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하나의 우주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제목의 질문 "글쓰기로 우주 정복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고민 없이 답할 수 있을 것이다. Yes! 가능하고 말고! 글을 쓰면 쓸수록 '나'라는 우주가 정체를 드러낸다. 미지의 '나'라는 세계가 다시 '글'옷을 입고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저마다의 빛깔과 공간에 자리를 잡는 것이다. 마음이 '글'이 되어 뒤죽박죽 어지러웠던 우주가 질서를 잡아간다. '글쓰기'가 우리의 혼돈의 우주를 드디어 정복하는 순간이다. 아름다운 빛깔로, 하나의 별로, 한 우주가 살아나고 다시 다른 우주를 살려낸다. 모든 '글'로 표현되는 마음은 더 이상 혼란이 아니다.
팀라이트 글루틴에서 세 번째로 글쓰기를 함께 하면서 정말 많은 변화들을 만났다. 가장 큰 사건으로는 첫 에세이를 글루틴을 하면서 써 내려간 것이고, 그 글들이 모여서 하나의 책이 되었다. 글루틴을 하지 않았더라면 용기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 책으로 낼만큼 글이 쌓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아픈 나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특급 처방으로 글쓰기와 점점 친해져 갔다. 바로 글루틴 속에서 함께 하면서 말이다.
이번에 팀라이트의 에세이 <글쓰기로 우주 정복> 책을 읽으면서 열 세분의 글 쓰는 마음을 목소리로 만났다. 그저 뭉클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되지 않을 공감과 눈물과 연결된 삶의 공명이 있었다. 그 책이라는 공간 속에서 그들이 각자의 글쓰기 여정과 인생을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나는 하나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다. 어떻게 글쓰기가 삶을 치유하고 그들의 삶 자체가 되어 버렸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때론 지치고 지난한 글쓰기가 꾸준함이라는 성실의 날개 옷을 입고, 더 나은 자신으로 변모하는 환희를 맞는다. 쓰면 쓸수록 자유로워짐을 모두가 다 같이 느끼는 것이다.
마음의 결이 이토록 다들 비슷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단어 하나와 문장 한 줄이 어디 쉽게 나오는 것이 있을까? 수없이 고민하고 고민해서 선택된 단어들이 그렇게 책 속에서 우리에게 진한 위로와 사랑의 마음을 전해준다. 자신이 쓴 글의 부족함을 점검하고, 그러다 때론 창피해서 얼굴이 붉어지는 경험들이 작가들이 만나게 되는 필수적인 경험이라는 말이 절절히 와닿았다. 누구라도, 글을 써본 적이 있다면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정말 잘 쓴 글이라고 어느 날은 우쭐대다가, 다음에 다시 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형편없는 표현들이 가득인 것 같은 자괴감. 이런 것을 책 쓰기 작업을 하면서 정말 많이 느꼈다. 그런데 작가님들도 이 책 속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게 아닌가.
그렇다. 누구라도, 자신이 쓴 글이 만족스럽지 못해서 때론 또 쓰고 또 쓰면서 더 나은 자신과 만난다. 어느 날은 그저 터져오는 마음을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쓰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아서 쓰기도 한다. '살려주세요.'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 날 도 있었다. 글을 쓰면 그 목소리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시작을 한 날들이 있었다. 내 마음 보기가 두려워서 피하고 피하다가 벼랑 끝에 내몰렸을 때 만난 구세주 같은 마음. 한 발아래가 세상 끝이고, 한 발을 세상 앞으로 내디디면 글이 나를 받쳐주는 기분이 들었다.
어찌 쓰지 않을 수 있을까? 이쯤 하면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열 세명의 작가님들의 글이 심각한 나를, 다시 웃게 한다. '아.. 이 모든 것들이 과정이구나. 나도 그런 과정을 밟아 가는 것이구나.' 이렇게 위로를 받는다. 글로 만난 그들이 이렇게 연결되어 한 권의 책이 되어 우리에게 손을 내민다. 종이책의 공간 감각을 좋아한다. 어느 페이지에는 어느 작가님이 살고, 또 어느 페이지는 또 다른 작가님이 머무는 방. 페이지는 공간을 준다. 그 분과 가 닿아서 잠시 안기는 느낌이랄까. 내가 쓴 내 책의 페이지도 그런 느낌을 주었으면 좋겠다.
글쓰기가 이렇게 우주마저도 정복할 수 있는 대단한 무기가 될 줄이야. 3년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이 세계. 글쓰기로 우주마저 정복하는 세계에 우리 모두 들어가 보자. 당신의 글로 당신이라는 세계를 넘어서서 타인에게도 그 자신을 만나게 할 선물을 줄 수 있을 그런 세계가 기다린다. 오늘도 글을 쓴다. 아픈 마음을 일으키고, 쓰담 쓰담, 토닥 토닥해 주면서, 행복한 날엔 행복하다고 쓰고, 슬픈 날엔 같이 울어주는 글쓰기. 오늘 마음은 약간의 슬픔, 우울이 함께 한다. 그러나 또한 지나갈 것이다. 그것이 삶이고 인생이니까..
어차피 삶은 해피엔딩이다. 물방울이 지구별 인생 여정을 끝내고 거대한 바다의 품에 안기는 엔딩, 그것은 해피엔딩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