중앙집권을 강화하던 조선 정부의 소행이라는 것이다. 지방 권력인 탐라국의 흔적을 말살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의식세계를 장악해야 했고 그 방법으로 탐라국 건국신화를 가문의 신화로 변용시켜 버렸다는 것이다.
이때 탐라의 일부 토호세력은 이에 호응했다고 한다. 어차피 망한 탐라국보다 자기 가문의 영광만이라도 추구하는 게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래야 지역 내의 기득권만이라도 유지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축소된 '삼성신화'가 정착된 것이다.
연혼포(延婚浦)
연혼포는 고 · 양 · 부 3 신인이 벽랑국(일본국)의 3 공주를 맞이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탐라사회는 3 공주를 맞이한 사건을 계기로 질적으로 변화한다. 3 공주가 가져온 오곡과 가축은 수렵사회에서 농경사회로 전환하는 매개체를 상징한다.
혼인지(婚姻址)
혼인지는 삼성혈에서 솟아 나온 고을나 · 양을나 · 부을나가 연혼포에 상륙한 3 공주를 맞아 혼례를 올린 곳이다. 두 부족의 연합을 상징하는 장소이다.
3 공주의 국적이 일본이라는 것도 하나의 상징일 뿐이다. 이 신화가 문자로 기록될 당시 일본이 제주 사람들의 의식 속에 중요하게 각인되는 국가였음을 시사하는 것일 뿐, 탐라국 형성 시점에서 일본 부족과 결합했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그 당시에는 '일본'이라는 이름도 없었다.
일출봉, 식산봉, 우도
설문대할망의 오줌발 때문에 떨어져 나간 우도, 그리고 오조리 식산봉과 일출봉은 그녀가 오줌을 쌀 때 다리를 걸쳤던 장소라고 한다. 그러나 이 신화는 책마다 다르고 이야기하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일출봉을 빨래 바구니로, 우도를 빨래판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제주 사람들은 어째서 이처럼 거대한 여신을 만들어냈던 것일까? 흔히 제주는 여자가 많은 삼다도이다. 이것은 단순히 여성이 수적으로 많다는 뜻이 아니다. 제주 여성의 강인한 생활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할망'에 대해 한마디 하자. 할망은 할머니의 제주어이다. 그러나 여기서의 할망은 힘없는 꼬부랑 노파를 말하는 게 아니다. 할망은 성인, 연장자, 창조의 에너지를 갖춘 여신을 뜻한다. 때문에 설문대할망은 늙은이가 아니라 영적인 능력과 탁월한 지도력, 그리고 싱싱한 젊음을 갖춘 매력적인 여신을 말한다.
조천 엉장매 코지
이곳은 설문대할망이 육지와 연결하는 다리를 놓다가 중단한 곳이다. 왜 다리를 놓다 중단을 했을까 '설문대할망'의 속옷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명주 100동을 마련하지 못하고 도민들을 딱 한 동이 모자란 99동을 겨우 모아 설문대할망의 속옷을 마련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문대할망은 옷 한 벌을 해주면 육지와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코지' 즉 곶(串) : 앞으로 툭 튀어나온 지형
'엉장매' → '엉성하게 형성된 뫼' 혹은 '엉이 있는 뫼'
'엉' → 제주어로 화산 암반의 밑이 떨어져 나가 형성된 작은 동굴 모양의 지형을 뜻한다.
삼사석
삼사석(三射石)이라는 게 뭔가? → 고 · 양 · 부 3 신인이 벽랑국 공주와 혼인한 후 거처할 장소를 정하기 위해 각자 활을 쏘아 점을 쳤을 때, 그 화살이 박혔던 돌이다.
한국의 섬 - 제주도 2021. 06. 15. 책 보러 가기
『한국의 섬』 시리즈는 25년 동안의 현지답사와 섬에서 만난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듣고 눈으로 보며 느낀 감상과 행정기관에서 갖고 있던 기존의 자료 등을 정리한 것으로, 각 지역별로 나누어 수필... 자세히 보기
저자 이재언 섬 탐험 전문가
섬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우리나라의 섬 탐험 전문가이다. 바나바선교회 섬 선교사로 파송되어 선교활동을 하던 중 섬의 중요성을 깨닫고 전국의 446개 섬을 3번이나 순회하였다. 저자는 많은 섬을 찾아다니며 섬의 기본 현황과 역사, 문화, 민속, 주업, 삶의 애환 등 수많은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사진을 촬영하여 기록을 남겼다(드론 사진 포함).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에 재직하였고, 2020년 1월부터 목포과학대학교 해양레저사업단 섬해양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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