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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Oct 27. 2023

어설픈 시작을 하는 용기 있는 너에게

그 모든 날 필요했던 위로

"뭐 그렇게 시작을 한다고?"


"그래, 난 이렇게 시작해 보려고 해. 좀 부족해도, 작은 한걸음을 떼는 내가 좋아서 말이야, 난 행복해지고 싶어."


준비가 잘 되어야, 완벽해야 시작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 삶이 멋있고 칭찬받고 귀감이 되는 일이라 믿고 있었다. 그런 믿음을 안은채 나도 그런 사람이 되려 무던히 애쓰고 살았다. 영어 가르치는 일을 오랫동안 하면서 늘 잘해도 불안했다. 어느 하루도 마음을 편히 쉰 적이 없었다. 잘하면 채찍질하고, 못하면 자괴감에 시달리며 아주 애쓰고 살았던 나는 불쑥, 작은 목소리를 만난다.


"나 사라지고 싶어. 그만할래."

당황스러운 나는 되물었다.


"넌 누구니?"


"난, 너야, 네가 오랫동안 봐주지 않은 마음이야."


그렇게 나는 그 마음을 만나서, 다른 삶을 살기 시작했다. 마음을 보기로 한 것이다. 삶을 살아오면서, 깨달은 바 중 가장 큰 하나를 꺼내 보자면, 나에겐 내 마음 보기기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미친 괴물이 뛰쳐나올 것 같은 불안, 내가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은 엉뚱하고, 낯선 그 마음들이 다 나란다. 그 모든 아이들이 다 나라니, 믿을 수 없다.



그런데 어딘가 익숙하고, 측은하고 마음이 끌린다. 사라지고 싶다던 목소리는 가장 밑바닥에 있는 내 마음이었다. 그 마음에게 나는 선물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어설픈 나라도 인정해 주는 것이었다. 어설픈 글을 쓰고, 영어를 녹음하고, 바보 같은 그림을 그리고, 바보 같은 말을 한다. 그러니 그 아이가 웃는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너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예뻐. 멋지다고. 그리니 너무 애쓰지 마."



그제야 나는 마음을 쉬었다.


"아. 애쓰지 않아도 괜찮구나. 나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멋지고 괜찮은 사람이라니.."



그렇게 어설픈 내 사소한 시도들이 시작되었다. 글을 쓴다. 맞춤법도 많이 틀리고 앞 뒤가 매끄럽지 않은 어린아이 같은 글들이 내 안에는 많이도 꿈틀대고 있었다. 얼마나 갑갑했을까? 잔뜩 힘을 주고, 멋지게, 화려하게, 그렇게 뽐내려고 하니 아이 같은 내 글들은 몸이 근질근질해서 미칠노릇이었을 것이다. 자꾸만 비워내도 차오르는 슬픔과 우울이 내 안에 한 가득이다.


책 한 권을 썼다. 내 마음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그리고 나는 나를 더 사랑하고 싶어서 글을 또 쓴다. 모든 어설픈 나를 사랑하기 위해. 마음에 슬픔이 차오르는 날의 나를 사랑한다. 슬프다는 것은 사랑을 가득 쏟아부은 무언가가 있었고 사랑이 변해서 슬픔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유도 모를 기쁨이 차오르면 그냥 만끽한다. 슬픔을 그만큼 맛보았기에 기쁨을 선물로 주는 것이니까. 어설픈 날에는 웃으며 나와 있어 준다. 많은 완벽한 나를 뒤로 하고 어설픈 내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오늘처럼 용기가 나는 날엔 용기를 껴안는다. 수많은 두려움을 다 맛보았기에 용기가 샘솟았기 때문이다.



오늘 당신은 어떤 마음을 마주하고 있는가?


모든 날 우리에게 필요했던 위로를 이렇게 어설픈 나와 함께 가보려 한다. 당신 마음속에도 나처럼 서툴고 어설픔이 들킬까 두려운 아이가 살고 있다면 사랑스럽게 그 아이에게 선물 하나를 건네 보면 좋겠다.


"어설프고 서툰 너의 모든 순간, 모든 날 함께 할 테니, 마음껏 머물다 가렴. 오늘은 어설프기 딱 좋은 가을날이야. "


"어설프게 고백했던 그 어린 날의 너를 소환해도 좋겠구나."

"잘 지내지? 어린 날 나와 그에게 안부룰 묻는다."


"나는 생각보다 멋진 어른이 되었어. 내 마음을 잘 돌보는 어른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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