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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Aug 24. 2023

누가 뭐래도 지구별 여행자

리사의 love yourself

삶이 지옥 같았다. 끝도 없는 감옥, 출구는 저 세상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다가 깨달았다. 어차피 삶이라는 영화는 시작되었다 끝날 것이니,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엔 오롯이 즐거울 수 없을까? 왜 내 영화는 고통이어야 하나? 그런 질문을 안고, 나는 삶을 다시 살기로 한다. 내 영화의 주인공은 나, 연출도, 각본도, 모든 것은 다 내가 한다. 내 선택은 오로지 나를 위한 삶을 살아보는 것. 그렇게 나의 '지구별 여행자'라는 정체성을 안은 삶이 시작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삶의 가장 절정의 순간, 나는 사라지고 싶음을 느꼈다. 곱씹어도 참 이해되지 않을 사고의 확장이다.' 너무 좋은 순간 왜 사라지고 싶지?' 그렇게 나의 감정에 질문을 품자, 삶이 답을 주었다. 너무 힘이 들어간 것이다. 삶에 힘을 잔뜩 주고,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해.'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라는 강한 상을 쥐고 살았던 것이다. 이제 내가 나에게 입혀준 옷, 그 '상'을 벗어던진다.


내가 다시 살아가는 방식은 '지구별 여행자' 모드다. 그렇게 나는 유한하지만 의미 있는 지구별 체험을 아낌없이 허용하기로 했다. 오늘은 여행자로서 왜 여행이 필요한지 생각해 본다. 오늘 하루만 하더라도 수만가지 감정이 오가는 하루였다. 아침에 기업체 영어 출강을 하고 들떠오르는 에너지로 아침을 맞이한다. 그러다 같이 일하는 강사님과 친분이 쌓여 스벅에서 커피 타임을 갖는다.


내 삶에 타인이 어떤 형태로든 들어올 때, 나는 어쩔 수 없이 긴장을 한다. 그렇게 그 사람을 파악하는 것이다. 어떤 자세로 어떻게 그를 맞이할까? 끝도 없는 자가 검열이 마음속에서 이뤄지고 결국 그에 대한 마음을 정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내 삶에 어느 정도의 비중과 필요를 가친 채, 그는 나에게 남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일련의 이런 마음 작용은 때론 나를 아주 피곤하고 지치게 한다.


그럴 때, 나는 다시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의 여행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다. 오로지 혼자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 그렇게 나에게 타인에 대한 기대와 의무와 욕심을 내려놓게 하는 혼자만의 시간을 주는 것은 이제 내게는 자기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첫 번째 가치가 되었다. 나는 누구보다 격렬하게 혼자이고 싶다.. 누군가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하면 불편한 마음이 일렁인다. 내가 나를 만나 온전한 내가 되는데 혼란이 오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그렇게 자의적으로 혼자가 되었다. 그렇게 삶 속으로, 낯선 사람들 속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다. 언제나 내게 삶은 여행이고 이 여행의 끝은 반드시 올 것이다. 오늘 내가 떠난 낯선 그녀, 혹은 그에게로 향한 여행은 나를 살아 있게 한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도 때론 깊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전혀 색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그렇게 나는 사람과 삶을 이해한다. 보는 것이 다가 아니라, 언제나 세계는 변화무쌍하고 인간의 마음도 그렇게 변화한다.


나는 수없이 떠난 여행에서 나를 만났다. 상투적인 말로써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아닌 진정한 나를 만나는 여행을 수차례 하면서 비로소 나는 내가 되어 간다. 어떤 나라도 괜찮다. 오늘도 여행이라는 키워드에서 나를 만나며, 역시 나는 때론 세상과 분리되어 있고, 나약하지만 그럼에도 거대한 존재감으로 늘 빛나고 있음을 알았다.


정말 고맙고 사랑스럽다. 이 모든 체험과 인생 여정이 내겐 삶의 축복 그 자체다. 오늘도 나는 떠남에 아쉬움이 없고 머무름에도 지루함이 없으며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장착했다. 내 안에 큰 내가 언제든 나타나 속삭인다. " 네가 바로 그야." "I am that I am." '내가 바로 찾고 있던 그 자'라는 것.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그 자리의 나. 그렇게 오늘도 나라서 감사하고, 충만하고 행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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