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그 떨림에 대하여

전주 빈센트 반 고흐 커피숍

내가 처음 이곳을 알게 된 것은 거의 20년 전이다.

화려한 거리 사이, 아주 좁은 골목길을 들어서면 이렇게 작은 입구가 보인다.

좁은 계단을 따라


조심히 내려가면, 아담하고 따뜻한 내부가 보인다.


그곳으로 들어서자마자 그윽하고 향기로운 커피 향이 물밀듯 풍겨온다.


그것은 마치 파도에 휩쓸리듯, 정신을 살짝 내려놓을 정도로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떨림이었다.

20여 년 전만 해도 이렇게 커피를 직접 내리는 곳은 흔치 않았다.

어쩌면 내가 몰라서였을까?

아무튼 흔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참으로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한참이나 그곳의 커피 향이 뇌 속을 지나 내 코끝까지 계속 향을 전해주고 있었으니.



내부로 들어서면 벽을 따라 책장이 나란히 자리 잡은 모습이 보인다.

꽤 오래된 책들이 빼곡히 꽂혀있었다.

ㅡ 지금이야 어디서든, 조금만 시간이 나면 사람들은 뻘쭘할 기회를 느낄 틈도 없을 정도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모습이 일반적이지만, 예전에는 약속에 조금 일찍 도착한 사람들은 물컵을 만지작거려 보거나 여기저기를 쳐다보기도 하고 그러다 그렇게 비슷한 사람들끼리 눈이라도 마주치게 되면 황급히 눈을 돌려 야만 했던ㅡ


그런 시간이 있던 때에, 이곳은 그야말로 '자유로운 진정한 대학가의 모습'처럼 내 눈에는 그렇게 비쳤다.


기다리는 지루한 대기시간 대신 부드러운 선율의 음악과 책에 모두들 빠져있었다.

멍하니 허공의 어색한 공기를 부여잡을 일이 없었다.


그곳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한 권씩 책을 빼서 읽고 있었다.


일찍 와서 홀로 앉아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커플들도 나란히 앉아 서로 살며시 기댄 채 편하게 책을 보고 있었다.


이것이 '빈센트 반 고흐'라는 커피숍이 내 머릿속에 자리 잡은 첫 기억이다.



사실 나는 커피를 잘 못 마신다.


카페인 알레르기가 있어 커피를 마시면 두근거리며 잠도 못 자고 심하면 손이 떨리기도 한다.


그래도 난 커피를 마신다.

아니, 음미하며 조금씩만 즐긴다.

그 조금의 시간과 향이 오히려 더 달콤해진다.

이곳의

자유와 사랑과 추억을 더해


오늘도

한 모금 한 모금씩

떨리는 커피를 음미해본다.


사진은 인터넷을 통해 찾았습니다.


조금씩 변하기는 했지만,

제 추억과 오랜만에 마주하게 되어 두근거리는 날이었습니다.


끝으로 사진 올려주신 분께 개인적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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