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거를 본다-
천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더더욱 느끼는 점이 있다. 그것은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천문학이라는 분야는 굉장히 생소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살았을 적에는, 천문학이라는 분야를 공부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 분야로 대학을 가고, 공부를 하고, 또 일을 한다는 것은 나의 선택사항조차 아니었다. 미국에 들어와 산 후에야 나는 천문학이라는 이 분야를 처음으로 접하고, 처음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확실히 미국에서 천문학은 한국보다 자원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소한 분야는 사실이다. 대학에서 나의 과를 처음 소개할 때, 많은 애들은 '아, 나도 아는데, 그거 zodiac (황도 십이궁도) 보는 거 아니야?'라고 말했다. 아마 천문학인 Astronomy를, 점성술인 Astrology로 착각한 것 같다. 놀랍게도, 이런 이야기는 수없이 많이 들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천문학을 너무 어렵거나, 별을 관측하는 낭만적인 분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천문학은 그리 어렵지 않고, 낭만적인 것보다 더욱 의미가 있다. 천문학의 기초를 알게 된다면, 지금까지 밤하늘에 떠 있던 별과 행성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 글의 목적은 무엇인가. 이 글은 내가 천문학 수업을 들으면서 가장 재미있고, 가장 흥미로운 사실들을 가져와, 보는 이에게 도움이 되고, 나에게는 동기부여가 되는, 홍보글이 될 것이다. 즉, 천문학이라는 분야의 매력을 마음껏 뽐내는 글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첫 글은, 천문학에서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리'에 대한 내용이다.
천문학은 거리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가 이 분야에서 관측하는 물체들은 지구와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침에 맞이하고 저녁에는 떠나보내는 태양은 무려 1억 5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 있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거리인, 10,736 킬로미터의 무려 140배이다. 이 말은, 한국과 미국을 70번 왕복해야만 지구와 태양의 거리를 채울 수 있다. 이렇게 가까운 물체조차도 숫자가 너무 거대하기에, 천문학자들은 가장 간편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바로, 자신들만의 거리 단위를 만드는 것이다. 방금 말했던 지구와 태양의 거리는 이제 1AU (Astronomical Unit)로 바뀌어졌고, 이것은 이제 공식적으로 지구와 다른 행성들과의 거리를 비교할 때, 다른 행성들과 태양의 거리를 비교할 때, 또는 태양계 밖의 행성들과 그 행성들이 공전하는 별 사이의 거리를 비교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이렇게 천문학자들은 간편한 시스템을 도입해, 거리를 더욱 친숙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오늘 여기서 설명하는 것은 AU가 아니다. 오늘은 광년 (light-years)과 그것의 흥미로운 점을 설명할 것이다.
광년이란, 일정한 속도를 가진 빛이 일 년 동안 이동하는 거리이다. 빛은 변하지 않는 속도를 가지고 있기에, 거리를 측정하기에 딱이다. 아마 광년을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스타워즈나, 인터스텔라 같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는, 광년이라는 거리가 나올 때가 많다. 아마 지구와 태양보다는 더욱 먼 물체를 향해 이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광년이라는 거리 단위는 주로 태양계 밖의 물체들에 사용된다. 더 이상 킬로미터나, AU와 같은 거리 단위가 쓸모가 없어질 정도로 물체가 멀리 있는 경우에 광년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광년이라는 개념을 많이 들어보았지만, 사실 광시 (light-hour : 빛이 한 시간 안에 이동하는 거리), 광분 (light-minute : 빛이 1분 안에 이동하는 거리), 그리고 광초 (light-seconds : 빛이 일초에 이동하는 거리)도 쓰일 수 있다. 앞서 얘기했던 지구와 태양 사이에 거리는 8.317 광분이다. 즉, 태양에서 나오는 빛이 우리의 눈에 오기까지는 8.317분이 걸린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시로는, 지구와 달의 거리는 1.3 광초이다. 우리가 평소에 보는 달의 불빛은 무려 1.3초나 이동하여 우리 눈에 담기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지구 밖의 물체에서 보는 불빛은 모두 이동하는 시간이 있다. 태양에서의 빛은 무려 8.317분을 이동하여 비로소 우리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8.317분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태양의 시간은 흘러간다. 다시 말해, 우리는 항상 8.317분의 과거의 태양을 본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물체도 마찬가지이다. 1.3광초나 걸리는 달빛은, 1.3초 과거의 달의 불빛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항상 과거의 물체들을 관측하고, 그 물체와 우리의 거리가 멀수록, 우리는 그 물체의 더 깊은 과거를 본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큰 은하계인 안드로메다 은하는 무려 우리 은하로부터 250만 광년 떨어져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250만 년 전의 안드로메다를 보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과거의 물체를 관측하기에, 물리학, 화학, 그리고 생물학 등 여러 학문을 통합해서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여러 가지 관측 데이터를 통해 그 물체의 상태를 예측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이렇듯 천문학은 미래지향적인 모습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에 맞게 항상 발전하며, 공부하고 있다.
<안드로메다 은하 (M31: The Andromeda Galaxy) by Robert Gendler>
혹시라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굳이 멀리 보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태양빛을, 밤에는 달빛과 별빛을 보면, 이미 과거를 보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생각지도 못하게 지구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면, 아마 밤하늘의 별들도, 달도, 그리고 아침의 태양빛도 달리 보일 것이다. 그렇게 해서 더 재미있는 하루가 되기를.
Image From :
Gendler, R. (2018, December 18). M31: The Andromeda Galaxy [Digital image]. Retrieved December 31, 2020, from https://apod.nasa.gov/apod/ap18121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