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movie sketch
섹스의 비밀은
사랑이야
님포매니악 : 님포(유충) + 매니악(미치광이) = 여자 색정증
유충 : 애벌레 (알에서 나온 후 아직 다 자라지 아니한 벌레).
색정증 : 분별없이 이성을 그리워하고 따르며 방종한 성행위를 일삼는 성욕 항진증. 조증(躁症), 사춘기형 정신 분열병, 정신병질 따위에서 나타난다.
님포매니악은 생각보다는 평범한 이야기입니다. 요란 뻑적하게 노이즈 마케팅을 해 댄 것에 비하면 오히려 정적이고 이성적인 영화라고 느껴집니다. 특히 정사장면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딱히 놀라울 건 없습니다. 성기의 빈번한 등장이 새롭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인체의 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본다고 해서 에로틱하게 느껴지지는 않으니까요. 게다가 왜인지 모르겠지만 여자의 성기만큼은 극장용 영화에서도 블러 처리가 된 채로 나타납니다. <색계> 같은 강렬한 정사장면을 원하신 분들은 굉장히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냐면 일단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본능적인 육체 행위에 집착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로 정사장면에서 감정선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다못해 포르노에도 설정이 있어야 흥미로워지는 데에 반해 이 영화의 주인공에게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특히 vol.1은 님포매니악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가를 설명하는 듯한 영화이기 때문에 때로는 지루할 정도로 한 여자의 내면을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님포매니악이라기보다는 '여성의 성적 욕망에 대한 고찰' 정도로 보는 게 이 영화에 더 걸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아직 vol.2를 보지 않아 영화에 대해 완전한 감상을 내놓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영화 내내 자신을 악녀라고 부르며 혐오하는 여자를 마지막에 가서는 이해하게 되는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라스 폰 트리에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멜랑꼴리아를 통해 그의 기괴한 세계에 입문하였고 때로는 지루하지만 상징적이고 우아한 연출 방식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멜랑꼴리아는 라스 폰 트리에의 2011년 작품으로 우울증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하나의 세계로 표현한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그의 영화를 보고 있자면 부유한 집에서 자란 도련님의 취향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실제 그가 어떤 유년기를 보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귀족적이고 거만한 성격인 것만큼은 사실이라고 합니다.) 영화의 모든 샷을 완벽하게 통제하고자 하는 결벽 증세 같기도 하고요. 이번 영화에서도 역시나 도련님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데 본인이 한 때 주장했던 '도그마 95'선언을 생각하면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미장센에 대단한 공을 들입니다.
어떤 사람이 박찬욱 감독에게 하는 비판처럼 때깔에만 집착한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까지 정갈한 영상을 펼쳐놓는 것을 보면 감탄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님포매니악>은 색정광을 다루는 도발적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라스 폰 트리에의 결벽증이 묻어나는 작품입니다. 그것이 영화를 지적으로 만들어주는 한편 지루하고 답답하게 느껴지게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