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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보는 엄마의 비밀일기

시간 아까워.  빨리 좀 해!

한국인들에게 참으로 흔한 병 바로 '시간 아까워 병'

뭐든지 빨리해야 하고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밥 먹는 시간과 화장실을 이용하는 시간까지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아끼면서 살아온 것 같다.

그 부지런함과 희생 덕분에 우리나라는 빠른 발전을 했을지는 모르지만 모든 병은 건강하지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에 이 시점에서 우리는 지금 자신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겠다면서 날을 새고 공부하고 새벽에 일어나 다음 날 새벽을 마주 보도록 일을 하면서 지내온 시간들이 습관이 되다 보니 집에서 있는 시간조차도 여유롭지 못할 경우가 있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뭔가 허전하고 그 무언가를 꼭 해야만 할 것 같은 불안감은 집에서 조차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나를 만들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진짜 병으로 이어졌다.


어느 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이제는 나 혼자만의 부지런한 병을 어느 순간부터 사랑하는 아이에게 옮기고 있음을 발견하고 나는 깜짝 놀랐다.

아이는 제 속도로 꾸준히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을 텐데 아직 미숙한 채 일상을 채워나가는 아이의 모습이 뭔가 불만스럽게 느껴지고 아이에 대한 사랑이라는, 걱정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내세우면서 나는 내 아이를 항상 채근하고 있었다.

아이에 눈에는 그런 엄마가 어떻게 보였을까?

아이도 많은 생각을 해 보고 엄마의 입맛에 맞추려 노력도 하고 그래도 안 되니 때론 짜증도 나고 화도 나기도 한 것 같다.

엄마가  먼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말처럼 엄마가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아이도 마음의 여유가 있는 진짜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의 행복을 가장 바라는 내가 아이의 행복한 웃음과 시간과 사색과 여유를 못마땅해하면서 전부 빼앗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 갑자기  무서움이 큰 파도의 휘청거림처럼 내 마음속에 큰 폭풍우를 일으켰다.

아이는 지금 내 옆에서 오늘의 엄마에게 맞추려 애쓰는 것이 힘겨웠는지 결국  먼저 잠이 들었다.

주말에는 마음껏 쉴 수 있기에 좋아하고 기다리던 날이었는데 평일의 미숙함을 보충해보려는 엄마의 욕심이 결국은 아이의 마음속에 또 다른 슬픔과 아픔의 씨앗을 꼭 박아서 심어놓은 하루가 된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다.

부모님들은 다 너를 위해서야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불안감을 아이에게 전가하며 자신의 불완전함을 아이를  통해서 채우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밤은 깊어만 가고 생각은 더욱 나를 무겁게 누르고 있다.

편안하게 잠들어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미안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정말 내일부터는 아이를 위한 일과 나를 위한 일이 아니라, 내가 행복해지는 일과 아이가 행복해지는 일을 찾아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힘을 키우도록 노력하고 싶다.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여유를 자주 만들어 주고 싶다.

그리고 더 많이 안아주고 더욱더 사랑한다고 많이 표현해주고 싶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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