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먹는 하마

장마전선 띠 두르고 달포 동안 흘린 눈물 흔적

덕지덕지 붙어 있는 우울한 벽지에

검푸른 폭죽 터뜨리며 스멀스멀

복제의 축제를 여는 거뭇거뭇 곰팡이가

더욱 활갯짓하며 눅눅한 슬픔을 낳자


축축한 습기에 달싹 달라붙어

마른 목 급하게 축이던 메마른 하마는

흔들리는 햇살보다 더 많은 물 들이마셔

한껏 젖어 늘어진 제 뱃살 불룩 내밀며

꺼억 부담스러운 속내 엿보이며 살짝 흔들리지만


고요히 잠들어가는 길어진 여름 덕에

목까지 차오른 출렁이는 배부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연방 물방울 벌컥벌컥 들이마시며 썩어버린

추억의 벽지 문양 하나하나의 간지러운 몸부림까지

시원하게 달래 주며 쾨쾨한 역한 그늘의

어두운 그림자마저 저 멀리 귀향길로 보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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