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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Aug 21. 2023

경상도 아빠와 전라도 엄마 사이

리사의 love yourself

오늘 리사의 지구별 여행, 글로 떠나는 여행은 사투리 추억을 떠난다. 다양한 글감으로 글을 쓰다보니 잊고 지내던 추억이 새록 새록 떠오른다. 나의 고향은 경상남도 통영이다. 창원에 살고 있지만 가끔 수업으로 혹은 다른 인연으로 통영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정말 반갑고 정겹다. 지난 시절 추억이 가득 차있는 곳, 통영. 가끔 고향에 가면 통영의 강구안도 반갑고 아기자기한 바다와 중앙시장의 살아있는 활기가 참 좋다.


친정 집은 통영의 절경을 보기 좋은 곳, 남망산 공원과 동피랑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래서 갈때마다 동피랑 마을에서 통영 풍경을 가득 가득 음미하고 그리움을 채운다. 언제나 통영은 돌아가신 아빠를 떠올리게 하고, 사투리마저 정겨운 그리운 곳이 되었다. 아빠는 경남 고성 출신이라 경남지역 중에서도 아주 경상도 사투리가 심하셨다. 돌아가시기 전, 연세가 드신 아빠는 치아가 상태가 좋지 않아 발음이 부정확하시기도 했고 워낙 사투리가 강해서 잘 모르는 외지의 사람들은 아빠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일도 있었다.


돌이켜 떠올려 보면, 같은 나라의 말인데도 어쩜 그렇게 다른지, 통역이 필요할 정도로 서울사람들과 아빠는 거리만큼이나 사투리로 인한 언어장벽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사투리는 엄마의 고향인 전라도로 가면 더 크게 다가온다. 친정엄마의 고향은 전라도 벌교이다. 벌교하면 꼬막이 유명한데, 전라도 사투리도 강한 곳이 벌교, 그중에서도 엄마가 자란 연동마을이다.


엄마가 아빠 젊은 시절 처가댁에서 언어 소통이 되지 않아 웃프던 기억을 소환하셨다.


경상도 사위가 와서 모처럼 동네에서 돼지를 잡는데 전라도 벌교, 연동마을에서는 돼지를 손질하라고 하라고 하는 말이 돼지 닥달해라고(손질해라) 한다고 한다.


큰이모님께서 "김서방, 이 것좀 닥달하시오~~" 하니,


경상도 아빠는 그때 당시 엄마에게 말했다고 한다.


"아니 왜 돼지를 닭다리라고 자꾸 하지?"


"돼진데 왜 닭다리야?, 어쩌라는 거지?"


엄마는 그제서야 아빠에게 통역을 해 주셨다고 한다.


한번씩 친정 엄마를 모시고 전라도 벌교에 가면 정겹고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반갑다.


"워머, 왜그요~~"

"근당께, 잘있었소~잉~~ "

"금메 말이요, 긍께 말이요(글쎄 말이에요)~

"새생이(문틈 사이사이) 잘 닦아라.. "

 

정말 이모와 삼촌, 엄마가 다 같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경상도 출신 나로서는 도저히 무슨 말씀을 나누는지 간혹 모를 대화가 오간다. 참 신기하다. 한 나라 말인데 참 다르다.


온갖 것들을 '거시기'라고 부르는데 어느 '거시기'가 어느 것을 말하는지 아주 맥락을 초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야 그 '거시기'가 무언인지 알수가 있다. 사람도, 일도, 물건도 때에 따라 '거시기'로 둔갑하여 온 맥락에서 쓰인다. 나는 영어에서 'something, anything, things'등을 떠올렸는데 그것과는 또 결이 다른 단어인 것 같다.


우리 경상도, 특히 통영도 특유의 사투리가 많은데 투박하게 들리지만 언제나 정겹고 사랑스럽다. 나는 이런 나의 사투리 억양이 살짝 부끄러웠던 적이 있다. 호주 유학시절, 영어를 하면 덜 티가 나는데 우리말만 하면 한국 사람들에게 나의 경상도 출신이 들통이 나며 뭔가 재밌게 내 말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다.


마치 부산 사람이라고 하면 "오빠야, "라고 말해 보라고 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나도 오빠를 "오빠야,"라고 불렀지만 뭔가나의 "오빠야"가 놀림감이 된 느낌이랄까? 그런데 조금더 지나고 보니 놀림감이라기 보단 귀여운 느낌에 더 가까울 것 같다. 나도 서울말도 아닌 경상도 말도 아닌 어중간한 말을 수업을 하면서 쓰고 있는데 사투리향이 진하게 내 안에 차오를때면 시원하게 한번 내뱉는다.


"뭐라쿠노, 이 가시나, 아 됐다. 치아뿌라. 다 필요없다."

뭐 이런 느낌의 말들.. 아니 어쩜 더 진한 말들이 내 안에 뼛속 깊이 박힌 사투리의 향기가 베어나온다.


통영 동피랑 마을에 가면 벽화로 사투리를 적어 둔 곳이 있다. 그 말투들이 그렇게 어색하지 않은 나를 보며, 곧 잘 따라하는 나를 사랑스럽게 본다. 누가 뭐래도 나는 통영 촌사람이다. 그렇게 통영이 그립고 좋다. 동피랑 마을에 가면 이 벽화들을 한번 보고 시원하게 따라도 해 보시길.





"이야, 내는 요새 도이 없으나이

잠바 개춤도 빵구가 나고, 자꾸도 고장이고,

만난천날 추리닝 주봉에

난닝구 바람으로 나댕긴다이가,"

<통영 사투리 버전>


"누나야, 나는 요즘 돈이 없으니

점퍼 주머니도 구멍이 나고, 지퍼도 고장이고

매일 트레이닝복에 런닝 바람으로 다니는 거야."

<표준어 버전>



친정 아빠의 사투리 느낌이 물씬 풍기는 통영 사투리 벽화,


그저 그리움이 밀려온다. 오늘의 글감, 사투리



"아이가, 오늘은 마, 텄다. 글 쓰기도 망했고, 마 그냥 잠이나 자뿔란다. 오빠야 언능 자자, 내일 또 일찍 일나야 됭께, 뭐시 손에 안잡히는 날은 일찍 자능게 상책이제.  나 먼저 잔다이~~"



"아빠도 잘 지내지예. 하늘나라에서도 사투리 씁니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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