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걷는다.
걷고 또 걷는다.
아이는 다리가 아프지 않다며
택시도 버스도 타지 않겠다며
당당히 걷고 또 걷는다.
걸음걸이에는 벌써부터 지친 기색이
역력하나 꾹 참고 참는다.
다른 아이 같았으면 진작에 포기했을
먼 길을 5살 꼬마는 거의 다섯 정거장 넘어를
걷고 또 걸었다.
이유는 단 하나.
집에 일찍 들어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
이틀간의 방콕 생활이 지겨웠던 모양.
아침부터 키즈카페에
아이가 원하는 맛있는 피자와 후식으로
자주 허락되지 않는 아이스크림까지
손에 쥐고도 더 바라는 것이 있는 아이.
단순히 더 재밌게 놀고 싶어서가 아닌
답답한 공간으로부터의 탈출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어른들은 피곤해 집으로 집으로
기어드느라 바쁜데
아이는 밖으로 밖으로만 외친다.
어쩌면 어른들처럼
이 꼬마 아가씨도 마음이 답답했던 걸까?
힘들어도 걷고 걷다가 갑자기
혼자 잠시 뛰어가 멈춰 서서는
꽃에서 좋은 향기가 난다며
환하게 웃음을 보이는 아이.
우리들도 몸이 피곤해
집으로 집으로를 외쳤을 뿐
사실은 내 마음도
이 아이처럼 답답한 공간을 벗어나
밖으로 밖으로 나가 휴식을
취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와 오랜만에 낮은 발걸음으로
느리게 느리게 걸으며 바라본 세상은
어려서 내가 보던 그 세상처럼
그대로 인듯했다.
아무런 걱정 없는
아무 생각 조차 들지 않는
고민 따윈 생각할 틈도 없는
아주 평화로운 세상!
덕분에 아이와 나는
끊임없이 움직였지만
제대로 마음의 휴식을 만나고 온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