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현 등단시인 칼럼니스트
Mar 12. 2022
미세 미세해도 보인다.
간지러운 먼지 냄새로도 보이고
따가운 눈의 느낌으로도 보인다.
미세먼지가 점점 심해지면서 심각성을 느끼고 외출을 꺼리고 밖에서 돌아오면 온 몸을 털어내던 때가 그리 오래되진 않은 것 같은데 더 센 유행병이 우리의 날 선 감각에 더 큰 도전장을 내민다.
오늘도 미세먼지가 정말 미세 미세하게 작은 틈 사이사이마다 비집고 들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그러나 예전만큼 큰 감흥은 없다.
늘 하던 대로 공기청정기를 돌리고 숨이 답답하다고 느끼면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다.
마치 습관이 된 계절을 맞이하는 느낌으로 말이다.
익숙하다는 것은 편안하다는 의미와 상응하는 단어인 줄 알았는데 익숙함이 주는 불편한 상황을 더욱 익숙하게 만들어 주면서 상태의 심각성이 커져가는 일이 계속되자 더욱 무서운 일들이 하나둘씩 고개들 드는 것 같다. 이러한 일이 생기는 이유가
'살아가려고 노력하던 습관'이 불러온 슬픈 현실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답답해진다. 나만의 삶을 유지하는 데에도 가파르고 마른 길을 걸어가는 듯 허덕인다는 이유로 내 주변과 내 자연과 내 지구를 너의 주변과 너의 자연과 너의 지구로만 보았기 때문인 것 같다.
요즘에는 쓸데없는 등이 켜있는 방들을 보면 북극곰이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는 것 같다는 생각에 내가 한 일이 아니더라고 얼른 소등한다.
내 작은 손길이 북극곰의 아픔을 위로해 줄 수는 없겠지만, '나 한 명쯤이야'보다는 '나 한 명이라도'의 힘이 계속 더 해진다면 조금이라도 덜 미세 미세한 일들이 조금이라도 덜 우리의 일 상에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나는 아프기 싫다.
나도 아픈 건 싫다.
자연도 그럴 것이고 우리 지구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