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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May 08. 2023

[책리뷰] 모든 삶은 흐른다

책 속의 보물 찾기

  지난 동해시 삼척 여행에서 나와 함께한 책이다. 동해 바다의 깊고 진한 아름다움을 보며 이 책을 읽는 환희를 느낄수 있어 감사했다. <모든 삶은 흐른다>는 로랑스 드빌레르라는 프랑스 최고의 철학과 교수가 쓴 책으로 자연이 주는 철학적인 가르침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철학과 삶, 바다라는 테마를 한데 녹여 낸, 이보다 더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할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바다와 삶에 대한 통찰이 인상적인 책이다.


  '삶은 참 바다를 닮아있구나' 라는 생각을 품고, 깊고 진한 시선으로 바다를 보며 내 삶을 다시 돌아본다. 지금 나는 어떤 시기를 지나고 있을까? "대양은 밀물과 썰물 사이에서 자신만의 시간과 리듬을 가진다."라는 구절에서 잠시 호흡이 멈췄다. 어쩌면 내가 했던 그 수많은 고민과 방황들이 내 삶에 밀려들어오는 밀물과 썰물에서 나만의 리듬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위로를 얻는 시간이다.


"파도가 저 멀리 물러나는 걸 보고 있으면 왠지 이 파도는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안심하다 예상보다 더 깊게 파도가 밀려오는 걸 보면 놀랍다. 물러날 때는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밀물과 썰물이 계속해서 벌이는 놀이다."


<모든 삶은 흐른다>


삼척 숙소에 밀물과 썰물을 바라보며 이 글을 다시 읽으며 생각한다. 우리 삶에도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없다. 물이 밀려 나갈때 모든 것을 잃은 듯 괴롭다가도 다시 밀려 들어 올때의 안도감과 환희를 기억한다. 그렇게 일희일비 할 것 없이 삶은 파도처럼 흐른다. 들어왔다가 다시 돌아 나가기를 무수히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니 감정들 하나 하나에 너무 큰 의미 부여를 하며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아야 겠다. 그 마음들은 그렇게 왔다가 가는 파도와 같으니 말이다.


목차를 보면서 어느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제목이 없다. 어디든 책장을 펼치고 들어가면 삶의 진수를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거친 바다로 들어가서 세차게 울다가, 잔잔한 엄마 품과 같은 고요의 바다를 또 만나고 온다. '흔들리지 않는 삶의 지표 만들기'라는 <등대>의 한 꼭지를 읽으며, 어쩌면 이 책이 내게 온 이유가 이 장면이않을까 생각했다. 나는 등대를 놓치고서 바다에서 길을 잃고 표류하는 삶을 오래 산 것 같다. 그렇게 아득하고 외롭고 두려웠다. 캄캄한 바다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이 두려움이 내가 생각하는 삶의 모습이었다. 잃었던 등대를 만났다. 내 삶에도 등대가 나타났다. 드디어. 마침내.



"우리에게도 삶을 비춰주고 당당한 등대가 필요하다.이런 등대가 있으면 일이 풀리지 않고 답답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등대는 위로를 해주기도 하고 모범이 되기도 하며 자신 있는 가치를 상징한다.우리 인생을 이끌어주고 손을 내밀어 위로가 되어주는 등대들을 목록으로 정리해보자. 그러한 등대들로 무엇이 있을까? 책? 친구? 고향? 신? 부모님? 오랫동안 간직한 꿈? 목록을 만들고 카드에 붉은색 글씨로 써보자. 인생에 암초가 나나타 위협하고 바다가 사나워질 때 이 목록을 떠올려보자."

<모든 삶은 흐른다>



내 삶의 등대는 책이고 사람이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이다. 이렇게 나는 나를 안전하게 지켜줄 글을 만나서 다시 나의 내면을 단단하게 세운다. 단단하게 나를 감싸며,그 누구에게도 다치지 않을 보호막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누군가가 툭 던진 말에 수없이 상처를 받던 나는 이제 조금씩 내가 스스로를 위해 세운 보호막, 등대를 만나고 더 안전하고 자유로운 삶을 항해하고 있다. 스스로를 아끼고 보살필줄 아는 지혜로운 시간에 감사하다. 언제나 책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지치고 헤맬때 나를 다시 일을켜 세워줄 등대가 있어 나는 절망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그저 과정일 뿐 - 빙하> 한 꼭지에서 잠시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내 삶이 엉망이 되어 버린 좌절감에, 인생을 그저 막 살아도 좋겠다라고 느끼던 순간이 있었다. 그때 그 얼굴은 정확하게 이런 말을 해 주었다. "모든 것은 그저 과정일 뿐이야. 과정이야. 그저 과정인 거야. 그러니 너무 스스로를 자책하고 혐오하지 마." 삶의 모든 순간들은 어쩌면 그저 과정일 뿐이다. 그 과정에서 만난 원하지 않던 우리의 모습도 있는 그대로 껴안아 주었으면 했다.


"부서지지 않을 것 같은 배들도 바다가 빙하로 조여오면 방법이 없다. 배가 빙하에 갇히면 가느다란 가지처럼 힘을 쓰지 못한다. 우리도 살다 보면 빙하에 갇힌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온도가 갑자기 뚝 떨어지고 모든 것이 얼어버린 다른 세상 속으로 온 기분. 내가 밟은 이 땅은 온통 실패로 가득하고, 고통은 북극의 밤처럼 영영 끝나지 않을 듯 길고, 하루하루 차갑다 못해 시린 실망을 맛본다."


<모든 삶은 흐른다>



그런 시린 실망을 맛보던 내게,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이 과정이니 그만 그 마음에서 걸어 나오라고, 따뜻하게 말과 글로 위로를 건네 줘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모든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 것이 아닌 나를 위해 일어난다는 말을 이제는 정말 진심으로 한번 믿어 봐야겠다. 이 책 속에서도 그런 진한 위로가 가득 담겨 있어서 언제라도 삶의 지표가 필요할 때 열어보고 싶은 책이다. 이제는 진심으로 한번 고민해 봐야 겠다.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우리의 삶을 조종하는 '선장'이 되어야 겠다는 다짐으로 그 질문이 마무리 되는 경험을 하며, 철학자가 건네는 인생의 깊이 있는 통찰과 지혜에 머물다 간다.



"바다는 인생이다. 그것도 무한으로 이어지는 인생. 누구에게나 삶은 유한하게 단 한번이지만, 영원히 마르지 않고 사라지지 않을 바다를 보고 있으면 우리의 삶도 바다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게 아닐까 착각하게 된다. 쉬지 않고 늘 움직이는 바다를 통해 우리는 매일의 인생 여행을 떠올려본다. 바다는 같은 모습인 적이 없다. 그런 바다를 통해 우리는 굴곡이 있는 있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라는 걸 다시금 떠올린다. 바다에게 거친 파도와 잔잔한 물결이 일상이고 필요한 것처럼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


변신하는 예술이자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 예상치 못한 자원, 그리고 여름의 빛을 상징하는 바다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며 우리에게 두려움을 이기고 과감히 나아가라고 말한다. 파도를 헤치고 앞을 똑바로 보고 전진하라고, 운명의 주인이 되어 생각의 방향을 스스로 조종하는 선장이 되라고 말이다."


<모든 삶은 흐른다>



우리 삶을 스스로 이끌어가는 '선장'의 위치에서 오늘도 모두 즐거운 항해를 이어나가길 바라며..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평온하세요.

작가 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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