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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일기

독감과의 전쟁

아이가 잠들었다.

병원 약을 이기지 못하고 투약 30분 만에 곤히 꿈나라로 갔다.

미동도 하지 않는 아이가 갑자기 조금 걱정되어 지켜보았다.

아이를 키우며 힘든 순간들에는 늘 부모님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우리 부모님도 마음이 이러셨겠구나!' 하며 말이다.

6세인 아이가 늘 독감주사를 맞으면서도 어김없이 독감에 걸리곤 했는데 이번에는 말 그대로 '독한 '독감을 만났다.


고열이 지속되고 해열제 교차 복용과 열 주사에도 0.1도 꿈쩍 않고 오히려 더 오르는 체온.

40도 대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체온에 응급실이며 병원을 오가며 5일 밤을 꼬박 새웠다.

불안해서 잠도 안 오고 알람을 맞춰가며 독감약에 증상 약까지 먹이면서.


아이는 태어나 처음으로 계속 토하며 하루 종일 입에 먹을 것을 한 숟가락도 대지 못했다.

안쓰럽고 걱정되고......

다행히 열이 며칠 후 내리면서 입맛을 되찾았다.

나 역시 감기 몸살 기운으로 오한까지 왔으나 참고 버텼다.

그 와중에 시판용은 다 거부하는 우리 딸.

한 끼에도 3번 이상 밥상을 다시 차려 받쳤다.

나중에 좀 살아나서 한다는 말이" 아프니깐 맛있는 게 더 많이 나오네 "였다.

'아이는 아이구나!'

한숨 놓는 찰나 아이 아빠도 덩달아 감기로 앓아 누었다.

독감약 마지막 복용 날, 아이는 갑자기 코피가 났고 참다못해 병원을 가자는 아이 아빠와 동행한 병원에서 두 사람만 진료를 보기로 했으나, 아이가 독감인 관계로 추가로 온 가족이 검사하게 된 독감 검사에서 엄마인 나만 양성 반응이 나왔다.


늘 참는 것이 일상이라 설마 했는데

열 없는 독감이었다.

순간 내가 미련 곰탱이 같았다.

며칠 전 토사곽란이 단순 위염이 아닌 독감 때문이었다.

엄마는 아프면 안 된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쓸쓸히 받아들이며 참고 아이 간호에만 온 정신을 쏟았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한계가 느껴진 오늘 아침에는 눈물이 날 만큼 힘들긴 했다.

속도 울렁이고 너무 기운이 없어 하루 종일 굶으면서도 아이 수발 다 들었던 내가, 아이 못지않게 아파하며 이틀간 감기로 방콕 한 남편 대신 독감이었다.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도와줄 사람만 있는 이 위치가 순간 참 슬펐다.

엄마는 참 크고 든든했는데 엄마가 되어 보니 많이 외로운 위치라는 것을 느꼈다.


이와 중에도 엄마인 나는 옆에서 새근새근 작은 숨소리를 내며 자는 아이가 신경 쓰인다.

숨은 잘 쉬는지, 자세는 불편하지 않은지 하며 말이다.

나도 그렇게 진짜 엄마가 되어가나 보다......


올해도 3분밖에 안 남았다.

내년에는 정말 조금만 더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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