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삶이 내게 물었다. "행복하게 살고 있냐"고. "행복이고 뭐고 정신이 없어,"라고 답한다.
"하루하루 너무 많은 마음들이 올라와서 속이 시끄럽다고.". 이쪽에선 곱게 물어보았는데 저쪽에선 악을 쓰고 대답한다.
"왜 짜증이 잔뜩 났니?"," 뭐가 그렇게 뿔이 나 있니?"
한참 말이 없다..
"그냥. 마음이 복잡해. 할 일도 너무 많은데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 다 그냥 하기 싫어서 숨어 버리고 싶어."
"왜 그런 것 같아?"
"글쎄.. 친구가 힘드니까.. 나도 힘든 건가..
(절친 중 한명이 지금 힘든암 투병중이다..)
아님 원래 그게 나인가.. 모르겠어. 근데 나도 잘하고 싶어. 하는 일 다 잘하고 싶은데 잘 안돼."
"그렇구나.. 그럼 그냥 그렇게 시간을 좀 줘 봐.."
"시간 많이 줬어.. 근데 열심히 하고 싶대.."
"아.. 그래?"
"사실.. 아닌 것 같아.. 시간 많이 준 것 같진 않아. 어서 거기서 빠져나오라고 좀 반은 협박한 것 같아. 거기서 계속 뭉그적 대다가는 빠져 죽을 지도 몰라. 그러니까 적당히 하고 나오라는 거지." ...
"그렇게 말하니까 그 애가 납득을 해?" 그럼 아직 그렇게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힘들어하는 그 애 마음을 있는 그대로 느껴봐 주지는 못했구나.
"그럴려고 하는데.." "그걸 느끼기가 무서워.. 그런 마음을 다 느끼면 내 일상이 멈춰버릴 것 같아.. 아프니까. 마음이."
"그러니까. 아직 꼭 꼭 눌러 둔 상태인 것 같아.."
"어떻게 하고 싶어, 앞으로?"
"글쎄..." "그냥 좀 하기 싫은 마음도 있는데 한편으로는 힘을 내서 좀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마음도 들고."
"아직 잘 모르겠어.. 언제 또 푹 꺼져 버릴지 좀 걱정되기도 하고.."
"어쨌든 아직 내가 책임지고 해내야 할 일들 이 있으니까 그것들을 다 해내야 하는 부담감이 좀 커.."
"그럼."
"해내야 하는 일에 대해서 조금 힘을 빼 보면 어떨까? 해내야 하는 일들도 어차피 이제 끝이 보이는데 조금 힘을 더 실어서 잘 마무리하고.."
"그리고 힘들다고 하는 그 애 마음 좀 진심으로 같이 느껴 줘 봐.. 그 애가 제대로 위로를 받고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말이야.."
"그럼 그 애는 이제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을 거야 제대로 수용받았으니까.. 진심으로 이해받았으니 네가 같은 감정으로 고통받지 않아도 될 거야.."
"그래.. 맞아.."
"오늘도 굉장히 마음이 갑갑한데 아마 뭘 계속 열심히 하라고 하는 애가 계속 나와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아이에게 야단을 치고 있어 서 그랬던 걸 거야. "
"나도 알지... 그런데 이제 그 마음을 알고 나니 속이 좀 시원해지면서 답답하던 마음이 사라져.. 이렇게 앉아서 글을 쓸 수도 있고 말이야."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 그 애가 나오면 딱 그냥 모든 것이 멈추는 기분이야. 나는 사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열심히만 살고 싶은 게 아니라
나답게,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의미 있게 살아가고 싶어.."
그래서,
"매일매일 속이 시끄러워." 그 아이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데 오늘은 진지하게 하나하나 마음을 알아봐 주는 시간을 가져보니..
"아무것도 하기 싫어" 그 애, "그러니까 그 애의 말을 좀 많이 들어 봐주니.." "너무 공감이 가.. 안아주고 싶었어.."
"얼마나 힘들었겠어.. 지금도 힘들고 말이야.. 사랑하는 친구가 아프고 힘든데 뭘 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 너무 이해가 돼서.. 계속 가라앉는 마음이 생기는 게 어떻게 그게 잘못된 거니.. 그럴 수 있어.. 그 일이 너의 다른 상처들을 줄줄이 다 끌어 올리고 있었구나.. 그래서 그렇구나.."
그래서 오늘은 좀 도닥여주고 그런 마음도 너무 타당해.. 너무 당연해 너의 입장에서..
그렇게 계속 말해주었어..
어차피 인생은 내 뜻대로 다 되는 것도 아니지만 내 안의 많은 내면 아이들의 마음이 서로 수용받고 하나가 되어 주면 내가 조금 더 힘내고 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야.. 어차피 닥친 일들은 조금 더 끌어안고
말야..
"그거 아니?"
<메멘토 모리>
<아모르파티>
"그래 그렇게 내 삶을 사랑하자. 나를 더 사랑하자."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하여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자고
오늘도 시끄러운 내면의 소리를 들어내며 나를 다시 한데 모아보는 거지.
다시 한번 나의 글쓰기가 나를 살려준다. 오늘의 마음 지옥에서 엉켜있는 마음들이 언어로 수용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