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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어주는 통로.


부드럽게 머리카락 휘날리며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제법 시원한 바람을 마주하는 때가 되면

몸은 벌써부터 알아차리고 들썩들썩 꿈틀꿈틀 거리며 맑은 가을 날을 만끽하자며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본격적인 여행의 계절이 

또 돌아왔다.  


덥지도 춥지도  않으면서

기분 좋게 부푼  마음을

하늘 위로 동동 띄워보내도

좋을 그런 날씨.


어렸을 때에는 정기적으로 한 달에 한 번씩있는 외식과 여행을 제외하고는 지금처럼 자주 여행을 떠나는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본격적인 여행과 마주하게 되는 때가 되자 나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여행,

그것은 마치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어주는 통로 같았다.


첫 몇 번의 여행 뒤에는 늘 끙끙 앓는 체력 방전의 결과가  몸을 짓누른 채 무리하지 말라며 조소를 보내는 듯했으나, 거듭되는 여행은 나의 체력마저 끌어올려주며 몸에게도 마음에게도 더 건강해지게 되는 큰 선물까지 덩달아 안겨주었다.


여행을 하며 단순히 춥고 더운 사계를 순번대로 반복하며 지나는 것이 계절이 아니라 봄의 눈부신 꽃길과 여름의 시원한 바다와 가을의 울긋불긋한 산과 겨울의 낭만 서린 풍경들을 직접 발을 이끌고  나가 눈 앞에 서서 실체를 가까이 마주하며 온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느낄 수 있는 진짜 계절의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은 참!

간사한 존재인듯하다.


처음에는  뒷동산 약수터에만 올라도 기분이 상쾌해지며 어딘가를 떠나왔다는 느낌에 뿌듯해지며 마치 소풍이라도 다녀온 듯 기분이 좋았건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행이라는 경험치가 쌓일수록

처음 여행 시작점의 신기하고 흥분되는 떨림과 기쁨 대신 더 예쁜 곳. 더 아름다운 곳, 더 맛있는 곳을 찾게 되니 말이다.


전에 너무 좋아서 다시 가본 곳이나 그와 유사한 곳은 두세 번까지는 얼추 그래도 좋다고 느끼나 여행&여행이 거듭될수록 더욱 큰 자극이 필요하게 되는 듯하다.


여행의 역치에 다다른 듯 더 이상의 감흥을 느끼지 못할 때면 어떻게 알았는지 구석구석에서 축제가 벌어지며 내게 오라 손짓을 하니 몇 년간은 행복하고도 늘 새로운 여행의 나날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도 인간이 자연에 기대어 더 큰 볼거리 먹거리를 연계하여 새로운 상품으로 개발해놓은 덕분에 결국에는 눈높이와 입맛의 수준만을 높여주며 더욱 큰 자극을 요구하게 만들어버렸다.


이러한 요구에 재빨리 발맞춰 여행상품 개발자들이 더 큰 자극이라 하면 역시 체험이기에 몸을  제대로 움직이는 레포츠들을 여행과 결합시키며 더 큰 짜릿함을 만들어 내었다.


처음에는 성공한 듯하였으나 인간들은 얼마나 뛰어난 적응의 동물들인지 이 마저도 역시 시들해지는 여행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이렇듯, 크고 작은 자극들이 모여 생각을 넓혀주고 마음의 헤아림까지 더 풍요롭게 해주며 삶의 쉼표를 더해주는 여행은 참 매력적이고 고마운 존재이나 그 안에서 진주의 아름다운 자태  뒤에 숨겨 둔 인고와 마주하듯, 익숙해져 버린 반복되는 자극은 씁쓸하게도 더 이상  새로운 감흥을 전해주지 못하게 되었다.


더 큰 자극이 있어야만 멋진 여행이라 생각하게 만드는 뇌의 얄팍한 장난에 가끔은 한숨이 쉬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일명 경험치 가득한 여행가들은 여행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삶으로 느끼며 진정한 여행의 얼굴과 마주하려 하는 것 같다.


캠핑이나 오지탐험과 그곳에서 살아 보기 등 그들에게 새로운 진짜 여행다운 여행이 그렇게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은 또 얼마나

큰 자극을 원할까?

예전에는 보기 힘든 스릴러물이 영화관을 거쳐 안방까지 스멀스멀 시나브로 자신의 연기를 피움며 더 큰 자극을 갈구하도록 수위를 높여가며 시청자를 찾아오기에, 멋모르는 젊고 새로운 세대가 이렇게 무시무시한 자극과 자주 마주하다 이러한 상황들을 당연시 여기며 인간미를 상실해갈까 봐 두렵기 조차한 요즘,


여행이라는

공간 안에서 만큼은


더 큰 사회적, 과학적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긍정적인 자극처럼,


더불어 우리의 마음 수련을 도모하며 순수 인간적이고도  자연적인 생태 그대로의 나 자신과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그리하여 나 자신의 내면적 자극을 통한 성숙한 성장이 마주하는 여행길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잘 자라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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