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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Jul 06. 2023

마음이 마음에게

리사의 love yourself

마음이 마음에게..

불쑥 삶이 내게 물었다. "행복하게 살고 있냐"고.
"행복이고 뭐고 정신이 없어,"라고 답한다.


"하루하루 너무 많은 마음들이 올라와서 속이
시끄럽다고.". 이쪽에선 곱게 물어보았는데
저쪽에선 악을 쓰고 대답한다.


"왜 짜증이 잔뜩 났니?"," 뭐가 그렇게 뿔이 나 있니?"

한참 말이 없다..


"그냥. 마음이 복잡해. 할 일도 너무 많은데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 다 그냥 하기 싫어서 숨어 버리고 싶어."

"왜 그런 것 같아?"

"글쎄.. 친구가 힘드니까.. 나도 힘든 건가..

(절친 중 한명이  지금 힘든 투병중이다..) 

아님  원래 그게 나인가.. 모르겠어. 근데 나도 잘하고
싶어. 하는 일 다 잘하고 싶은데 잘 안돼."



"그렇구나.. 그럼 그냥 그렇게 시간을 좀 줘 봐.."

"시간 많이 줬어.. 근데 열심히 하고 싶대.."


"아.. 그래?"

"사실.. 아닌 것 같아.. 시간 많이 준 것 같진 않아.
어서 거기서 빠져나오라고 좀 반은 협박한 것
같아. 거기서 계속 뭉그적 대다가는 빠져 죽을
지도 몰라. 그러니까 적당히 하고 나오라는 거지."
...

"그렇게 말하니까 그 애가 납득을 해?"
그럼 아직 그렇게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힘들어하는 그 애 마음을 있는 그대로 느껴봐
주지는 못했구나.


"그럴려고 하는데.."
"그걸 느끼기가 무서워.. 그런 마음을 다 느끼면
내 일상이 멈춰버릴 것 같아.. 아프니까. 마음이."

"그러니까. 아직 꼭 꼭 눌러 둔 상태인 것 같아.."

"어떻게 하고 싶어, 앞으로?"

"글쎄..."
"그냥 좀 하기 싫은 마음도 있는데
한편으로는 힘을 내서 좀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마음도 들고."

"아직 잘 모르겠어.. 언제 또 푹 꺼져 버릴지
좀 걱정되기도 하고.."

"어쨌든 아직 내가 책임지고 해내야 할 일들
이 있으니까 그것들을 다 해내야 하는
부담감이 좀 커.."


"그럼."

"해내야 하는 일에 대해서 조금 힘을 빼 보면
어떨까? 해내야 하는 일들도 어차피 이제
끝이 보이는데 조금 힘을 더 실어서 잘 마무리하고.."

"그리고 힘들다고 하는 그 애 마음 좀 진심으로
같이 느껴 줘 봐.. 그 애가 제대로 위로를 받고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말이야.."

"그럼 그 애는 이제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을 거야
제대로 수용받았으니까.. 진심으로 이해받았으니
네가 같은 감정으로 고통받지 않아도 될 거야.."


"그래..
맞아.."


"오늘도 굉장히 마음이 갑갑한데 아마
뭘 계속 열심히 하라고 하는 애가 계속 나와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아이에게 야단을 치고 있어
서 그랬던 걸 거야. "


"나도 알지... 그런데 이제 그 마음을 알고 나니
속이 좀 시원해지면서 답답하던 마음이
사라져.. 이렇게 앉아서 글을 쓸 수도 있고 말이야."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 그 애가 나오면 딱
그냥 모든 것이 멈추는 기분이야. 나는 사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열심히만 살고 싶은 게 아니라

나답게,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의미 있게 살아가고 싶어.."

그래서,

"매일매일 속이 시끄러워."
그 아이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데
오늘은 진지하게 하나하나 마음을 알아봐
주는 시간을 가져보니..


"아무것도 하기 싫어" 그 애,
"그러니까 그 애의 말을 좀 많이 들어 봐주니.."
 "너무 공감이 가.. 안아주고 싶었어.."


"얼마나 힘들었겠어.. 지금도 힘들고 말이야..
사랑하는 친구가 아프고 힘든데
뭘 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 너무 이해가
돼서.. 계속 가라앉는 마음이 생기는 게
어떻게 그게 잘못된 거니.. 그럴 수 있어..
그 일이 너의 다른 상처들을 줄줄이 다 끌어
올리고 있었구나.. 그래서 그렇구나.."

그래서 오늘은 좀 도닥여주고 그런 마음도
너무 타당해.. 너무 당연해 너의 입장에서..

그렇게 계속 말해주었어..


어차피 인생은 내 뜻대로 다 되는 것도
아니지만 내 안의 많은 내면 아이들의
마음이 서로 수용받고 하나가 되어 주면
내가 조금 더 힘내고 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야.. 어차피 닥친 일들은 조금 더 끌어안고

말야..



"그거 아니?"



<메멘토 모리>

<아모르파티>



"그래 그렇게 내 삶을 사랑하자. 나를 더 사랑하자."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하여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자고

오늘도 시끄러운 내면의 소리를 들어내며
나를 다시 한데 모아 보는 거지.



다시 한번 나의 글쓰기가
나를 살려준다. 오늘의 마음 지옥에서
엉켜있는 마음들이 언어로 수용받아..

내면아이와의 대화는 언제나 나의 마음 치유에
필요한 특급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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