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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일기.

아이에게 배우다.

스르륵 부드럽게 넘어가는 책장 위로 보석처럼 반짝이는 햇빛 가루가 쏟아져 내리는 따뜻한 시각,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는 따뜻한 커피 향이 그윽하게 방 안에 가득 퍼질 때면, 소소한 이 순간에 정말 작은 행복감을 느끼곤 한다.


행복이 별 것 있으랴?

나름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마음 따뜻함을 느끼며 정을 나눌 수 있는 벗까지 곁에 있다면 이것이 바로 행복의 순간이 아니겠는가?

이런 단순한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항상 이것을 기억하고 만족하고 행복한 일상을 살아내기란 쉽지 않다.

늘 복닥복닥 세상살이에 부대끼다 보면 한숨만 늘어나는 하루하루가 더 많으니 말이다.

가끔 6살 , 아니 벌써 7살이 된 우리 아이의 입에서 "아! 행복해~"라는 말이 나오곤 한다.


첫 번째,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두 번째, 방학이라 아침에 졸린데 엄마가 깨우지 않을 때.

세 번째. 재밌는 만화를 한 없이 볼 때.

네 번째. 어려운 수학 문제를 드디어 이해하고 더 풀고 싶다고 말할 때.


'참 아이답다.

그런 별 것 아닌 것들에 행복을 느끼다니.....'

라고 생각하다가도, 어찌 생각해 보면 우리 아이들만큼 행복에 대해 잘 알고 느끼는 사람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도 저마다의 스트레스와 하기 싫은 일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 있기에 늘 웃을 수만은 없겠지만, 아이들에게 웃음과 행복코드는 어른들보다도 더 많은 듯하다.

클수록 웃음이 없어진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우리는 그 무엇 때문에 나이와 웃음을 바꾸며 커나가는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행복을 찾고 지킬 수는 없을까?

아이를 보며 나 자신에게 질문해 보았다.

내가 느끼는 소소한 행복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은 얼마나 느끼면서 살고 있는지를.

또한, 언제 웃어 보았는지. 오늘 하루 동안 몇 번이나 화를 내고 몇 번이나 웃어 보았는지를 말이다.



아이들은 잘 알고 있다.

"좋은 것과 싫은 것을."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고, 정확하게 느끼는 시점에 바로 표현하는 방법을.


이 시점에서 다시 자신을 돌아보았다.

어른이 되면서 점차 자신을 감추고 상대를 배려하고 위하고 싸움과 껄끄러움 없이 부드럽게 지내기 위해서 싫은 것도 싫다고 표현하지 못하고 좋은 것도 당연하게 좋다고 표현하기 망설여지는 그런 순간들이 많아진다는 사실을 또한 느꼈다.

감정표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때 마음은 상처와 불편함을 스스로 치유하며 작은 일상에도 행복느낌 지수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나쁜 감정을 참기만 하다 보면 마음에 생채기가 생기고 곯아 병까지 들기 때문에 마음을 어느 정도는 표현하고 살아야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살기 위해서라도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으라는 말이 문득 생각났다.


아이를 통해 하나, 둘씩 배우는 점이 늘어나는 것 같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도 하고 미움과 화, 불만으로 가득한 마음에 내려놓기 습관으로 작은 빈틈도 만들어 그곳에 자그마한 '행복과 웃음이라는 방'도 만들어 주려 노력해야겠다.


옆에서 꿈꾸다 한 껏 크게 웃는 아이를 보며 덩달아 미소 지어 본다.

이러한 것이 참 행복이라는 것을 우리 꼬마 공주님께 한수 배우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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