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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피자!

식어버린 행복한 피자.

5세 아이 생일 선물로 받은 피자 쿠폰을 한 달이나 지나 벌써 아이가 49개월! 이제야 쓰게 됐다.


아이는 아빠에게 전화해서 언제 오시냐고 물었다.

40분 후쯤 도착할 거니 피자 시켜서 먼저 먹으라는 아빠의 말씀에 아이는 "빨리 오세요. 조심히 오세요. 사랑해요!"라고 살갑게 대답한 후 전화를 끊었다.


아빠 오실 시간에 맞춰 곧 피자를 주문했다.

얼마 후, 현관 벨이 울리고 피자가 도착했다.


라지 세트인 콜라와 피자를 보고 아이는

"우와, 엄청 크다. 콜라도 굉장히 크네. 이렇게 큰 것들을 가져다주시다니! 배달 아저씨는 정말 우리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신기해했다.

큰 피자는 봤어도 탄산음료를 잘 안 먹는 우리 집에서 아이는 1.25리터 콜라를 처음 보고는 꽤나 놀란 표정이다.


아이들은 참! 귀엽다.

택배나 배달도 다 산타할아버지처럼 아저씨들이 직접 선물로 가져오신 줄 아니 말이다.

그래도 우리 아이는 조금 컸다고 피자를 우리가 돈을 주고 사 먹는다는 것까지는 알아도 크기가 큰 것은 우리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니 참 재밌는 생각이다.


전에도 해님도 달님도 구름도 아이가 예뻐서 가는 곳마다 자꾸만 자기를 따라오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나이 또래에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는 때라고 하던데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드는가 보다.^^


한 조각을 꺼내 아이는 맛있게 먹으며 항상 그렇듯 8조각  피자 위의 새우들을 몽땅 다 자신의 접시로 데려갔다.

아이는 그 이후로도 계속 피자 상자의 뚜껑을 열고 닫기를 반복했다.

아마도 아이는 큰 피자를 열어놓고 보며  몽땅 다 혼자 먹고 싶었나 보다.


그런 아이에게 아빠도  따뜻한 피자를 드시도록 식지 않게 피자 상자의 뚜껑을 덮어주자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도  흔쾌히 동의하며 뚜껑을 어설프게 스스로 닫아놓고는 이어서

맛있게 피자를 먹었다.


다 먹도록 아빠는 도착하지 않으셨다.

아이는 "아빠가 빨리 안 오셔서 피자가 차가워지고 있어요. 곧 피자가 썩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저기 보이는 큰 구멍으로 바람이 들어가 차가워지고 있어요."라고 덧붙여 말했다.

그러고는 아빠가 늦게 오셔서 피자가 썩어버려 못 드실까 봐 속상하다며 얼굴을 연신 찌푸렸다.

그러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대신, 아빠가 오시면 보여드리겠다며 맛있게 먹은 따뜻한 피자를 예쁘게 그렸다.

일이 덜 끝나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지나 도착한 아빠에게 제일 먼저 뛰어나가 자신이 그린 피자 그림을 보여주며 즐거워하는 아이.


결국, 양치질까지 끝낸 아이는 아빠 옆에 또 바짝 붙어  앉아서 피자의 맛있는 부분만을 아기새처럼 입만 벌린 채 더 받아먹으며 한참을 행복하게 웃어댔다.


아빠도 역시 식었지만 뿌듯하게 아이와  피자를 맛있게 먹었다.


작은 행복이 묻어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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