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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Jun 09. 2023

평온해도 괜찮을까 평일 짧은 글램핑 추억

블로그를 통해 평일 한정으로 글램핑 기회가 생겨서 남편과 둘이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집에서 1시간 40분 거리에 있는 합천 별 보다 글램핑장.


나의 저녁 수업과 남편도 그날의 일들을 마치고 7시에 출발을 할 수가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둘만의 이런 시간을 가져본다. 최근에 여러 가지 일로 대화가 부족하고 시간도 부족해서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 둘이서 편안한 시간이 생겨서 감사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블로그 예약을 핑계 삼아, 저녁에 이렇게 잠시 일상과 집에서 떨어져 나와서 한편으로는 좋았다.


걱정들을 내려놓고 그냥 오랜만에 남편과 조용한 시간이었다. 책 출간도 마음이 복잡하고, 친구 일도 그렇게 나의 개인적인 일들을 더하여 머릿속이 복잡한데 한적한 시골로 가니 풀벌레 소리, 새소리, 소 울음소리 다양한 자연의 소리가 들려온다. 밤바람도 시원하고, 잠시 정말 세상의 고민이 멈춘 순간이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도 평온해도 괜찮을까?


이상하게도 나는 너무 좋은 일이나 행복한 일이 있으면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내게 온전한 행복이 가능할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온전히 행복하기가 참 어려웠다. 그런 생각들을 하다가 그냥 내게 온 잠시의 평온한 시간을 그만 허락하자는 결론으로 다다른다.



그럼에도..


평온해도 괜찮다.






지난밤의 밤공기 느낌과, 하늘, 별, 개구리울음소리, 심지어 아침에 우는 소 울음소리마저 나는 사랑스럽다 느꼈다. 남편은 소 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설쳤다고 하는데 나는 크게 거슬리지 않았고 오히려 글램핑 텐트 안의 포근한 느낌이 참 좋았다. 지금도 그날 아침에 눈 떠서 보는 환하고 온화한 빛들이 세상 따뜻한 기억으로 남는다.





아주 오랜만에.. 약간 서먹하게 그렇게 둘이서, 괜히 아이들 이야기를 꺼내 안주를 삼아 보고,  글램핑을 해보면서, 저녁 두세 시간의 고요와 평온이 감사했다. 세상에 많은 일들이 생긴다. 우리 부부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 고 3 여름에 처음 만나, 결혼까지, 그리고 이제 마흔을 넘긴 우리 둘. 앞으로 더 잘 살아 보기 위해 이렇게 서로를 위한 시간을 더 가져본다.





잠시 아이들과 영상 통화를 하고, 우리 글램핑 동에 온 고양이 이야기를 하면서 하하호호,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간단히 하이볼을 마시고,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그래도 오랜만에 평온하고 좋았다. 닿지 못해 늘 외로웠던 시간에 서로 다가가는 작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가장 가까워도 때로 멀기만 한 부부..





아이들이 있으니 더 가족 속에 숨어서 진정한 소통을 하지 않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가족들도 때론 1:1의 만남이 필요하다. 엄마와 딸, 혹은 아빠와 아들, 아니면 엄마와 아들, 아빠와 딸, 아니면 이 날처럼 남편과 아내. '단 둘이서 서로 주고받는 깊은 속마음의 이야기가 참 필요하겠구나'하고 느낀 소중한 반나절이 되었다.





다음 날 아침, 합천 별보다글팸핑장을 둘러본다. 수영장도 보이고, 자연이 참 좋다. 간단히 산책을 하고 남편과 둘이서 금요일 반나절 동안 다시 둘만의 시간을 가진다. 최근에 골프를 시작한 나. 남편이 골프를 좋아해서 함께 스크린 골프장에서 게임을 하면서 즐거운 오전 시간을 보냈다. 조금 배운 나의 실력에 그래도 이런저런 코칭을 해 주며 잘 맞춰주는 남편. 투박한 말에 그래도 애정이 느껴진다. 부부가 공통의 취미가 있으면 참 좋은 것 같다.





목요일 저녁, 금요일 오전에서 낮까지 아주 짧지만 굵은 행복한 우리만의 시간을 보내며. 아침 루틴이 다 흐트러져서 글쓰기를 저녁에 한다. 한 가지 또 느낀 점은 오전 글쓰가 나에게 주는 의미가 참 크다는 것. 아침에 글을 쓰며 영어 관련 루틴을 하며 보낸 하루는 뭔가 힘이 있다. 그런데 오늘은 그냥 남편과 놀면서 아침을 맞아서 그런지 마음의 죄책감이 있었다. 지금 글을 쓰면서 다시 감사와 보람이 차오른다. 내게 글쓰기는 나를 더 밝고 맑게 살게 할 정화의 시간이 틀림없다. 밤에라도 이렇게 돌아보며 글을 쓸 수 있어 감사하다.



다시 또 이런 짧은 평온한 휴식을 더 자주 가져야겠다. 나는 모든 이런저런 상황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온해도 괜찮다. 행복과 평온은 또 다른 문제이니, 어떤 상황에도 평온을 찾을 수 있는 지혜를 오늘도 배워본다. 다름 아닌 자기 사랑과 수용. 그렇게 오늘도 나는 삶을 잘 살았다. 함께 연결된 나의 지인들과 학생들, 가족들,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며 할 일을 해나가는 하루. 소소하고 평범하지만 이런 일상에 감사하다. 오늘도 글벗들과 연결된 이 순간이 참 좋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평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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