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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육아 방법

내 방식대로의 육아.

철없던 시절은 무심히 그리고 빠르게도 지나간다.

마치 시동을 걸고 점차 속도를 내어 고속도로 위를 신나게 내달리는 자동차처럼.


내가 부모가 되는 날은 꿈꿔 본 적이 없었다.

다만 늘 내게는 풋풋한 젊음만이 한없이 펼쳐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런 철부지 시절도 나를 용납하지 않은 채 쏜살같이 지나가 버리고 이제는 불혹의 어정쩡한 나이 언저리에 놓인 나만 있을 뿐이었다.


불혹을 넘기고, 뒤늦은 나이에 생긴 딸에 의해 부모라는 새로운 직함을 달고 있는 요즘의 나는 그 철없던 옛 시간을 자꾸만 반추하게 되면서 지금의 나와 내 부모님이 겹쳐 보이는 경우가 종종 생겨났다.

그러면서 나는 후회와 반성의 시간이 점점 잦아지고 있음을 느꼈다.


수많은 상황과 시련에 따라 가족 간의 원망과 미움 한 번 없었던 가정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그것도 다 옛 일.

성인이 되어도 아직도 철부지고 결혼을 해도 철부지였던 내가 아이를 낳고 부모란 자리에 오르게 되니 나의 아이를 키우며 부모님을 돌아보며 내 어린 시절의 커다랗고 위엄 있는 아버지의 모습 대신 작고 야윈 지금의 아버지 모습을 볼 때면, 언제나 한결같이 큰 나무의 그늘로 계셔줄 줄 알았던 그분의 쓸쓸한 뒷모습에 되려 죄송해지며 고개가 저절로 떨궈지곤 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지금이나 그 옛날에나 지금이나 늘 만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도 나름의 힘든 순간순간들이 많이 있으셨겠지만 요즘 시대에는 또 다른 새로운 힘겨움이 육아시대에 함께 발을 담그고 있는 것 같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대부분 비슷하게들 어렵게 살았는지 그리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단어는 모르고 살았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그냥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에는 상대적 빈곤감이 아주 어린아이들에게 조차도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상대적 박탈감은 돈이라는 물질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부모가 자신들에게 쏟아주는 시간과 정신에 이르기까지 범주가 커져버렸다.

그리하여 올바른 육아법에 대한 강의와 책자도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 오히려 내게는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는 느낌마저 들게 해 속상했다.

나도 나름 엄마표 교육을 시행한다고 노력 중이지만 커가는 아이 앞에서는 두 주먹 불꾼 쥐며 속으로 '진정하자.'는 외침을 자주 하는 시기가 오자 나도 돈에 기대 사교육에 맡기고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들곤 했다.


전업주부로 지내며 일명 주말도 없는 독박 유아에 엄마표 교육까지 해내다 보니 내 몸이 지칠 때로 지쳐 힘들어질 때면 아이에게도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 모진 소리도 한 번씩 하게 되었다.

"엄마도 사람이야!"하고 소리도 지르면서 말이다.

그러고 나면 바로'나는 참 못된 엄마구나

.'하고 늘 후회하고 반성하면서도 이런 내 모습도 또한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이런 나의 행동들이 내 아이에게 상처가 될까 봐 노심초사하며 심각하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나의 실수를 접하는 날에는 스스로가 참 한심하게 느껴지다가도 독박 육아의 힘든 생활이 반복되면서 에너지가 바닥나며 다시 찾아오는 이런 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또 속마음에서는 '오죽하면......'이란 마음이 또다시 번갈아 들기도 했다.

그만큼 육아는 그리 수월한 일이 아닌 것 같다.


어느 날은 가장 친한 내 친구에게서 밤늦게 전화가 걸려왔다. 워킹맘으로 살며 마음은 있어도 피곤해서 집에 도착하면 쉬고만 싶고 쌓여있는 집안일에 버겁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아이에게 집중하기 힘들다면서 말이다.

워킹맘이던지 전업맘이던지 둘 다 진짜 엄마가 아닌 것 같다며 서로 긴 이야기 속에서 울상 지으며 속상해했다.

서로 이런 대화가 길게 오간 날 밤.

갑자기 머릿속을 스쳐간 생각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다고.

그렇기 때문에 그 잘난 육아 블로그와 육아서에서 추구하는 일명 바른 양육자와는 거리가 멀지라도 상관없는 것이라고.'


이렇게 우왕좌왕하며 우리는 또 부모라는 다리를 건너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부모님들도 우리와 별반 다르시지 않으셨으리라.

누구든 처음 부모가 되어 우여곡절을 겪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진짜 '부모'라는 모습에 다가가는 것이리라.

우리가 느꼈던 완벽하고 큰 부모는 애초부터 없었다.

다만 자녀들에게 큰 힘과 안전한 보호막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어려움을 참고 견디며 그리 큰 아름드리나무의 모습으로 서 계셔주셨을 뿐.

우리도 그런 따뜻한 마음을 가슴에 담고 우리의 아이들을 마음껏 사랑해주리라.

그리고 서툴러도 끝까지 있는 힘껏 아끼며 지켜주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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