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를 통해 배우다
간지러운 바람이 살랑이던 이 맘 때면 생각나는 아이가 있습니다.
제가 가르쳤던 정말 정말 통제 불가능하고 제 멋대로였던 아이, 아니 이제는 기억 속에 따뜻하고 소중하게 자리 잡은 그 아이.
벌써 15년도 넘은 이야기네요.
아이들을 가르치던 초창기.
몇 년 되지 않아 가르치는 것만 겨우 익숙해질 때쯤 이 아이를 만났어요
그 당시 이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어요.
부모님은 의사 선생님이셨고 머리도 엄청 좋은 개구쟁이였답니다. 그런데 이 좋은 머리를 엉뚱한 곳에 쓰는 게 문제였지요.
4학년이나 되어서 수업시간에 돌아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그 당시 돈을 이용하고 힘을 이용해 친구를 따돌리기까지 했으니까요.
모든 선생님들은 저를 포함, 이 아이 때문에 너무 힘들어했고. 나중에는 정말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할 정도였어요.
어느 날은 도저히 방법이 없자, 마음에 별로 없는 행동이었지만 아이를 개인적으로 불러서 얘기를 시작했지요.
아이의 이름을 부드럽게 불러주며, "선생님이 너를 혼내는 것은 네가 미워서가 아니라, 오히려 네가 많이 예뻐서란다. 그 좋은 머리로 공부를 하지 않고 친구들과 선생님들 골탕 먹이는 일에 치중하니 선생님은 너무 속이 상하는구나. 선생님이 너에게 관심이 없다면 혼내지도 않는단다. 선생님은 너를 많이 사랑한단다."하며 꼭 안아주었답니다.
그 다음날,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교무실을 지나칠 때마다, 늘 선생님들을 피해 도망가 듯 재빨리 뛰어가 버리던 아이가, 제게로 와 꾸벅 깊숙이 고개를 숙이고 "안녕하세요?"하며 환하게 웃어주더라고요.
그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네요.
그 순간 저는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100퍼센트의 마음이 아닌 마지막 방법이라는 절반의 진실된 마음으로 다가가 했던 말과 행동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일을 통해 저는 큰 깨달음을 얻으며 아이에게 배웠습니다.
이 아이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히 필요한 아이였고, 겨자씨만큼 작은 사랑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요...
그 뒤로는 친구들도 괴롭히지 않고 바른 자세로 앉아 즐겁게 웃어가며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로 바뀌었답니다.
저와 마지막 수업을 마치는 날, 자신이 가장 아끼며 키우던 햄스터를 선물이라고 부끄러워하며 도망치듯 제 손에 쥐어주고 가더군요.
다음 날 이메일 한 통이 왔네요."선생님 제가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선생님 꼭 찾을게요. 사랑해요."
지금까지도 아니 평생을 잊지 못 할 마음이 예쁜 사랑스러운 아이!
"선생님도 사랑한다. 보고 싶다. 정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