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공화국 6 - 서천꽃밭 달문moon
심재산방에서 보니
나와 식물이 하나로 보인다
마음을 굶겨보니
몸의 속까지 다 보인다
나무의 뿌리는 땅 속에 있고
사람의 뿌리는 가슴 속에 있다
나무의 뿌리는 머리카락처럼 무성하고
사람의 뿌리는 알뿌리처럼 둥그렇다
알뿌리 같은 심장이 땅에 묻혀도
나의 가슴에는 피가 잘 돌아
나의 생각은 나무처럼 무성하게 잘 자랄 것만 같다
너덜너덜한 대동맥판막, 망가진 심장도
땅 속에서는 뿌리를 잘 내릴 것만 같다
좌망정에 앉으니
계곡에 숨겨놓은 배도 보이고
늪에 감추어둔 그물도 보인다
월라봉에서 날아오는 학의 긴 다리도 보이고
바다로 날아가는 오리의 짧은 다리도 보인다
산방산에 눌러앉은 구름도 보이고
강정으로 실려 가는 마징가 같은 케이슨도 보인다
심재산방 좌망정에 앉아 눈을 감으니
나무 기둥을 타고 올라가는
천 년의 강물에 빈 배 하나
하늘을 향해 가고 있다
빈 배 가득 하늘이 실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