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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arn Jan 10. 2021

햄릿을 생각하다가

#09. 자글자글

셰익스피어의 대표 비극  주인공으로 400 이상 회자되고 있는 햄릿은 지금으로 말하면 가정사가 많이  좋은 금수저. 굴절된 영혼 탓에 끊임없이 왜곡되는 사람. 순수했던 햄릿은 감당할  없는 진실을 마주하려다 미쳐버렸다. 그는 '어떻게 그럴  있을까?'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면전에 대고 이야기할 만큼 용기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래서 스스로 진실을 아는 자의 무게를 홀로 짊어지고 있다 생각했던 거 같다. 안타깝게도 햄릿은 틀렸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진실이 알려진들 아무 의미 없었을 거다. 아버지를 깊이 사랑했던 그가 느끼는 고통은 매일같이 시중드는 하인이나 일상을 살아가는 백성에겐 한낱 가십에 지나지 않았을 테니까.

진실을 말하지 못한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시비를 걸었고 그런 그를 모두가 불편해했다. 끝끝내는 자신의 광기를 감당하지 못해 무고한 사람을 여럿 죽이기까지 했다. 햄릿 아버지의 독살만 빼놓고 이야기한다면 그의 숙부가 훨씬 더 호감 가는 인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성적이고 호탕한 데다 사례가 후하고, 타인이 불편해할 만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니까. 햄릿의 아버지보다 왕비에게 더 잘했는지도 모른다. 왕비 역시 의심스러운 일만 덮어둘 수 있다면 살해당한 왕의 전처보다는 새로운 왕의 왕비가 되는 편이 나았을 거다.

햄릿은 모두가 잊고 싶어 하는 일을 끊임없이 일깨우는 불편한 존재였다. 가까운 사람에게 자기가 안고 있는 분노의 이유를 말하지 못해 이해받지도 못했다. 연극 <햄릿>에서 그가 연극배우들을 보고 감격에 겨워 내뱉는 대사가 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다른 사람의 마음이 되다니 얼마나 이타적인가.’



아버지의 죽음이 단 2주 만에 정리가 되는 걸 보며 햄릿은 타인에게 이해받기를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불쌍한 햄릿. 이상하게 나이 들수록 햄릿의 광기가 더 마음 아프게 느껴진다. 그의 개인적인 슬픔과 관계없는 사람들에겐 숙부와 햄릿중 누가 더 좋은 사람이었을까. 진실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면 햄릿은 시도 때도 없이 갑분싸를 만드는 유별난 인간일 뿐이다. 현실은 감당하기 힘들고 숙부들은 언제나 나이스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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