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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Jun 05. 2023

<사라지고 싶은 너에게> 출간 후

리사의 love yourself

5월 29일 나의 첫 에세이가 태어났다.

마음으로 책을 낳았다. 꼭 자식을 낳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모든 처음이 가지는 의미가 다 다르겠지만 첫 책을 마무리해서 손에 받아 드는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심장이 쿵쿵거리고 떨린다. 또 봐도 눈에 들어오는 오탈자와 매끄럽지 못한 표현들이 얼굴을 붉힌다. 이렇게 완벽하지 못한 사람이 나라는 걸 또 그대로 받아들인다. 셀프 퇴고를 거쳐서, 한마디로 그냥 그 책이 나이다. 누군가의 손이 아닌 내 손으로 써 내려가고 수정하고 모자란 그 모습 그대로. 딱 나이다.

 3년 정도 쓴 여러 마음들이 정리되어 책이 되었다. 아니 어쩌면 나의 사십 년이 그곳에 담겼다. 마흔 이후를 잘 살아가기 위해 큰 정리를 한번 하고 가는 멈춤이 되어 주었다. 책을 쓰고 삶이 크게 바뀌었을까? 나의 답은 은 Yes!이다. 이렇게 처절하게 내가 나를 바라볼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치열하게 나를 들여다본 시간. 책 쓰기 시간. 어쩌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냐 물었을 때 내가 품은 생각들을 쓰는 심정으로 썼던 것 같다. 너무 비장하지만 말이다. 나중에 몇 년 지나서 내 첫 책을 보면 수치스러워서 정말 부들거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나의 의식은 여기에 머물고, 나의 배움과 깨달음은 그 책 속에 그렇게 산다.


책 속의 엄마도, 엄마의 구멍가게도 몇 십 년이 지나면 사라지겠지만 나는 그 책 속에 엄마와 아빠를 담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모든 것은 영원하지가 않고, 그래서 나는 글을 쓰며 그 찰나의 아까운 순간들을 남기는 과정을 사랑한다. 언제까지나 책 속에서는 영원히 남을 테니까.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이라는 책을 쓰고 있다. 내가 써 내려간 책이 나의 삶이 되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잠깐의 위로와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책의 한 꼭지를 차지하는 내 친구 소민이. 첫 책 출간에 누구보다 기뻐하던 소민이를 떠올린다. 출간 파티를 하자면서 한없이 나를 북돋워주던 친구. 소민이 이야기에서 내 마음이 멈추는 아침이다. 소민이는 나의 중, 고등학생 시절부터 절친이다. 책을 쓴다는 이야기를 전했을 때 소민이는 자기 이름도 넣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한 꼭지에 나의 중,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담고 소민이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다.


마흔에 암에 걸린 친구는 내가 책을 쓰던 당시까지 첫 수술 이후에 한 번 더 재발을 해서 다시 수술을 받고 주기적으로 검진을 다니면서 건강 관리 중이었다. 그렇게 재발 이후 몸 관리를 잘하던 것 같아서 모든 사람들이 안도하고 이전 일상처럼 편하게 지내던 중이라. 이번 출간 이후 다시 친구의 재발 소식이 들려올 때의 절망감이 너무나 컸다. 내 책 속에 그녀는 재발 후 잘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하여 지내고 있다는 글로 마무리가 되어있다. 그런데 책 속에 없던 또 다른 슬픈 소식이 들려오니 마음이 무너지는 것이다.


나에게 전지전능한 힘이 있어서, 내가 써 내려가는 대로 다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딱 내 책 속 이야기 그대로, 소민이는 이번에 다시 수술을 했지만 건강을 잘 회복하여 평온한 일상을 맞고 있다. 감사하다. 이렇게 그녀의 삶이 흘러가길 간절히 바란다. 두 번째 수술에서도 잘 해냈으니, 우리 소민이는 이번에도 잘 해낼 것이다. 그녀에게 다시 평범한 일상이 찾아오고, 우리와 평일 낮 나들이를 즐기고, 1박 2일 여행도 떠나고 노래방에서 옛날 즐겨 부르던 노래를 부르며 놀고 싶다.


소민이에게 우주의 큰 힘을 몽땅 가져와서 안겨 주고 싶다. 수술을 잘 받고 퇴원해서 내 책을 안겨 주는 날을 꿈꾸며. "소민아, 너는 이번에도 참 잘 해냈어. 대견하고 대단하고 정말 사랑한다. 우리 더 오래오래 같이 하자. 정말 이번에는 너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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