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출근길 아침. 누가 보이도 딱 할머니인 분이 이른 아침부터 무거운 짐 꾸러미를 바리바리 싸들고 힘겹게 버스에 오르셨다.
나는 자동반사 격으로 벌떡 일어나
"여기 앉으세요~"라고 하자,
"됐어요."하시길래 다시 한 번
"저 금방 내리니 괜찮아요. 앉으세요. 아니면 짐이라도 들어드릴게요."했더니,
갑자기 버럭 화를 내시며 하시는 말씀.
"됐다니깐"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너무 귀찮게 해드렸나?
한 번의 거절을 미덕으로 오해한 탓일까?
배려 아닌 배려?
상대방이 호의로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이 진정한 배려가 될 수 없다는 사실.
처음엔 조금 당황했지만 서서히 40줄에 오른 나는 이제야 그분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됐어요"란,
'나는 아직은 젊다고, 너희들이 보는 것처럼 그렇게 힘 못쓰는 늙은이는 아니라고!.'란 뜻임을.
요즘 젊은 사람들도 버스에서 자리만 나면 무조건 앉고 싶어 하는데 어찌 보면 참 멋진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