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movie sketch
그렇게
말하시겠다면
영화감독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감독이라는 사람들은..'이라는 표현을 종종 듣게 됩니다. 아마도 '자기가 만들어 놓고 설명하지 않으려 하고 영화에 대한 의견이 분분할수록 입을 다문다'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영화를 만든 사람은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고 감독에게는 관객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답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굳이 영화에서 정답을 찾는 관객에게 대답하고 싶지 않아 하는 감독의 기분도 알 것 같아요.
영화는 음악이나 미술과 달리 읽어내는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지나친 오역이나 제대로 읽지 않음으로 인해 생기는 섣부른 인상으로 작품이 평가되는 것을 볼 때면 너무하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 또한 영화를 받아들이는 한 방법인걸요. 세상에 나온 작품이란 보는 사람의 몫입니다.
홍상수의 영화는 (감독은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끊임없는 자신에 대한 탐구처럼 느껴집니다. 작품과 그 사람의 인생을 끼워 맞추기 하는 건 촌스러운 일일 수도 있지만 이안 감독처럼 자기 안에 없는 건 만들 수 없다고 말하는 감독도 있습니다. 그리고 전 이안 감독이 무척 솔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홍상수 감독에 대한 소문들에 의하면 그는 자유로운 영혼입니다. 촬영 대본을 그날 써서 전달하고 꾸준히 한 영화사에서 지원을 받으며 상업영화의 굴레에서 자유로운 편입니다. 끊임없이 여자관계에 대한 소문이 있었고 김민희와의 연애로 얼마나 스스로에게 충실한 사람인지를 증명해냈습니다.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은 그의 영화들 중에서도 가장 홍상수 같은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신분열증으로 보일 정도로 뻔뻔한 주인공 민정의 모습이 오싹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끝까지 자신을 밀고 나가 다시 한번 영수와 너무나도 좋은 시간을 갖게 되는 그녀를 보면 저것 또한 하나의 이상향을 찾는 과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타인의 시선과 소문은 홍상수 영화의 단골 소재입니다. 그것 때문에 영화 속 인물들은 관계가 틀어지고 상처를 주고받습니다. 흔히들 내가 아는 '나'는 진정한 내가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나'가 진짜라고 합니다. 이 영화는 그 말에 정반대 의견을 냅니다. 진짜는 남들이 보는 '나'가 아니라 내가 주장하는 '나'라고요. 살다 보니 영화가 주장하는 저 말이 더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조차도 모르는 나에 대해 남은 무지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남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어마어마하죠. 우리는 결코 남에게 관대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민정에 대한 소문을 만들어내는 남들의 목격담은 사실이지만 그 평가가 그녀를 알 수 있게 해 주지는 못합니다.
홍상수의 영화는 적극적으로 어떤 태도를 취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보여줌으로써 어떤 이야기가 생겨날 뿐입니다. 그러니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누군가는 그의 이상에 대해 개소리라고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동의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란 그런 거니까요. 이런 쓸모없는 상념들을 생겨나게 만든다는 점에서 홍상수의 영화는 늘 훌륭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p.s 김주혁 배우는 연기를 무척 잘하는 배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